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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20] ‘셀카봉’이 대세가 된 이유

2014 F/W시즌 고함20 문화 컬렉션 ‘트렌드 20’이 시작된다. 사회에 변화가 올 때, 20대는 그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젊음과 낭만을 기타 줄에 튕기던 모습은 자신의 개성과 특별함을 추구하는 열린 문화로 변화해왔다. 트렌드 20에서는 고함20이 목격한 변화무쌍한 20대들의 ‘무엇’을 독자들에게 발 빠르게 전달하고자 한다. 시즌별 고함20 문화 컬렉션 트렌드 20을 통해 떠오르는 청춘의 트렌드 문화에 주목해보자.

 

“쪽팔리게 저런 걸 들고 성당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거야? 저러면 사진이 더 잘 나와?”
2년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사진에 달린 댓글이었다. 필자가 본 사진에는 외국의 여행지에서 홀로 사진을 찍고 있는 동양인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대부분 네티즌들의 반응도 필자와 함께 사진을 보던 친구들도 모두 웃음바다였다. 여성이 스마트폰 거치대와 연결된 긴 막대기를 들고 셀카를 찍는 모양새가 무척이나 생소했기 때문이다. 낯섦은 곧 유머로 이어졌고, 그 ‘기다랗고 이상한 막대’는 웃긴 이미지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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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괜찮아 사랑이야>캡쳐

 

어느 순간부터 그 ‘기다랗고 이상한 막대’가 조금씩 제 영역을 넓혀가더니 올여름 대한민국을 강타한 히트상품이 되었다. 지난 7~8월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셀카봉은 약 2만 5000여 개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디지털 액세서리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명동‧이대‧홍대 등의 번화가를 거닐다 보면 셀카봉을 판매하는 상점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공효진, <나 혼자 산다>의 노홍철을 비롯한 연예인들까지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마당에 이제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셀카봉의 매력에 홀딱 빠져버렸다.

 

“저기, 사진 좀 찍어주세요”가 부담스러운 나 홀로 여행 족들의 필수품

 

셀카봉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것은 여행지에서다. 올여름에 셀카봉을 구매했다는 대학생 ㅈ씨는(21) “방학 때 제주도 여행을 가기 전에 사진을 찍기 편할 것 같아서 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짐을 챙기면서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을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여행지에 도착하자 그런 걱정이 쓸데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지에서 관광객 중 적게는 세 명 중 한 명, 많게는 두 명 중 한 명이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풍경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도 ‘나 홀로 여행의 필수품’으로 셀카봉을 꼽으며 사용을 ‘강추’하는 글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네이버 여행 블로거 ㅎ씨는 “홀로 여행 가는 것을 즐기는데 사진을 많이 찍고 싶어도 남에게 부탁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셀카봉의 장점에 대해 “남에게 부탁할 필요 없이 혼자서도 셀카가 아닌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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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산다>캡쳐

 

사람들이 셀카봉을 사용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셀카봉의 인기가 ‘나 홀로’ 문화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굳이 셀카봉을 사용하지 않아도 일행끼리 서로의 사진을 찍어준다. 그러나 나 홀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배경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야 한다. “혹시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나요?”란 부탁을 거절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매번 부탁하는 것은 쑥스럽고 민망하다. 타이밍을 잘 맞춰 부탁을 하는 것도 피곤하고, 혹시 내가 그들에게 방해되는 건 아닌지 불안감마저 든다. 셀카봉은 나 홀로 족을 이러한 ‘감정적 불편’에서 자유롭게 해주었다.

 

 

사진에 잘 나오는 ‘내 각도‘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셀피 족의 선택

 

소위 ‘스마트 세대’라는 요즘의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연출’하고 싶어 하고, 또 ‘연출’할 줄 아는 세대이다. 이러한 욕구를 반영하여 표출된 것이 ‘셀프 카메라’이다. 배재대학교 신상기 교수는 셀프 카메라에 대해 자신의 욕망을 시각화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화인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적인 시스템이라 설명한다. 셀카라는 만들어진 순간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나르시시즘적 이미지를 드러낸다. 자신이 아는, 스스로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 위해 중세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렸다면 현대인들은 셀카를 찍는 셈이다. 

 

셀카를 찍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스마트폰의 전면카메라에 찍힌 내 모습과 후면카메라에 찍힌 내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타인이 하나둘 ’셋’의 순간에 대강 찍어준 사진이 아니다. 내 눈으로 화면을 확인하며 가장 얼굴이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나오는 순간에 찍은 사진 한 장이다. 그러나 사람의 팔 길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셀카를 찍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셀카봉은 그 한계를 없애준다. 내 팔이 1m는 늘어난 듯한 편리함으로 더 다양하게 나를 ‘연출’할 수 있다. 사진의 훌륭한 조연인 배경을 가능케 하고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셀카봉이 셀피 족에게 사랑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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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

 

셀피 족과 나홀로 족의 필요와 욕구에 딱 들어맞은 셀카봉은 현재 말 그대로 붐을 일으키며 젊은 세대의 트렌드 아이템이 되었다. 아직도 셀카봉을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끄러운가? 그 ‘기다랗고 이상한 막대’를 들고 길바닥에서 카페에서 여행지에서 셀카를 찍는 이들이 우스운가?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셀카봉의 유행은 한계를 넘어 스스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20대들의 풍경을 반영한다. 그들의 개성과 당당함을 사랑한다.

 

달래
달래

피곤하게 살겠다

1 Comment
  1. Avatar
    하시루켄

    2014년 10월 11일 10:32

    여럿이서 여행가던 예전과는 달리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같네요.

    어떻게 보면 씁슬한 생각도 들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당당하게 즐기는 모습이 좋아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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