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날씨 때문에 야외에서 못 하게 되는 것이 많아진다. 프로야구도 그 중 하나다. 시즌이 끝난 겨울이 되면 선수들은 잠시 휴식기를 갖다가 따뜻한 곳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 동안 야구팬들은 지루함과 그리움에 휩싸인다. 그들은 늘 저녁 시간이 심심해서 공허하다. 아쉬웠던 지난 시즌을 생각하며 내년에는 이 ‘발암’야구를 절대 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가도 날이 언제쯤 풀릴까 하고 기대하는 게 그들이다. 기나긴 겨울, 이들은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낼까? 야구팬인 기자의 모습과 주변 야구팬들, 야구 커뮤니티에서 수집한 그들의 삶을 관찰해보았다.


야구 팬들의 고통을 표현한 뫼비우스의 띠

 

1. 복습은 어떤 장르든지 진리, ‘명경기와 하이라이트 복습하기’

‘복습’의 사전적 의미는 이미 배웠던 공부를 되풀이해서 다시 보는 것이다. ‘팬질’ 및 ‘덕질’에서의 복습이란 다시보기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면서, 몇 번이고 다시 되풀이해본다. 보통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복습을 많이 하면서 다음 시리즈를 기다린다. 야구팬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결국은 기적적인 역전으로 이긴다는 ‘반전’을 알고 다시 봐도 이상하게 재미가 있다. 다음에 투수가 어떤 실투를 던져서 장타를 허용하고, 그 다음의 극적인 플레이와 실책으로 득점이 일어난다는 것을 다 외우고 있다. 그래도 다시 보는 게 재미가 있다니, 스포츠가 드라마라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이상한 일이다. 기자는 넥센 팬이라서 13년 시즌의 일명 ‘705대첩’ (LG 트윈스의 베테랑 이병규(9)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넥센이 역전승을 따냈다)을 아직도 가끔 보고 있다.

팁 : 명경기와 명장면은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선정한 것을 찾아보거나, 디시인사이드의 각 구단 갤러리 유저들이 골라 놓은 목록들을 참조하면 좋다.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합성 자료, 그렇지만 아무도 야구를 끊을 수 없다

 

2. 겨울의 정석은 스토브리그

프로야구 선수들의 ‘대이동’은 겨울에 이루어진다. FA 제도를 통해 선수들은 다른 팀에 가기도 하며, 잔류를 선택하기도 한다. 또 포스팅 제도를 통해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러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은 언제든지 흥미롭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겨울에 일어나는 선수들의 이동에는 ‘스토브리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겨울철 난로(스토브)가에 모여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스토브리그의 흥미로운 점은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잔류할 줄 알았던 선수가 더 많은 금액을 받고 떠난다든지, 이 정도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속칭 ‘FA 대박’을 터뜨린다. 또 금액과 큰 상관없이 팀을 믿는 마음으로 의리를 보여주는 훈훈한 미덕도 있다.

하지만 변수가 해당되는 팀과 팬들에게는 마음이 아프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삼성 팬들은 믿었던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가 한화로 떠나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롯데 팬들도 마찬가지, 꾸준한 좌완 선발이었던 장원준은 롯데가 제시한 역대 최고 금액을 거절하고, 두산으로 떠나갔다.

팁 : 중요한 계약 정보는 주로 야심한 밤을 틈타 뜬다. 스포츠 뉴스 페이지의 무한 새로고침은 필수. 정확한 정보는 아니더라도 MLB파크나 디시인사이드 각 구단에 돌아다니는 추측들인 ‘썰’을 참고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3. 야구 게임을 통해 현실을 잊어보자

야구 팬들이라면 직접 구단을 운영하는 형태의 육성 게임에 대해 한 번쯤 모두 들어보거나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벼운 게임이기 때문에 시즌 중에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비시즌 기간에는 더욱 야구 게임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각 회사마다 서비스하는 게임은 다양하지만, 구성은 비슷하다. 구단별, 연도별로 분류된 선수들을 다 모아서 강한 팀을 만드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실제 선수들과 그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능력치가 책정되어서 현실감도 있고, 팀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의 연도가 비슷해질수록 팀 전체가 강해지기 때문에 모으는 데에 꽤나 의미가 있다.

10년도 넘게 LG 트윈스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대학생은 지금 ‘94년 LG’ 세트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이자 94년도 LG의 우승에 기여한 영웅인 이상훈 카드를 아직 모으지 못했다. 현실의 야구에 지친 그는 그래서 아직도 그는 게임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곧 진짜 야구를 볼 수 있는 날도 찾아올 것이다.

팁 : 게임은 게임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게임이기 때문에 너무 몰입하거나 집중하게 되면 당연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오게 된다.

 

누구나 품는 희망, LG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 네이트 스포츠카툰 불암콩콩코믹스의 한 장면


4. 다른 ‘공놀이’에 한눈을 팔아보자 

디시인사이드의 각 야구 구단 갤러리에서는 항상 야구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떡밥’에 따라서 갤러리에 올라가는 글의 내용이 달라진다. 날마다 경기하는 야구가 없어서 떡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비시즌의 갤러리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른 ‘공놀이’다. 즉 겨울에도 할 수 있는 실내 구기 종목들을 보는 것이다.

실내 구기 종목들로는 배구와 농구가 있다. TV에서 꼬박꼬박 중계도 나오고, 경기 규칙도 어렵지 않아서 쉽게 보고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남자 선수들의 경기와 여자 선수들의 경기로 나뉘어져 있어서 선택의 폭도 넓다. 직관을 가더라도 실내이기 때문에 춥지 않고, 야구에 비해서 경기장이 좁기 때문에 박진감 넘치는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공놀이를 보면서 버티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팁 : 겨울철 실내 스포츠를 보는 지인들에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나 추천하는 팀의 ‘영업’을 부탁해보자.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팀컬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 좋다.


돌아올 계절은 돌아온다. 야구하는 봄도 언젠가 돌아온다. 야구팬들은 봄이 오면 좋든 싫든, 야구를 좋아하게 된 자신의 처지에 절망하며 야구를 보고 있을 것이다. 다시는 직관을 가지 않겠다고, 다시는 유니폼을 사지 않겠다고, ‘그깟 공놀이’에 목숨을 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구팬의 우승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휴덕은 있지만 탈덕은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