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 낮, 한국외대는 사범대 교수들을 통해 사범대학 내의 프랑스어교육과, 독일어교육과의 두 과를 통폐합하고, 중국어교육학과를 신설하여 ‘제2외국어 교육학부’라는 학부 체제로 운영하는 구조조정안을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이는 23일 학교 본부에 의해 정식으로 공표되었고 24일 오후에는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비상 교무 회의가 있었다. 비상 교무회의의 결과, 일단의 폐과는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원안과는 다른 점이 있고 이틀 만에 결정된 사항이라는 점에서 마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의 각 과 정원은 프랑스어교육과 25명, 독일어교육과가 25명이다. 이 과들에서 각 5명, 그리고 영어교육과에서 5명씩 인원을 감축하여 중국어교육과를 신설하고, 프랑스어교육과, 독일어교육과, 신설될 중국어교육과를 통합하여 학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본부의 원안이다.

이에 사범대 학생회는 해결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23일 사범대 비상 대표자 회의를 진행하였다. 한국어교육과에서는 확대운영위원회를 열어 자체적으로 5명의 정원을 감축하여 중국어교육과의 정원을 20명으로 확충하는 것을 의결하고 24일 오전의 교수진들과의 회의를 통해 이를 확정지었다. 이는 학교 측이 중국어교육과의 정원이 20명 미만일 때는 인원이 너무 적기 때문에 학부제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주장하자, 정원을 20명으로 확충하여 폐과와 학부제를 막기 위함이다.

24일 오후에 있을 교무회의에 앞서 사범대 학생들은 정문 앞에서 학교의 일방적인 통폐합 통보를 알리기 위한 선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피켓팅을 하고 유인물을 나누어주면서 학내 구성원들에게 사범대의 사정을 알렸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사범대를 지지하며 관심을 촉구할 것을 학내에 요청했다.

 

 정문에서 진행된 선전전 모습 ⓒ외대총학 페이스북

24일 오후에 열린 비상 교무회의에서는 원안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사범대의 학생들과 교수진이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각 과에서 5명씩의 정원 감축과 학과제 유지를 요구하자, 학교에서는 ‘입결’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안은 상대적으로 입결이 높다고 여겨지는 한국어교육과와 영어교육과에서는 각각 1명, 2명씩 줄이고, 프랑스어교육과와 독일어교육과에서 7명씩 줄여 중국어교육과를 정원 17명의 학과로 만들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처음 학교 측에서 주장한 “20명 미만일 경우 인원이 너무 적어서 학과 운영이 힘들다” 라는 말과는 조금 다르다. 이사회에 문제가 넘어갈 경우 학부제 대신 계열제 운영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우려가 있기도 하다.

일단의 폐과와 학부제 운영은 막았지만 이틀 만에 통보 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교수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결이나 학교 발전만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학생들은 교무회의 이후에도 중앙운영위원회, 비상 회의 등을 통해서 추후의 행보를 논의할 예정이다. 


교무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의 피켓팅 모습  ⓒ외대총학 페이스북

사범대 학생들은 이러한 구조조정안이 아무런 사전 회의 없이 비민주적으로 통보되었으며, 이틀 만에 과의 존속을 결정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어교육과 14학번 학생은, “이미 학교에서 LD학부(Language&Diplomacy의 약자로, 외교와 언어학에 특성을 둔 2014학년도의 신설학부, 설립 당시 기존의 정치외교학과, 자유전공학부와 마찰이 있었다) 같은 일을 막무가내로 처리한 적이 있었다고 들었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빈 껍데기 같은 신설학부가 만들어질 것 같다” 고 걱정을 전했다. “프랑스어교육과는 1969년부터 있었던 학과인데, 이를 이틀 만에 없애겠다는 통보를 하고선 중국어 교육이라는 대세를 따르면서 실질적인 운영에는 책임지지 않을 것 같다” 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어교육과의 10학번 박나래 씨도 학부제 통합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어떤 폐해가 생길 지의 문제 이전에, 학문간의 유사성이나 교수법이 다른 학과들을 묶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어는 게르만어, 불어는 라틴어라는 분명히 다른 근원을 갖고 있는데 이를 학부로 묶어서 교육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어요”. 박나래 씨는 학교 측에서 교원 임용 고시의 TO(정원)가 나지 않다는 것을 빌미로 사전 논의도 없이 학과들을 통폐합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