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화혁신위가 부대 내 휴대전화 허용 문제를 두고 국민 여론을 묻는 설문을 진행 중이다. 28사단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으로 병영생활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이어졌다. 국방부는 여러 대안을 제시했고 사병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휴대전화 허용 문제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국방부도 한 발 물러서고 병영문화혁신위에 공을 떠넘긴 모양새다. 혁신위도 결정으로 인한 모든 비난을 덤터기 쓰기 싫었는지 대국민 여론조사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군대 문제는 곧 20대들의 문제이니만큼 침묵하고 방관하기보다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생각했다. 반대의견은 소소한 기자가, 찬성의견은 박주리 기자가 제시한다. 

반대 “병사에게 휴대폰 허용? 미봉책일뿐” / 소소한


국방부는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병영의 폭력 사건 및 내무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휴대폰 허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기껏 휴대전화 도입이라는 것에 허무맹랑하기도 하고, 여전히 군대식 보여주기 탁상행정에 분노를 자아낸다.



미국, 이스라엘은 되는데 왜 우리는?


병사들의 휴대폰 허용 문제에 관해서 가장 핫이슈는 정보 유출 문제이다. 허용을 찬성하는 견해에서는 미국, 이스라엘 등의 나라에서는 이미 병사에게 휴대폰을 허용하고 있고, 한국군은 간부들도 소지하고 있으므로, 적절한 통제와 규정을 만들고, 교육하면 병사들 또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국가의 군이 허용한다고 해서 우리 군이 이를 바로 시행한다는 것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모병제 국가이고, 한국은 징집제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징집인 탓인지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킨다는 자긍심 보다는 끌려가서 영내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다. 하지만 미군의 경우 모병제로 군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자국민들도 군인에 대한 인식이 매우 긍정적이다. 이는 미국 내 비행기에 타고 있는 제복 군인들을 향해 박수를 친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다. 군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군인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도 이렇게 낮은데, 갑자기 휴대폰 소지를 허용한다면 어떻게 모든 병사에게 정보 보안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군의 경우 우리와 같은 징병제이지만, 급여 차이를 보면 한국군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이스라엘 병사는 한 달 월급이 40만 원이 넘지만, 한국군 상병은 약 13만 원 정도(2014년 기준) 된다. 13만 원은 휴대폰을 구매하고, 통신비를 유지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전투에서 한 마음이 돼서 싸워야 할 병사들 사이에 누구는 휴대폰을 가지고 누구는 못 가지는 형평성이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해결 방안으로 계급별 휴대전화 사용 의견이 언급된다. 하지만 이것 또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보편적으로 한 계급 안에서도 입대 일, 입대 월로 끊어 선후임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개인별 사용 시간도 각 계급의 가장 선임에 집중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영내 공중전화 사용과 별다르지 않아, 그 효과는 미비할 것이다. 군대가 병사용 휴대폰을 싸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영내 공중전화 요금을 약 15%를 올려 받아서 안 그래도 부족한 병사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곳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휴대폰 허용 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병사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휴대폰 허용이 철옹성 같았던 사회와 군대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은 엄연하지만, 내무 부조리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 채 그 방식만이 도입된다면 휴대폰으로 인한 또 다른 내무 부조리가 발생할 것이다.


내무 부조리의 원인의 대다수는 지휘관과 간부들의 병력 관리 부재에서 나온다. 그것은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윤 일병이 생활했던 의무대는 다른 병사들의 막사와는 약 200m 떨어진 공간이었다. 그곳은 지휘관의 영향이 덜 미치는 병력 관리 사각 공간이 되었고, 무자비한 폭력이 발생할 수 있었다. 지휘관이 병사들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기울이고, 관심을 가졌다면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간부들의 진급, 나태로 인한 병사들의 방치는 휴대폰 허용보다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휴대전화 사용은 아직 시기상조다. 


자료화면 ⓒtvn <푸른거탑>

 

찬성 “휴대폰은 병사들의 고립감을 해소할 것” / 박주리



따돌림, 구타 등 병영생활의 문제는 심리적 고립감 때문에 발생한다. 군대는 내무반 하나하나가 작은 사회다. 열 명 남짓한 사람이 모여 모든 생활을 함께한다. 전입과 전출 인원을 제외하면 인원 변동도 거의 없다. 내무반 사람 이외의 인적 교류는 거의 불가능하다. 고립되고 폐쇄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한 번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 일반적인 사회에서라면 집단에 나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집단과의 관계를 끊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폐쇄적인 병영생활에서 이러한 대처방법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른 부대로의 전출을 시도할 수 있지만 부대를 옮겨간들 ‘문제 일으켜서 온 녀석’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붙어 다닐 뿐이다.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병사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외부와 연락이 가능하다’는 제한적인 자유가 아니라 ‘나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적 고립감의 해소가 필요하다.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방법으로, 제한된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는 영내전화는 매우 제한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항상 내 손에 있고 내가 원한다면 누구와도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적극적으로 고립감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 집단따돌림, 자살, 구타, 총기난사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메신저. 인터넷. SNS에 익숙한 20대, 전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화만으로 고립감 해소가 충분하지 않은 이유는 20대가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 혹은 집단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인스턴트메신저,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세대다. 단체 채팅방에서 친구들과 대화하고, 커뮤니티에서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끼리 소식을 공유하고, SNS에서 인터넷 지인 혹은 선후배나 선생님과 대화하는 모습이 20대에겐 자연스럽다. 오히려 20대에게 음성통화라는 소통방법 자체가 상당히 덜 보편적인 모습이다. 통화는 애인이나 가족과 연락할 때만 이용하는 정도다. 


음성통화만으로는 자신이 내무반 이외의 다른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감정을 주기 어렵다. 누군가와의 전화통화는 일대일 소통이지만 메신저, 인터넷, SNS를 통한 소통은 카페나 술집에 모여 떠드는 것과 비슷한 다대다 소통이다. 고등학교 친구인 A, 동아리 선배인 B와 통화를 할 수 있어도 ‘친구들’이나 ‘동아리’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은 받기 힘들다. 이러한 느낌은 20대의 일상적인 소통방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휴대전화 반입이 허용되어야 한다. 



통신비 문제는 군인전용 요금제로 해결하자


휴대전화 요금제가 문제라면 국방부와 이통사와 협약을 맺어 군인전용 요금제라도 만드는 방법은 제안한다. 군인전용요금제는 최소한의 통화량과 데이터만을 제공하고 가격은 일반 요금제에 비해 크게 저렴한 모델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60만 장병이 신규 고객으로 편입되는 만큼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월 2천원 받고 번호정지시키느니 1만원이라도 받고 서비스하는 쪽이 더 이익 아니겠는가. 

사병에 대한 규제도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하라


사병에 대한 여러 가지 병영생활 규제도 모든 사항을 허용하되 예외조항을 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북분단의 상황, 체제 대결, 징병제 등의 이유로 한국군은 지금까지 병사들의 병영생활에 관해선 필요 이상의 경직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군대는 사회의 일반적인 논리를 기준점 삼고 군의 특수성을 반영하기보다 군의 독자적인 사고와 행동이 기준이 되고 사회의 변화를 일부 수용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왔다. 이러한 폐쇄성 덕분에 전 국민이 모바일 혁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효용 증가를 누리는 동안에도 사병에게 휴대전화를 허용해야 되느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왔다.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해야 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 하기 전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키는게 과연 옳은가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