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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20] 나는 장그래가 싫어요

[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회가 거듭될수록 드라마 미생의 인기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미생은 흔한 러브 라인, 재벌 2세, 출생의 비밀 없이 비교적 한국 사회의 현실을 유사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는 스펙이 전무한 검정고시 고졸 출신이지만, 성실한 성격과 신입사원답지 않은 능력으로 남녀 시청자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훈훈한 외모와 남성들에게조차 부성애를 자극하는 애절한 눈빛 또한 그의 인기의 한 몫을 더한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 혹인 신입사원인 우리는 장그래를 응원하지 않는다.


  ⓒtvN 드라마 미생

사회의 암 덩어리 낙하산

극 중 장그래는 과거 바둑 두던 시절 후견인의 청탁으로 대기업 인턴사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인턴 동료들은 장그래를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따돌린다. 결국, 주인공은 인턴들의 텃새를 극복하고 인턴 P.T 시험 최종 합격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다. 

드라마 미생은 영웅과 악당이 없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직장인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모든 일에 성실히 임하는 장그래에 대해 시기 질투하거나 무시하는 인턴 동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신을 무시하던 다른 인턴 동료들을 제치고 합격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장그래를 바라보며 시청자들은 권선징악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인턴 동료들이 장그래에 대해 가진 심정에 공감한다. 누구도 학벌 사회를 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학벌 중심인 사회에서 취업을 위해 대학 입시 후 학점, 어학 성적, 해외 연수, 자격증 등으로 20대를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렇기에 동료들이 낙하산으로 기업에 입사한 주인공에게 느끼는 무시, 질투심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우리에게 보편적일 수도 있다.

취업을 위해 누구보다 차원이 다른 양과 질의 노력을 투자한 취업 준비생들은 원래 라면은 입사 자격 기회조차 없었던 낙하산 장그래를 바라보며 좌절을 맛본다. 낙하산 인사는 뿌리 뽑혀야 할 한국 사회의 병폐임을 시청자뿐만 아니라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만, 그런 낙하산 장그래의 성공을 응원하는 대중을 바라보며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다.

예스맨은 정상, 노맨은 비정상?

장그래는 이름처럼 상사가 시키는 무슨 일이든 그래, 예스를 외치며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한다. 무슨 일이든 군소리 없이 일하는 장그래에게 영업 3팀 사수 김 대리(김대명 분)는 “사람이 왜 그래? 이래저래 예스 예스 마치 출소한 장기수 같다”며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성실한 태도에 조금씩 팀원으로 인정하게 된다.

반면 장그래의 동기인 장백기와 한석률은 끊임없이 자신의 사수에게 ‘NO’, ‘왜?’를 외치지만, 상사의 권위주의적 태도에 막혀 승리하지 못하고 결국 YES를 강요받는다. 이런 주인공의 태도에 신입 사원 시절을 겪은 시청자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한국의 직장 생활은 장그래처럼 해야 한다’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드라마 미생은 현실의 직장을 그대로 반영하여 보여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마치 직장 생활의 지침을 보여주는 것 같다. 주인공처럼 직장 생활을 해야 직장 내에서 성공할 것만 같은 미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장그래의 반만 따라가라는 직장 상사들의 농담 반 진담 반의 한 소리는 신입사원인 우리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소통을 추구하고 직장 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시된 이때 예스맨 장그래의 행동은 과거 군대식 권위주의적 직장 문화를 느끼게 한다. ‘왜?’, ‘NO’를 통한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수평적 조직 문화보다,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수평적 조직 문화가 효율적이라고 배운 우리들은 예스맨의 태도를 통해 성공적으로 직장에 안착해가는 장그래를 바라보며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신입사원 혹은 신입사원이 될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보여주는 주인공보다, 낙하산 동기를 시기하며 마음속으로라도 권위주의 직장문화에 불만을 가지는 동기가 더 마음이 와 닿는다. 그렇기에 주인공 장그래가 아닌, 완생을 향해 달려가는 평범한 우리 20대의 미생들을 응원한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5 Comments
  1. Avatar
    민족의 십일조

    2014년 12월 9일 04:21

    또 다른 측면에서 공감하게 되네요. 맞는 말씀 잘 읽어보았습니다.

  2. Avatar
    쭈니러스

    2014년 12월 9일 13:50

    공감하고 갑니다~
    미생 보면서 한편으론 의아한 부분이었습니다^^

  3. Avatar
    소녀소어

    2014년 12월 10일 06:26

    아궁!화로앞에 둘러 앉아
    꽁꽁 언 절편구워
    따뜻한 곡차한잔 나누던
    사랑채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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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시작의시작

    2014년 12월 10일 13:01

    장그래 캐릭터가 그렇죠 ㅋㅋ 재밌네요 저도 느꼈던부분입니다

  5. Avatar
    베남쏘갈

    2014년 12월 10일 15:30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회는 역시 yes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짜피 no라고 외쳐도 결국 상사말을 따라야하니까요 ^^ 글 잘보고 갑니다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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