[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강용석은 인물이 아닌 사건에 가까웠다. 방송활동 전까지 성희롱·고소 등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그의 예능 등장은 또 다른 방송인들을 떠올리게 했다. 도박이나 음주운전, 병역비리, 섹스비디오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치부되는 이들의 복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짚어보게 만들었다. 그것은 명예훼손 소송이 발생할 정도의 말실수가 방송복귀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는 사과가 나올만한 타이밍마다 오히려 또 다른 사건을 만들면서 예능인으로서의 캐릭터를 굳혀갔다.

 

그러던 그가 돌연 공개사과를 했다. 말 실수 이후 몇 번의 사과가 있긴 했지만, 출연중인 JTBC <썰전>에서, 그것도 평생 죄송하다는 단서를 덧붙였다는 것이 다르다. 강 변호사는 이지애 아나운서와 아나운서협회장인 신동진 아나운서에게 먼저 화해요청을 한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훈훈한’ 광경으로 사건은 일단락 된 듯 보이지만, 그들의 화해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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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강용석씨의 사과 장면 ⓒJTBC <썰전> 

 

 

이지애 아나운서는 SNS에 적은 글에서 자신이 아나운서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결국 개인의 목소리라는 형식으로 집단 차원의 발언에 대해 화해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나운서 집단 내 동의가 없는 화해요청도 불편하지만, 대중이 이 문제를 ‘오해’하고 있다고 규정한 부분도 어색하다. 언어성희롱에 대한 사람들의 불쾌함이나 냉정한 반응을 애써 달래려는 듯 읽히기도 한다. 

 

“다 주어야 한다”는 말에서 시작된 그동안의 논쟁은 지리멸렬했다. 말을 꺼낸 사람의 단호한 사과가 없었던 까닭이다. 강 변호사가 자신의 정치생활이 끝난 이후 ‘잠수’타지 않고 계속 가십거리를 만들어 낸 것 역시 이 성희롱의 무게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가 당에서 퇴출되었다거나, 방송에서 언급되는 ‘아나운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는 것이 면벌부가 되지는 않는다. ‘가해자 입장에서 선뜻 사과하기 어렵다‘는 것은 핑계다. 그 논리야말로 먼저 사과해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방패가 될 수 있어서다.

 

이 사실마저도 일부 언론에게는 어뷰징 거리에 불과했다. ‘아름다운’ 화해는 <이지애, 강용석 화해 요청…“여러가지 의미로 그 말 맞는 것도” 무슨 뜻?>과 같은 제목으로 소비됐다. 이지애 아나운서가 글에서 지적했던 말의 무게는 돌고 돌아 다시 퇴색된 셈이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3>에서도 이 사건이 농담의 소재가 되었다. 

 

강 변호사가 사과하는 자리에서 한 말대로, 이것은 마무리가 아니다. 아나운서 한 사람의 화해 요청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고 보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기도 하다. 더 아름다운 ‘끝’을 위해서 화해 요청보다는 사과 요구가 더 적절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건이 벌어진 한참 뒤에 야 상호간 대화가 화제가 된 점 역시 법 차원의 처벌이 아닌, 사과로 해결의 기점을 구분하는 사회를 반영한다. 그들의 화해를 마냥 기쁘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글/ 블루프린트 (41halftim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