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정치권이나 언론을 통해 자극적으로 느껴졌던 비정규직의 어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무감각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흔한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취업 인구의 10명 중 8명이 비정규직 노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의 삶과 직결됨에도 본인은 자신의 문제임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8일, 9일 서대문구 필름포럼에서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 주최 노동인권영화제 ‘悲정규직’이 열렸다. 영화는 <10분>, <니가 필요해>, <카트>, <외박>,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되었다.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가 영화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고함20이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 양지윤 기획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

이번 노동인권영화제의 주제를 비정규직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였지만, 그 정책은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정책이었습니다. IMF 전에도 비정규직은 여전히 존재 했지만, 비정규직 용어를 쓰면서 투쟁을 시작한 것은 97년도 IMF 이후였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문제는 해결이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비정규직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입니다. 일부 노동계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웁니다. 서대문 근로자복지센터는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일부 노동계가 아닌, 전 국민이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다시 환기하는 차원에서 흔해졌지만 그래도 비정규직에 대해 주제를 잡았습니다. 

포스터를 보시면, 제목 비정규직에서 비는 悲(슬플 비)입니다. 원래 비정규직은 非(아닐 비)입니다. 하지만 저희 노동인권영화제는 悲(슬플 비)로 해서 비정규직은 슬프다는 것을 표현하였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5개의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선정 기준이 무엇이었나요?

저희가 처음에 선정한 영화는 약 30편이 넘었습니다. 한국 노동관계 속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객관적으로 담은 영화를 기획단에서 회의 후에 추렸습니다. 총괄적으로 한국의 노동관계에서 비정규직의 실상을 가장 잘 보여 주며, 그중 가장 리얼한 다큐영화와 극적인 효과가 있는 드라마를 선정했습니다. <10분>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니가 필요해>의 경우 ‘노동 운동에서 노동자들이 모두 승리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부분 노동자는 이기지 못합니다. 그 속에서 노동조합은 왜 만들고, 비정규직이 왜 개선되어야 하는지 의미를 강하게 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카트>와 <외박>은 같은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GV(관객과의 대화)가 상반되었어요. 같은 영화인데도, 시각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담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영화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상영한 이유는 영화 개봉 이후 결론이 난 게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환경이 바뀌지도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을 떠나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거대 자본과 약자인 노동자의 관계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영화제가 개최될 때 계속 함께하고 싶습니다.  

특히 또 하나의 약속의 실제 유가족인 정애정 님과 함께한 영화 GV가 유쾌하고, 인상이 깊었습니다. 

정애정 님의 삼성반도체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7년 동안 받은 고통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분은 투쟁이 신념이 되고 삶이 되었습니다. 그분 자체가 성격이 유쾌한 부분도 있지만, 가족을 잃었는데 무엇이 잃을 게 있겠습니까? 그래서 정애정님은 GV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표출했고, 웃음으로 승화했습니다. 어떤 관객은 영화가 끝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영화가 생각나서 너무 힘들 것 같았는데, GV를 보고 난 후 피해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는 분도 있습니다. 

서대문 근로복지센터에서 노동인권영화제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지역 단위의 노동영화제는 많지 않습니다. 전국 단위로 보면 많지만, 문화 사업의 경우는 전국 단위가 아니라 마을 도서관처럼 마을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경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국 단위 있다고 해서 서대문구 주민들이 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대문구 노동 인권 영화제가 서대문구에서 열리는 이유는 지역 주민들에게 노동 감수성을 쉽게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노동인권영화제 1회 때는 무슨 주제로 영화제를 진행 했는지 궁금합니다.

1회 때는 노동인권영화제가 아닌, 청소년 노동 영화제였습니다. 청소년에 접근하여 ‘노동과 삶’, ‘직업과 삶’과 같은 주제로 영화제를 개최하였습니다. 올해 같은 경우는 노동인권영화제 기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 노동인권영화제라는 기조를 정착시켜,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영화제를 개최하는데 어려운 점은 있었나요?

문화제를 개최하는데 많은 예산이 투자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면서 왜 영화제에 돈을 많이 쓰냐며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동인권영화제를 주최한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의 취지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지원하는 역할이에요. 지원 범위는 법적인 부분, 교육 부분, 문화적 부분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진행됩니다. 

법적인 부분은 무료 공익 노무 상담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 부분으로는 교육장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하고 사업장에서 원하면 찾아가서 맞춤형 교육, 노동법, 인권 신장, 여성 노동에 관련된 것 등 여러 가지를 진행하고 있어요. 

문화 산업의 경우 몸 건강과 마음건강 부분이 있습니다. 몸 건강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고된 육체적 노동자, 감정 노동자들이 받는 직무 스트레스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스트레칭 교실을 엽니다. 마음 건강의 경우는 감정 노동자들을 위한 직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인권영화제 3회 계획은 있나요?

서대문구와 위탁 관계가 유지되는 한은 1년에 한 번은 영화제를 하려 합니다. 영화제를 더욱 확대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2회 때는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일반 초등학생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외국인도 왔습니다. 영화제를 더욱 확대해서 노동인권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내년에는 서포터즈를 통해 영화제를 도와주는 일 뿐만 아니라 노동계 강의도 들으면서 공감하고,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와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해 볼 수도 있도록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인권영화제의 목표가 있다면?

내적인 목표는 노동인권영화제가 1년에 한 번이니 서대문구 주민들이 가능한 많이 오셔서 적어도 한국의 노동 문제에 관해서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같은 경우는 비정규직의 처지에 대해서 사회적 공감대 불러일으키고 싶었습니다. 2회 때 많은 주민이 참여해 주셔서 호응이 좋았습니다. 

외적인 목표는 서울시나 서대문구에서 이런 의미 있는 영화제에 관심을 두고 많은 주민이 참여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들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비정규직은 정부 정책적 문제이고 지자체도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와 서대문구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노동인권영화제가 자리를 잡아서,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가 요청하지 않아도 관에서도 오히려 후원해주는 영화제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