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만화를 드라마화 하는 것은 자전거 보조바퀴를 다는 것과 같다. 초반엔 전작 만화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이후엔 같은 이유 때문에 인기를 얻기가 쉽지 않다. 좋든 싫든 원작의 영향력 안에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작품이 끝날 때까지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떠안게 된다. 그래서인지 만화를 극화한 작품들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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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드라마 ‘미생’

 

드라마는 이번 화를 통해 다음 화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반짝 흥행 요소만으로는 시청률을 이어가기 어렵다. 그러한 점에서 미생은 여러모로 대단한 행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 1.6%이던 것이 5회에는 4.6%까지 올라섰다. 6회에는 3.7%로 주춤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만화적인 요소는 줄이고 드라마적인 것은 늘렸다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드라마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웹툰 미생이 드라마화 되는데 어려운 점으로 꼽힌 독백 문제를 얼마간 해소했기 때문일 것이다. 웹툰 미생은 독백이 많은 편이다. 주인공 장그래는 계속해서 자신의 내면을 독백을 통해 보여준다. 이외의 인물들도 대화보다는 자신들의 독백을 통해 캐릭터를 구축한다.

 

드라마에서는 독백이 자주 등장하면 지루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드라마화의 과정에 있어서 독백의 감소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드라마 미생은 내레이션을 장그래 위주로 진행한다. 또한 독백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바둑 이야기도 쳐내면서 독백 양을 확실히 줄여버렸다.

 

단순히 쳐내기만 했다면 매력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미생은 드라마적이기 위해 갈등관계를 구성하였다. 1회에는 장그래가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다른 인턴들에게 무시를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웹툰에서 낙하산 설정은 스펙 없는 장그래가 인턴으로 취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설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낙하산 설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평범함 속에서 피어나는 인물들

장그래가 입사한 곳은 보편적이지 않다. ‘상사맨’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직종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역이라는 소재가 아니라 상황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생기는 불협화음, 주변 사람들의 텃세, 어리버리함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나 드라마에서 장그래가 낙하산 인턴이라는 점은 핵심적이다. 능력 없고 가장 말단이라는 점에서 사내에서 가장 미천한 존재로 만든다. 드라마는 이런 그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한 발짝씩 나아가는 모습을 화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5화에서 등장한 직장에서의 여사원 이야기가 심금을 울렸던 것도 직장에서 있을만한 상황을 현실과 비슷하게 재현해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미생은 이렇게 누구나 공감할만한 에피소드를 구성한다. 이와 동시에 각각의 등장인물마다의 특별하지는 않지만 공감할만한 성격을 구축하면서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게 된다.

 

드라마 미생이 회를 거듭하면서 완성도 있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초반의 성공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가진 것 없는 인턴, 장그래의 성장담과 함께 주변인물들 각각 매력을 가진 직장인 드라마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