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한 지 9개월 만에 또 한 번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지난 11월 9일 연세대 앞 필름포럼에서 열린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에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실제 인물인 정애정 씨(故 황민웅 씨의 아내)가 참석하여 영화 이후의 상황을 이야기하기 위해 관객들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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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

삼성반도체 근무 때문에 백혈병으로 숨진 직원들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해 달라는 유가족들의 투쟁은 지난 2007년부터 이어왔다. 정애정 씨는 약 7년 동안 남겨진 두 아이를 키우며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인권과건강지킴이)과 함께 거대 기업 삼성과 싸워왔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과 백혈병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로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2014년 8월 21일 법원은 항소심에서 故 황유미 씨, 故 이숙영 씨 대해 산재 인정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5명 중 3명인 故 황민웅 씨, 故 김은경 씨, 故 송창호 씨에 대해서는 여전히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끝이 보일 것 만 같았던 유가족의 투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애정 씨는 “두 가족이 승소 했고 저를 포함한 세 가족은 패소하였다. 저 같은 경우는 대법원에 상고 해놓은 상태입니다. 두 가족이 산재 인정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 삼성이 동전 앞뒷면이 바뀌듯 바뀌지는 않았다”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다

또한 “지난 5월 18일 삼성의 국민적인 사과는 하였지만, 도의적인 책임 차원의 접근이지, 산재 인정하는 사과는 아니었다. 교섭을 통해 최대한으로 죽음 규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섭이 끝나더라도 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고,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한 관객의 “삼성이 산재를 그냥 인정해주고 말지, 왜 인정 하지 않나?”는 질문에 정애정 씨는 “삼성은 돈이 없는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산재를 인정하면 삼성이 노동자들 안전 관리를 안 하였다는 것이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국민 기업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 일등 기업이 덕으로 유가족에게 선처 해준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정애정 씨는 “삼성 본사 경비들의 욕설과 강남 주민들의 시위 반대에 힘이 들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상처받았던 것들이 위로 된다”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GV 현장이 끝난 후, 관객들은 영화에서 나타난 힘겨웠던 투쟁 과정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이야기한 정애정 씨를 쉽게 떠나가지 못했다. 관객들은 정애정 씨와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하며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유가족의 마음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