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일정에 맞춘 대학, 중고등학교 입학설명회는 흔하다. 그렇다면 학교 바깥을 이야기하는 자퇴설명회는 없을까? 지난 11월 29일, 대학로에서 2015학년도 ‘자퇴설명회’가 열렸다. 이 설명회는 인터넷 카페 ‘세상이 학교인 자퇴생들’에서 활동중인 자퇴생들이 준비했다.

 

행사를 주최한 김가현씨는 중학교 자퇴 2년차 청소년이다. 그는 학교가 자퇴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퇴설명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3때도 미진학한 학생들은 후배들에게 조언하러 오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진로나 진학에 대해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온다.” 10대 청소년에게 진학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경로로 강요된다. 예를 들면, ‘요리를 하고 싶다’는 의지에 대한 대답으로 관련대학 학과 혹은 학교가 제시되는 식이다. 그는 “왜 학교에서는 진로와 진학을 혼재해서, 동일한 의미로 쓰는지 궁금했다. 왜 자퇴는 진로를 위한 선택으로 존중받을 수 없는지 의문이 들었고, 불확실하긴 하지만 그 대답을 준비했다”고 자퇴설명회를 소개했다.

 

 90

 

ⓒ 자퇴설명회 포스터

 

 

 

청소년에게는 자퇴를 한 선배들은 ‘도시전설’처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자퇴생의 선례를 설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렵다. 가현씨는 사람들은 아직도 자퇴생 하면 ‘서태지’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서태지 이야기를 안 들어본 자퇴생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2014년이다. 나는 17세의 자퇴생이다. 그 사이에 과연 자퇴생이 없었을까? 이 세대 간극을 메울 자퇴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선택을 선택으로 존중받기

 

청소년은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도 선택을 행할 수 있는 존재일까? 책임은 누가 질 수 있을까? 자퇴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청소년들은 부모님을 비롯한 보호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가현씨는 “‘왜 나를 사랑하는 부모님은 내 자퇴를 걱정할까?’ 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자퇴생도 모교에 자신의 경험을 설명해주러 오지 않고, 선생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자퇴에 대한 이미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도 짚었다.

 

자퇴생은 곧 ‘위기청소년’이라는 사회의 편견은 굳건하지만, 그래도 변화는 있다. 올해 5월 제정되어 내년부터 시행되는 ‘학교밖청소년법’이 그중 하나다. 해당 법령 제 3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또한 사회가 이들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학교와 사회가 자퇴를 설명·안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업중단’ 청소년에서 ‘학교밖’ 청소년으로 명칭이 변화한 것은 큰 출발이지만, 청소년들의 학교 복귀율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패널들은 자퇴생이 자주 받는 질문 중 몇 개를 추려 ‘공식적으로’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친구를 어디서 사귀나요? 자퇴하면 외롭지 않나요?

자퇴 1년차인 이채영씨는 “학교의 친구들과 공통된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청소년의 인간관계도 SNS와 비슷한 것 아닐까? ‘페친’은 많지만 진짜로 만나는 사람은 적지 않느냐”고 웃었다. 그를 비롯한 패널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세학자’ 같은 모임이나 종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만난다고 밝혔다.

 

패널들은 사회성과 자아정체성에 대해 자퇴의 장단점을 모두 이야기했다. “혼자 있으면 왕따로 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오히려 평일 오전에 영화를 보는 등 한산한 시간을 즐긴다. 자퇴 3년차인 송혜교씨는 “외롭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자아정체성에 혼란이 왔던 것이 더 힘들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로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패널들은 특히 하루종일 한가지 고민만 붙들고 있는 것은 자퇴생에게 유리하지만, 상담선생님이 없다는 점은 어렵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98

 

Q. 부모님과 선생님 설득을 어떻게 하셨나요?

패널들은 이 질문에 자신이 세운 계획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채영씨는 “자퇴에 대한 대답은 간단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숙사에 있는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자퇴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계셨기 때문에 수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설득에 시간이 걸렸던 채영씨처럼, 자퇴를 고려하는 많은 청소년들은 심한 갈등을 경험한다. 자퇴 2년차인 손유라씨는 “저는 6개월 동안 설득을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우기기 식으로 학교를 나오게 되었다. 거의 자퇴에 임박해서 가족들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저 자퇴생이에요”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채영씨는 “자퇴를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들의 궁금증과 ‘헐 나 자퇴생 처음 봐!’와 같은 사람들의 놀라움이 있다. 왜 자퇴를 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 가지 대답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자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 부담스러워 하거나 피하려는 사람도 많다. “왜 자퇴를 했냐는 물음은 자퇴생에게는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자퇴생은 학교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이거나 술과 담배를 한다는 선입견도 있는 편이다. 혜교씨는 “재학 중인 학생들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담배를 피는 ‘자퇴생’이 아니라 담배를 피는 ‘청소년’이 있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외국 연예인들에게 김치나 싸이의 존재를 아는지 물어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Q. 학교 안가면 뭐해요? 하루 종일 놀아요? 학창시절의 추억이 필요하지 않나요?

자퇴생들은 모두 다른 하루를 보낸다. 공부하는 분야나 일하는 곳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당연하다. 가현씨는 “재학 중인 청소년들은 학교를 안 가본경험을 방학에만 겪기 때문에 자주 나오는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중학교 자퇴 3년차인 강선미씨는 “학창시절의 차이는 교복의 유무뿐이다. 학교 밖에서 배울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교 자퇴 2년차인 장예은씨 역시 “학교만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혜교씨는 “학창시절의 ‘학창’은 배움의 창이라는 뜻이다.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퇴생들 모두 학창시절의 추억을 쌓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현씨는 “학교가 만들기를 강요하는 교우관계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Q. 그래도 대학은 가야하지 않겠어요?

자퇴생에게는 ‘너네 대학 안가겠네?’ 혹은 ‘그럼 대학 가겠네?’라는 물음이 모두 편견으로 다가온다. 채영씨는 “스무살에 대학을 갈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준비하고 다닌다. 점수에 맞춰서 맞는 과에 가고 싶지 않다. 대학진학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보류한 것이다. 현재는 전공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자퇴 1년차인 L씨는 “미술학원에 가면 선생님이 다 대학생이다. 모두 대학교가 쓸모없는 곳이라고 말한다. 수업을 별로 안하고 과제만 한다고 했다. 과제로 시작하고 과제로 끝나는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유라씨는 사회가 조성하는 대학입시에 대한 압박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대학에 가야할 이유가 없다. 등록금 몇 천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그 돈이 졸업장과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녀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블루프린트 (41halftim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