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하지만 입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될 수 있으면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고, 이 때 주요 언론사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대학평가’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학을 단지 몇 개의 기준 – 취업률, 교수 연구 비중, 재정 상황 – 등으로 평가하여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것은 과연 정당하고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함20 대학팀에서는 대학평가의 현 모습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먼저 대학평가의 역사와 문제점 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대학평가를 발표하는 주요 언론사 조‧중‧동의 대학평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보았다.

 

조선일보는 1994년 중앙일보에 이어 두 번째로 2009년경에야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언론사 대학평가에서는 후발주자였던 셈이다. 이미 탄탄한 입지를 갖춘 중앙일보에 대항할 한 방이 필요했다. 맨몸으로 뛰어드는 대신 ‘세계대학평가’로 유명한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를 앞세웠다. 국내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우물 안 개구리’ 평가에서 벗어나, 아시아권 대학 전체를 평가하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조선일보는 매해 5월에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를 지면에 대대적으로 싣는다.

 

2014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 20위. ⓒ 조선일보

 

타임즈에 차인 QS, 조선일보와 손잡다

 

대학평가기관 QS가 언론사와 협력해 대학 순위를 발표한 것은 사실 조선일보가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2004년부터 영국 일간지 타임즈(The Times)가 QS와 협력해서 대학평가를 발표한 적이 있다. QS가 자료를 수집하면 타임즈가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6년 만인 2010년, 타임즈는 QS를 차버리고 돌연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 톰슨-로이터스(Thomson-Reuters)와 손을 잡았다.


타임즈가 QS를 포기한 이유는 ‘설문조사 비중이 너무 높은 데에 비해 떨어지는 신뢰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QS는 평가 모델을 수정하자는 타임즈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타임즈는 “QS가 학계 평가(40%)와 졸업생 평판도(10%)로 전체 평가의 절반을 설문 조사로 평가하는 데 반해, 응답자 수가 너무 적어서 신뢰하기 어렵다. 또한 그들의 국가별 응답자 분포도 전반적으로 치우쳐져 있다”며 QS 조사 방식의 공신력 문제점을 밝혔다.

 

 
전체 평가의 40%가 설문조사,

응답자 따라 전혀 다른 결과 나와 객관성 문제

 

QS에 평가를 위탁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상황도 타임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전체 평가의 40%(학계 평가 30%, 졸업생 평판도 10%)가 설문조사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지표는 전 세계 학자와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받은 이메일 답변을 토대로 한다. 올해 평가에 참여한 학자는 4만 3,000여 명, 기업 인사 담당자는 8,000여 명이다. 초기 2009년엔 학자 2,417명, 기업 인사담당자 734명이었던 것에 비해서 전체 응답자 수는 매우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타임즈가 지적했던 ‘신뢰하기 어려울 만큼 적은 응답자 수’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설문평가 방식이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 없다. 조선일보는 전 세계 학자에게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탁월한 아시아 대학을 자국 내에서 최대 10곳, 자국 밖에서 최대 30곳까지 꼽아 달라’고 이메일을 보낸다. 또 인사담당자에게는 ‘전 세계 기업의 인사 담당자 734명에게 유능한 사원들의 출신 대학을 최대 30곳까지 꼽아달라고 해 응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평가자들이 한국의 대학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또 공정하게 대학을 선발했을지 의문이다.

뉴스위크의 보도를 따르면 2011년 대학평가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이미 검증된 대학정보 공시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공정성이 확보된다. 하지만 다른 평가기관들의 경우엔 대학이 자체적으로 제출한 자료기 때문에 검증할 방법이 없다”며 대학평가에 사용된 데이터의 객관성에 대한 의문을 밝혔다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의 4개 평가 분야와 9개 지표. ⓒ 조선일보

 

연구 많이 하면 무조건 좋은 대학?

 

현재 조선일보 대학평가의 세부 지표 구성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조선일보 대학평가 영역은 △연구 영역 60% △교육 여건 20% △졸업생 평판도 10% △국제화 10% 등 4개 분야로 구성됐다. 한눈에 봐도 ‘연구 영역’ 부분이 절반 이상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처음부터 연구 성과에 중점을 둔 대학평가라는 차별성을 가지고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대학의 학문적 성과와 평판이 좋아야 우수 교수와 학생들이 몰려들고, 교육 수준도 자연히 높아진다”며 연구 능력에 높은 비중을 둔 이유를 밝혔다. 올해 조선일보 대학평가를 보면 연구 영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학교는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과 ‘포스텍’이다. 이렇듯 이공계 특성화 대학은 논문 성과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연구 능력을 특화한 평가 방식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유럽대학연합(EUA)도 ‘국제대학 순위평가와 그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학평가에서 ‘연구 능력’을 ‘교육 수준’보다 중요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럽대학연합보고서는 “대학평가들이 ‘연구’를 ‘교육’보다 많이 반영하는 등 단순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연구기관’이 어디인지를 가려내는 단순한 기준만으로 대학의 실력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작 중요한 ‘교육 수준’은 ‘교원 대비 학생 수’로 퉁치기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교육 여건(20%)은 ‘교원 대비 학생 수 비율’이라는 한 가지 지표만으로 계량화한다. 문제는 이 지표가 정말로 대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가이다. 조선일보는 “학생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대학일수록 교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교원이 많으면 학생들이 더 밀도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종남 서울대 기획실장은 조선일보 칼럼에서 “조선일보 대학 평가를 비롯한 국내외의 많은 평가에서 교수·학생 비율에 가중치를 둔다. 이것은 ‘고비용 대학’에 유리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하며 교원 대비 학생 수 비율이 이른바 돈 많은 대학을 선발하는 지표일 뿐이라고 말했다.


재정적으로 넉넉한 대학이 조선일보 대학평가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지난 2011년, 조선일보는 “올해 평가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포스텍·성균관대·중앙대 등 기업이 운영하는 대학의 상승세다. 국제 평가에서 모(母)기업과 대학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에게만 너무 자랑스러운 대학평가, 우리는 “안궁 안물” 


“총장이 학생들에 ‘초라한 성적표’ 사과… ‘본지 대학평가’ 큰 반향” 

 

지난 2009년, 조선일보는 대학평가를 시작하자마자 자랑스러운 기사를 지면에 실을 수 있었다. 중앙대 박범훈 총장이 “조선일보·QS 평가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거둔 데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전교생에게 사과의 이메일을 보냈다는 기사였다. 뒤이어 건국대, 동국대, 서강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도 조선일보의 대학평가를 위한 대책 회의를 서둘러 열었다는 내용이 뒤따랐다.


언론사들은 대학평가 결과를 매년 자사 지면에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대학평가 서열에 대한 긴장감을 조장하는 기사도 함께 내보낸다. 이런 자극적인 보도로 인해 결국엔 대학은 언론사가 발표하는 ‘줄 세우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학평가의 순기능은 대학 스스로 약점과 강점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에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좋은 등수를 받기 위해 교직원들이 대책 회의를 열었다는 내용을 자랑스럽게 보도하는 것이 과연 대학에 얼마나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언론사가 해야할 일이 진정 대학평가인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대학평가 보고서] 시리즈

언론사는 대학을 평가할 자격이 있을까

가장 오래됐으면 믿을 수 있나? 중앙일보

‘취업 지원’ 위주의 대학평가? 여전히 의미없는 분석, 동아일보

해외기관과 손잡아도, 반쪽짜리 조선일보 대학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