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학생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대학을 꿈꾸며 고함20이 고함대학교를 설립했다. 고함대학교는 기존 대학에서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에 대해 철저하게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성적, 취업률, 등록금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넘어서 학생들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고함대학교는 우리의 이러한 계획을 학칙으로 구체화해 대학생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러한 우리의 학칙이 현실의 대학에도 반영되기를 바란다.


학내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홍명교의 책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 에서 그들은 ‘유령’으로 묘사된다. 그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학생들에게도, 교수들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늘 학생과 교수들이 학교에 오는 시간보다 일찍 나와 청소를 하고, 학생과 교수들이 가고 나서야 청소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거나 쉴 때도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학교의 구석에서 숨어 있다.


이처럼 학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분명히 좋지 못하다.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용역 및 하청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학교에서는 하청업체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 고개를 돌리고, 하청업체에서는 원청인 학교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 모른 체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정당한 노동권과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보장되는 것은 아직도 먼 일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1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사업주가 소속된 노동자들을 위해 위생시설과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장소를 제공하거나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그러한 법에도 불구하고 청소 노동자들이나 경비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공간은 대부분 너무 좁거나 불편하다. 휴게실이 있더라도 이들의 공간은 자주 침해된다. 2013년 여름,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에서는 학내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에 설치된 에어컨을 경제상의 이유를 들어 차단하여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학내에서 이들의 제대로 된 공간과 휴식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학내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노동 조건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것들은 대부분 학교가 아닌 대학생들이었다. 홍익대의 경우 이미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과 많은 연대를 이루었으며, 단순한 휴식과 노동권 보장을 넘어 그들과 ‘손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미술 공부와 자체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 또 중앙대에서도 작년부터 학생들이 ‘비와 당신’이라는 이름의 청소노동자 서포터즈를 발족하여 노동권 보장을 위한 선전 활동, 컴퓨터 교실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중앙대학교 비와당신 페이스북 페이지



이제 그러한 학생들의 자체적인 활동을 넘어 학교 당국에서 직접 공간을 지원하고 보장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고함대학교는 학생뿐만이 아니라 학내 모든 구성원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한 일환에서 학교의 구성원인 학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복지를 위해 직접 나서 ‘학내 노동자의 휴게 공간 내실화’를 주장한다.


먼저 최소한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각 건물마다 하나의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할 것이다. 각 건물이 아닌 주요 건물에만 작은 휴게실을 설치하는 것에서 넘어, 학교의 모든 건물에서 실질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공간의 조건은 적절한 채광, 면적, 냉난방 시설 등 실질적인 휴게 및 휴식 공간으로서의 조건을 지녀야 한다. 형태는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계단 밑의 다락방 같은 공간, 창고나 보일러실을 개조한 곳 같은 형태가 아닌, 강의실을 개조하거나 휴게 용도로 쓰이는 ‘방’이어야 한다.


또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간 내에서 실질적인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적절한 온도의 냉‧난방, 충분한 의자와 소파 등 앉아서 쉴 수 있는 곳 제공, 기타 휴식에 필요한 물품이나 물품 구입비 지원 등을 제공할 것이다. 그들이 ‘유령’이 아닌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는 사람이길, 그리고 그렇게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한 학교, 학생을 위한 길이라 고함대학교는 믿는다.


제 0 장 학내 청소노동자의 실질적인 휴게 공간 보장

제 1 조 이 학칙의 목표는 학생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학내 구성원이기도 한 학내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보장하여 전체적인 학내 공간의 질 향상에 있다.
제 2 조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을 각 건물에 1개소씩 설치하고, 휴게실 안에서는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이나 물품 구입비 등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