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공씨책방이다. 서울 신촌에서 홍대로 넘어가는 언덕길, 중국인 관광객을 노리는 화장품 가게와 신성하게 서있는 교회를 지나치면 수북이 쌓인 헌책들과 LP판이 보인다. 여기에 ‘공씨책방’이라는 간판의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원래 공진석씨가 ‘대학서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다고 한다. 공 씨는 1977년 월간 <신동아> 논픽션 공모전에 당선될 정도로 유명했고, 경희대 앞과 청계천을 거쳐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10여년 넘게 책장사를 했다. 그러던 1990년 7월 어느 날, 공 씨는 여느 때처럼 책을 사고 시내버스로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다. 그사이 새문안교회 건너편에 있던 책방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철거 위기에 놓였고, 1991년 3월 현재의 창천동 자리로 옮겨왔다.



경이로운 광경, 그러나 줄어든 손님 수

“작고한 이후에 경영을 할 능력이 안 될 것 같아서 학교나 방송국 등에 나가서 책방을 매각/기증을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결국 처제인 나(최성장)하고 조카인 장화민이 나서서 하고 있고, 지금은 조카 한명이 더 붙어서 하고 있다. 지금 대표는 장화민으로 되어 있다.”

도서 매입에는 여러 경로가 있다. 인근 책방에서 남는 물량을 가져올 때도 있고, 가정에서 대량 매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재고를 남을 것을 생각하거나 절판되어 가치가 있을 것 등을 고려해 매입을 하는데, 가격 책정은 천차만별이라 일일이 얘기해 줄 수는 없다고 한다. 다만 사회과학 서적 같은 경우는 정가의 50% 정도 가격에 매입한다. 지금 매장에 있는 사전이나 두꺼운 크기의 인명사전 화보집 등은 직접 업체를 찾아가 매입한 것이라고.


책방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20년 넘은 책에서부터 30년이 훌쩍 넘은 연구 책자까지, 보존 상태도 양호하였고 사료(史料)로 참고하기에도 좋은 양서들이 널려있었다. 조정래 작가의 책 제목처럼 ‘황홀한 글 감옥’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최근 들어 헌책방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하셨다. 청계천에서 장사한 시절에는 100군데가 넘는 책방이 있었고, 연말에는 책방 사장들끼리 단합대회도 했는데, 요즘에는 헌책방이 잘 안된다고 한다.

“사실 이 건물도 우리 소유가 아니다. 건물주에게 다달이 세를 내는데, 남는 장사라는 게 없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인터넷 등에서 클릭 한 번에 결제하고 책을 구입하니, 우리 같은 헌책방은 설 데가 없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대학교 인근에 위치했는데, 왜 이리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일까? “옛날에는 신학기 장사로 1년을 먹고살았다는 말이 있었다. 개학 때에 교재를 많이 사다보니까 헌책방이 물량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옛날 얘기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책에 ‘없어요’, ‘미안해요’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곳은 일목요연하게 매대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니, 원하는 것만 찾고 나가려는 요즘 사람들에게 맞지 않는 것도 있다.”


중고서점 체인 속 ‘진짜’ 헌책을 찾아서

2012년 신촌에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들어섰다. 헌책방의 지각변동 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헌책방에는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사장님도 그 부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

“가본 사람들 말로는 깊이 있는 책은 없다고 하더라 – 내가 말한 깊이는 학문적인 심층성 보다는 장기적으로 보관할만한 자료가 될 만한 것이나 절판되어 없는 종류를 말한다 -. 하지만 바코드를 찍으면 바로 가격이 나오고 계산이 되는 편리함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신촌문고나 북오프도 없어진 지금, 건물주들은 이윤이 많이 남는다고 카페를 개업하기 원한다. 지금 남아있는 책방은 얼마 없다. 우리야 고정적으로 찾는 고객이 많아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지.”

이 책방의 고객들은 주로 옛날 고객들이 많다. 지난번에는 해외에서 날아온 고객이 왔는데, 그 분 역시 과거에 공씨 책방을 자주 들렀던 사람이었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고, 거기서 해외동포 문학상에 당선되어 한국으로 수상을 하러 왔다가 들른 사람이었다고 한다.

필자가 방문한 토요일 오후에는 두 명의 방문객이 있었다. 모두 이곳을 처음 온 방문객이었다. 상암동에서 온 김영우(24, 남)씨는 “근처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도 좋긴 하지만, 여기서는 깊이 있는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들렀다” 며 오랫동안 책방 내부를 서성였다.

책방을 나오면서 나는 ‘역사의 산 증인’이라는 말을 되뇌고 있었다. 편리함에 함몰되어 바쁘게 돌아가는 현세. 그 속에서 헌책방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한번쯤 들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