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 상영작 중 하나인 <10분>은 비정규직 청년의 꿈과 삶을 그린다. <10분>은 청년들에게 ‘꿈을 꾸라’고 말하던 사회가 정작 꿈을 실현할 시기가 되자 ‘꿈을 버리도록’ 만든다는 점을 지적한다. 호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청년들의 이야기다. 청년들이 꿈을 가지고도 꿈을 버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 영화<10분>을 함께 보도록 하자.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

청년 10명 중 7명은 비정규직형태의 노동을 하고 있다. 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자다. 올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45만3000원으로 정규직 임금(260만4000원)의 55.7% 수준보다 턱없이 적다. 그런데 비해 청년부채는 1401만원에서 1558만원으로 1년간 11.2% 늘어났다. 비싼 등록금 등을 감당할 수 없는 가구들이 20대 대출을 많이 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취업이 되지 않거나, 비정규직으로 적은 월급을 받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돈을 벌고 돈을 갚아야 하는 순환의 틈바구니에서 청년은 꿈을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당장 빚 청산위해 입금해야 할 돈이 급한 청년은 그저 바닥을 보고 달릴 뿐이다. 하늘을 보며 꿈을 생각할 시간, 그런 거 없다.


꿈을 꾸던 청년 호찬은 꿈을 꿀 시간조차 잃어버린다. 꿈 꿀 생각을 이내 단념했다. 성실한 청년인 호찬은 한국콘텐츠센터에서 인턴을 하며 변화한다. 호찬은 꿈에서 깨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한다. 돈이 없어 길바닥에 나 앉을 수도, 그렇다고 굶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어렵게 꿈을 포기했다. 그런데 호찬의 자리에 센터 장의 줄을 타고 한 여자가 들어오게 된다. 이때부터 호찬의 눈은 유독 빨갛다. 정규직과의 월급차이가 눈에 보인다. 정규직 동료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버릴 수 있다’는 불안함에 그의 표정은 굳어만 간다. 

정규직 사원들이 통유리로 된 회의실 안에서 여유롭게 티타임을 즐기는 중이다. 비정규직, 호찬은 유리창 밖에 앉아있는 자신보다 정규직인 그들을 바라본다. 멍하게. 눈은 여전히 붉다. 영화<10분>은 대놓고 묻는다. ‘비정규직 청년으로 살아남는 것도 벅차다. 뭐? 꿈?’ 

청년에게로 경제적 지위가 이동된다는 것


청년 세대의 부모님들은 이제 은퇴할 시기다. 베이비붐 세대를 거쳐 부지런히 일을 해온 부모님 세대에서는 ‘나이’가 찼으니 ‘일을 그만둔다’는 개념은 없다. 부지런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일한다. 이렇게 하나 둘, 자영업으로 뛰어들더니 이내 자영업자 수는 572만 명에 다달았다. 이들이 가진 개인가구 부채가 약 9000만원에 달한다니, 빚을 낳고 있는 셈이다. 

호찬의 부모님도 은퇴했다. 자식의 교육을 담당할 돈이 없는 호찬의 부모님은 고3인 호찬의 동생 학원비마저 몇 달 째 연체중이다. 이 소식에 생은 하염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저 “꿈은 빨리 취직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적은 인턴 월급으로 빚을 함께 갚을 수 있음에 안도한다. 출근하는 아들의 겉옷을 깨끗하게 털어주는 어머니는 아들을 쉽사리 바라보지 못한다. 


은퇴 후, 부모님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한정 되어있다. 경비원, 식당 주방일, 보험판매 등 일을 해보려는 부지런한 부모님 모두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지위가 변경된다. 동시에 한 가구의 경제력도 이동했다. 청년에게로 경제력이 집중되고 곧 한 가구의 사활을 책임지게 된다. 어깨가 무거워지지 않는가. 벌지 않는다면 나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굶주릴지도 모를 일이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빨간 딱지가 집안 곳곳을 붙을 수도 한다. 영화<10분>은 이젠 선택하라고 한다. “꿈을 포기해. 정직원 제의받으면 어떻게 할 거야? 정직원인데 꿈이 더 소중해?” 팀장은 결정까지 10분을 주겠다며 방을 나선다.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째깍 째깍 시간이 가는 소리는 영화관을 울린다. 호찬의 마음처럼 카메라마저 흔들린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이런 현실에도 당신은 꿈을 꿀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