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3’에서 아이언이 ‘구제 스웨거’를 자청하며 나타났을 때 구제의 뜻을 몰랐던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구제는 글자 그대로 옛날 물건이라는 뜻이지만 보통은 외국에서 들어온 헌 옷을 의미한다. 구제의 매력은 강한 개성이나 헌옷만이 가진 질감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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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쇼미더머니 시즌3 갈무리

 

서울이 가진 구제시장은 동묘앞과 광장시장이 대표적이다. 두 곳은 성격이 약간 다르다. 동묘앞 구제시장은 세계 각지에서 직접 가져온 날것의 구제를 판다면, 광장시장은 날것들 중에서 선별된 구제를 판다. 대량으로 구제를 납품할 계획이 아니라면 날것의 구제보다는 필터링 된 시장이 쇼핑하기 적합해보였다.

 

광장시장은 종로 5가역에 위치해 있다. 종로 5가역에 내려서 8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앞이 광장시장이다.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더욱 북적거린다. 광장시장은 구제보다는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마약 떡볶이, 빈대떡, 육회 음식점이 시장 곳곳에 즐비해 있었고,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활기가 넘쳤다. 구제를 보러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먹을거리의 유혹들을 뿌리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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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광장시장 구제상가의 좁은 입구. 통로도 좁지만 입구 또한 좁은 편이다.

 

광장시장 구제 상가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상가 입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외국인 관광객이 된 것처럼 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물어 가야했다. 시장 상인들은 구제 상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자주 봐왔는지 헤매는 몸짓만으로도 길을 선뜻 알려줬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수입 구제’라고 써져 있는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구제 상가는 암굴처럼 어둑어둑했다. 전체 조명은 없고 매장마다 자체적으로 조명을 키는 방식이었다. 그래서인지 낮인데도 불구하고 밤처럼 느껴졌다. 광장시장 구제 상가는 백화점처럼 매장 형식을 띄고 있는데, 매장 간 간격이 좁아서 답답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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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통로를 통해 이리저리 구경하다 한 매장으로 들어갔다. 점원은 자신의 매장을 ‘피카츄 매장’이라고 소개했다. 옷들의 가격대를 물어보니 일단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보라 한다. 셔츠 하나를 고르니 “원래는 3만원 정도 받아야 하지만 개시하는 거니까 싸게 2만원에 줄게”라고 말한다. 2만원이면 일반 셔츠에 비해 싼 편이다. 하지만 더 깎아보았다. 과소비하지 않으려고 돈을 만원만 들고 왔다고 하자, “이번만 만원에 줄게. 다음에 꼭 피카츄 매장으로 와야해”라고 당부했다.

 

피카츄 매장 직원은 광장시장에선 보통 반팔 티는 5천원, 셔츠는 만원, 자켓이나 코트는 2~3만원에 거래된다고 했다. 하지만 가격이 정해져있지 않고 말로 정해지는 방식이라 손님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었다. 그는 “때로는 가위바위보로 가격을 결정할 때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셔츠 거래를 마치고 피카츄 매장 직원으로부터 소개받은 옆 매장에 가보았다. 옆 매장 직원에게 옷의 경로를 물어보니 보통 구제 옷들은 일본과 캐나다에서 온다고 한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는지 물어보았지만 “그것까진 알려줄 수 없다”라며 세부적인 경로엔 입을 다물었다. 구제 상가로 포대자루를 둘러메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그들이 어디서 포대자루를 가져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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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 매장 간 간격이 좁다.

 

광장시장 구제 상가의 또 다른 특징은 호객행위가 문화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옷 가격이 정찰제가 아니라 대화로 결정되는 것과도 맞물리는 특징이다. 통로를 지날 때마다 “동생, 여기 와봐, 안 사도 돼, 한 번만 입어봐.”라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이 같은 호객행위는 조용히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격을 깎을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괜찮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흔치 않기 때문에, 옷의 출처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면 광장시장에 가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