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예술적인 방식으로 발언하는 것


 


1호선 끝자락 인천역 1번 출구. 차이나타운을 지나 쭉 걸어오면 된다는 안내를 듣고 걸었다. 하지만 보이는 건 그물을 꿰는 아저씨들과 경찰서뿐이었다. 고개가 아플 정도로 주변을 한참 둘러봤다. 빨간 벽돌 건물들 가운데 텅 빈 넓은 공간, 간격을 두고 걸려있는 전시 현수막을 겨우 발견했다. 투박한 철조물들로 이어진 빨간 벽돌 건물들 사이로 공사현장에 있을 법한 노란 플라스틱 바리케이드가 널려있는 것이 먼저 눈에 띄었다. 
 
‘우리는 눈에 띄어야만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노란 플라스틱 바리케이드의 작품명이다. 이 작품은 보행자에게 접근을 막는 용도인 바리케이드를 이용해, 곤충을 유혹함으로써 생존해나가는 꽃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널브러져 있던 꽃의 모습에 무력해져 전시관으로 발을 옮겼다. 


  


ⓒ정기훈, 발언석


“대화가 필요한 사람은 발언석을 들고 말하시오” 힘이 있는 자만이 발언할 수 있는 자리. 작품 ‘발언석’이다. 인천 아트 플랫폼 전시 ‘발언’에 가장 적합한 작품 중 하나이다. 체험형 작품인 발언석을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몹시 무거웠다. 발언의 무게를 직접 느껴봄이 어떤지 권유해본다. 
 



ⓒ노기훈, 화장


5.18 여성 희생자의 사진을 강남 성형미녀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작품이다. 캔버스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캔버스 조각들. 그리고 성형하기 전 팬으로 도안을 그리듯, 고칠 부분들을 그려나간다. 쌍꺼풀은 굵고 진하게, 애교살은 더 도톰하게, 코는 더 오똑하게. 과거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그녀는 강남 성형미녀로 변해있었다. 5.18의 역사적 아픔을 겪은 80년대 젊은 세대의 모습이 현대의 성형미녀로 변화하는 모습. 그들이 갖고 있던 아픔을 성형으로 하여금 지워내려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했다.




인천 아트 플랫폼의 전시 ‘발언’의 작품들을 들여다보았다. 예술이 담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을까. 어떤 주제건 예술로 하여금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예술이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담은 예술가의 ‘발언’ 공간, 인천 아트 플랫폼이 더 궁금해진다.


 




구도심 재생 산업의 좋은 예, 인천 아트 플랫폼  


 


인천 아트 플랫폼은 인천 구도심 재생사업 일환으로 개항기 근대 건축물을 매입해 만든 문화 예술 공간이다. 일반 전시관과 다르게 입주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결과물을 전시한다. 몇몇 문화재단을 주축으로 이와 같은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문화 공간 조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김미성 미술관 매니저는 서울을 기반으로 작업 활동을 하던 예술가들이 인천 일대에서 작업을 시작하면서 공방과 작업방, 갤러리 카페를 만들어 문화 공간 조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변 옛날 건물들을 이용해 박물관들이 하나 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에 예술가들의 창작 지원과 동시에 문화 공간을 만듦으로써 주변 지역의 활성화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점차 일반 사람들의 눈에 띄고 있는 것이다. 급격히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예술가들의 공방, 카페, 박물관개관 등 일반 사람들이 찾아올만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로 지역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차이나타운 근처 인적 드문 거리에서 새로운 문화 거리로 




인천 아트 플랫폼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나, 차이나타운을 찾은 초중학생들이었다. 방문한 날에는 소규모로 전시관에 찾아온 근처 대학교 건축학과 학생들과 관람중인 몇몇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일행에게 작품을 설명해주던 도슨트에게 매번 오늘처럼 사람이 많았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차이나타운을 찾은 사람들이 전시관이 있는 것을 보고 방문하기도 하고, 기존의 방식과 다른 작품을 보고 이게 예술이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고 김미성 매니저가 말했다. 걱정 어린 시선으로 어려움을 물었지만 그녀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예술이 특정 계층만이 즐기는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란 인식이 자리 잡길 바란다며 덧붙일 뿐이었다. 지역 발전 사업으로 주민들과의 문화 소통을 넘어, 새로운 문화 거리로 변모하여 즐길 수 있는 예술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공간이 인천 아트 플랫폼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