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하지만 입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될 수 있으면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고, 이 때 주요 언론사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대학평가’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학을 단지 몇 개의 기준 – 취업률, 교수 연구 비중, 재정 상황 – 등으로 평가하여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것은 과연 정당하고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함20 대학팀에서는 대학평가의 현 모습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먼저 대학평가의 역사와 문제점 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대학평가를 발표하는 주요 언론사 조‧중‧동의 대학평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보았다.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원래 창간 기념 사업에서 시작됐다. 중앙일보에서는 1994년부터 창간 기념사업을 명목으로 대학평가를 시작했다. 이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목을 추가 또는 변경하기도 하며 시대에 맞춰가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대학평가의 목표를 교육 수요자에게 올바른 대학 정보를 전달하고, 대학들의 경쟁을 유도하여 발전을 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에서 내린 대학평가는 수험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대학과 관계없는 사람들과 정부 및 기업의 사람들까지 모두 집중하게 만든다. 그만큼 다른 언론사에 비해 사회에 파급력이 가장 높은 평가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미 정보 전달과 경쟁 유도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여론이고 사회 지표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파급력만큼이나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2013년을 기준으로, △교육 여건 및 재정(90), △교수 연구(100), △국제화(50), △평판 및 사회진출(60)의 네 가지 지표를 합하여 총점 300점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지표에는 평가의 내용이 되는 세부 항목들이 있으며, 항목에는 가중치가 부여되어 합산된다. 그 합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방식이다. 이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대학의 학문 연구 기능과 교육을 중시하고, 아웃풋과 세계화 시대에 대한 고려까지, 하지만 조금씩 살펴본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대학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지표들


우선 지표의 세부 사항들이 과연 그 항목의 평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지가 모호하다. 대학을 평가한다는 것은, 대학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다. 계량화될 수 없는 질적 측면을 계량이 가능한 양적 수치로 바꾸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의가 필요하다. 적절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계량이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보기 힘들다.


2006년 이후 대학평가에 추가된 ‘국제화’ 지표를 보자. 이는 세계화 추세에 맞춰 한국의 대학이 국제화, 국제 교류에 힘써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국제화 항목을 이루고 있는 평가 항목 중에는 당연히 외국인 교수 비율, 영어 강좌 비율 등이 있다. 이 비율은 무조건 ‘충족’만 시키면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강좌의 내실을 생각하지 않고 영어 강좌를 늘리고, 외국인 교수를 채용한다. 또 다른 항목인 외국인 유학생의 다양성,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 등을 보면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과연 학교에 외국인 학생이 많고 이들의 출신 국가가 다양하다는 것이 국제화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를 파악하기 힘든 지표들이다.


 또한 평판 및 사회진출 지표의 구성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를 구성하는 항목에는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 기부하고 싶은 대학,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학 등 주관적인 기준에 의거한 항목들이 가득하다. 특히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 항목의 경우, 답변자는 국내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사담당자와 정부 부처의 인사담당자라고 제시되어 있다. 평판과 사회진출을 통해 대학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도 모호하고, 이러한 평가 지표 안에 기업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냥 넘기기도 힘들다.


교수 연구 지표 역시 문제가 크다. 이 중 특히 교수의 연구비 항목은 교수의 연구, 실력보다는 금전적인 측면과 더 관련이 깊다. 이러한 금전적인 지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학교의 재정 상황이 된다. 곧 이 지표가 높다고 해서 학문과 연구의 질과 연계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것이다. 또 국내 논문, 국제 학술지의 논문 피인용 역시 교수가 진정한 수업의 질 향상, 수업과 학문 연구에 힘쓰기보다는 대학의 순위를 위해 논문을 ‘찍어내듯’ 발행하도록 하는 주 원인이 된다.

 

중앙일보의 2013년 대학평가 ⓒ중앙일보

 

계열 기업 ‘삼성’ 띄워주기로 인해 허울뿐인 대학평가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경우 특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기도 하다. 한겨레에 실린 한신대학교 김종엽 교수의 칼럼에서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학교가 조금씩, 지속적으로 순위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96년 처음 대학평가가 시작된 이래로 성균관대는 처음의 10위권에서 2013년엔 단독 3위까지 올라갔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각 지표에 가중치를 곱해 합산하고 있기 때문에, 공학 연구와 교육 여건 등에 강점이 있는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일반적인 종합대학보다 높게 평가된다. 그러한 특수대학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종합대학 1위가 성균관대라는 사실은 중앙일보의 대학평가가 ‘삼성’과 연관되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성균관대 의대와 삼성의료원에 소속된 의료진들 중 성대 출신이 아닌 비전임 교원들의 논문과 연구 실적까지 포함하여 교수 연구 지표의 점수를 높였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는 명백히 정당한 자료 산출 방식이 아니다. 이렇게 의료 분야의 실적을 속이는 ‘꼼수’를 통해 삼성과 연관된 성균관대의 순위를 올렸지만,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를 한층 더 믿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대학평가 보고서] 시리즈

언론사는 대학을 평가할 자격이 있을까

가장 오래됐으면 믿을 수 있나? 중앙일보

‘취업 지원’ 위주의 대학평가? 여전히 의미없는 분석, 동아일보

해외기관과 손잡아도, 반쪽짜리 조선일보 대학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