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때, ‘전체 학생 총회’를 소집한다는 공고가 붙는다. 대부분 대학교의 학생회칙에 따르면, 전체 학생 총회는 학생회가 소집할 수 있는 최고 회의 기구다. 지난 학기의 예산 집행 결과, 인선 보고 등을 비롯한 지난 학기의 일들이 보고되며 이번 학기의 예산이 수립되고, 사업 계획과 등록금, 시설 문제 등 학생들의 생활과 관련된 중요한 안건이 처리된다. 때에 따라서는 중요한 결정 사항에 대해 즉석에서 투표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명을 들었을 때 분명히 전체 학생 총회는 그 중요성이 매우 커 보인다. 실제로도 총회는 총학생회에서도 가장 많은 힘을 기울이는 사업이다. 또한 자보와 페이스북 홍보, 마당사업, 때로는 큰 현수막까지 동원되어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총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 정도다. 전체 학생 총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의결 정족수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는 보통 전체 학생 수의 10분의 1 정도로 회칙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어 총회가 효력을 갖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장 높은 권위를 가진 회의가 힘을 쓸 수 없는 것이다.


 


2005년에 열렸던 단국대의 전체학생총회 ⓒ민중의소리


2005년에 열렸던 단국대의 전체학생총회 ⓒ민중의소리





아이패드에 영화관람권까지, 성사 자체 힘든 전체학생총회


가장 중요하고 강한 효력을 지닌 회의조차 열리지 않는다. 한국외대나 서강대의 경우 몇 년째 정족수 미달로 인해 제대로 된 총회가 열리지 않은 경우가 더 많고, 중앙대도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겨우 성사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것이 지금의 학생자치가 맞닥뜨려 있는 상황이다. 학생회는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은 경우 여는 임시 총회로 정기 총회를 대체하거나 다른 날에 비상총회를 소집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낮은 참여율과 부족한 관심과 의견 개진으로 인해 내실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다.


학생회 임원들은 총회 때가 다가오면 언제나 고민한다. 학교를 자보로 도배하고 현수막을 걸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때로는 경품 행사를 통해 영화 관람권을 추첨하여 주거나, 아이패드와 같이 비싼 상품을 걸어도 보지만 그래도 성사는 요원하기만 하다.


학생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늘어지는 진행과 사전 정보 없이 진행되는 총회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총회에서도 출석만 하고 중간에 나가는 ‘출튀’를 감행한다. 이는 후반부의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이어진다. 발언을 하는 사람은 어차피 과 학생회장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같고, 아무리 나가봤자 주요 현안에 대해 소외당하는 것만 같다. 학교의 주인으로서 내가 의견을 내야 한다는 의식을 실질적으로 갖기 힘든 상황이다. 대신 그들의 불만은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야깃거리나 친구들 사이의 술안주감으로 맴돌 뿐이다.


입학하고 나서 총회에 한 번도 참여해보지 않았다는 대학교 3학년생 A씨는 총회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직접 나서도 바뀔 것 같지 않고, 그냥 의미가 없는 겉치레인 것 같다”고 평범한 학우로서의 생각을 전했다. 새내기 B씨는 “선배들도 잘 참여하지 않는 것 같고, 정보도 없어서 과 집행부 정도가 아니면 갈 마음이 쉽게 들지 않는다” 고 참여의 장벽을 지적하기도 했다.




학생자치의 현실… 그러나 대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학생 총회는 필요하다. 그것은 학생들이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움직임이자, 최대한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학생 자치의 경우에도 기존의 정치와 다를 것이 없다. 선거 한 번만 했다고 정치가 끝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총학만 뽑았다고 해서 학생회의 회원으로서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학생회칙에 따르면 학생회의 구성원은 단순히 임원들이나 집행부가 아닌, ‘학생 모두’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 간단하지만 자주 잊어버리게 되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불만과 요구 사항을 품고 있는 것과 직접 나와서 공유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가 그냥 불평이라면, 후자는 정치가 된다. 불평하는 것은 단지 불평하는 것에서 끝나지만, 정치는 새로운 가능성을 낳고 다시 정치를 낳는다. 민주주의의 주인이 시민이라는 당연한 말처럼,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말 역시 ‘너무나 당연하기에’ 잊혀지고 있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원리들이 힘겨운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것처럼, 학생자치의 역사 역시 그렇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학생회 집행부와 임원 역시 마찬가지다. 경품 행사나 영화 관람권 같은 행사로는 모두의 관심을 끌 수는 없다. 조금 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출튀’를 막기 위해 인원 점검을 맨 마지막에 하고, 출석 명부를 작성하는 등의 실질적으로 정족수를 관리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알 권리를 위해 총회 현장을 생중계하는 등의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