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에너지환경공학과에 재학중인 김모씨(23)는 2학년 때 받았던 실험 수업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 안전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실험을 하다가 김씨의 친구 손에 황산 약품이 떨어진 것이다. 김씨는 “사고가 일어나자 응급처치를 배운 적이 없어서 조교들과 학생들 모두 허둥댔다”고 전했다.

2009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5년간 발생한 실험실 안전사고에서 상해 부위의 61%가 손이나 손가락 부상으로 집계됐다. 안전 장갑 착용이 안전사고 예방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자료다. 하지만 김씨는 학기 막바지임에 불구하고 사고 발생 이후 부터 안전 장갑을 나눠 받을 수 있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09~2013)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는 565건이 발생했다. 2006년도부터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 안전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매년 100건 이상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세종대 실험실 사고 ⓒ뉴스1

 

실험실에서는 각종 화학 약품 누출, 화재 및 폭발, 병원성 물질 유출, 기계 끼임 등 생명의 위협이 큰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작년 7월, 세종대 연구실에서 실험 중 황산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실험실 안에 있던 7명은 황산에서 발생한 연기와 열에 의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학교에서는 불과 두 달 전에도 유독 가스인 삼브롬화붕소가 누출돼 학생 2,0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지난 8월에도 부경대 실험실에서 이산화탄소 주입기계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기계 설치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기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최근 7년간 대학 실험실 현장 점검 결과, 연구실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 1위로 안전교육 시행 미흡(28%, 417건)을 꼽았다. 월별 사고발생률이 3~4월과 9월(42%)에 가장 많은 것도 학기 초의 안전 교육이 매우 중요함을 알려준다. 김씨 또한 사전에 “조심하라”는 말 이외에 학교로부터 구체적인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교육부는 ‘국립대 실험실 안전사고’를 예방을 위해 1,500억원의 예산을 신설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안전관리체계 강화를 목적으로 ‘연구실 안전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2004년부터 연구실 안전 관련법 제정에 앞장선 숭실대학교 강병규 시설팀 과장(전국연구실안전관리자협의회 회장)은“이공계생에게 법적으로 안전교육 의무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그동안 현실적으로 잘 지켜져 오지 않았다. 앞으로 실험실 책임자인 교수가 안전교육을 시행 후 보고하고, 교직원들은 안전용품 지급·안전진단·개선 공사를 하는 등 체계적인 안전 업무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