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은 마들렌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시간을 발견했다고 한다. 휴먼 오브 시리즈의 광운대학교 버전인 ‘휴먼 오브 광운Humans of Kwangwoon(이하 HoK)’의 카메라가 담아낸 사진은 마들렌 같다. 혀끝을 타고 들어와 잊고 있던 과거에 대한 감각을 살려주는 마들렌처럼 이 사진들은 우리 앞에서 여기,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자주 다니는 캠퍼스 안, 무심코 지나쳤던 타인들은 HoK의 사진 속에서 이름도 있고, 이야기도 있는 하나의 생생한 인물이 되어 ‘우리’ 안으로 들어온다. HoK의 시선은 순간을 ‘앗아가는’ 무례한 셔터보단 누구든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따듯한 스포트라이트에 가깝다.


이영탁(24) 씨는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캠퍼스 안을 돌아다닌다. 그는 ‘휴먼 오브 광운’의 운영자다(위의 사진). 휴먼 오브 000 시리즈는 뉴욕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로, 거리 위 사람들의 짤막한 인터뷰를 사진과 함께 담는다. HoK의 경우, 광운대학교 캠퍼스를 중심 배경으로 삼는다. 그리고 광운대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다룬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청소 노동자에서 산책자까지. “저희 학교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별로 없어요. 있어도 학생회 페이지나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 정도죠. 휴먼 오브 시리즈를 처음 보고 ‘나는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하면서 학교에서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학교 사람들끼리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휴먼 오브 광운은 캠퍼스 안에만 있지 않다

“얘 이름은 빵꾸인데 비에 젖을 까봐 업고 가는 거에요.”ⓒ휴먼 오브 광운(Humans of Kwangwoon)



HoK의 작업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시작된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걸어 HoK를 설명하고, 사진 모델을 부탁하고, 5-10분 정도의 인터뷰를 진행해야한다. “원래 먼저 말 거는 성격이 아니었기도 하지만 HoK 초기엔 더 힘들었어요. 제가 해놓은 게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제 프로젝트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셨어요. 인터뷰 성공률은 두명 중 한명? 세명 중 한명정도 돼요. 제 제안을 거부한 사람들에 대한 뒤끝이요? 그런 건 없어요. 좋은 일 하시네요. 하지만 전 사진은 부끄러워서 안 되겠다고 대답하는 경우뿐이죠. 매몰차게 거절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 

미리 약속한 인터뷰이는 없다. 거리의 사람들에 사전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뷰 대상을 고를 땐, 일단 겉모습부터 볼 수밖에 없어요. 뭔가 특이한 걸 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요. 예를 들면, 누가 꽃바구니 같은 걸 들고 가요. 거기엔 분명 이유가 있겠죠. 그런데 신기하게 자세히 보면 누구에게나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있어요. 겉보기엔 그냥 산책 나온 주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희 학교에서 학생회장하고 졸업 후 교직원 생활하다가 퇴직한 분이었던 경우도 있었어요.“ 

HoK의 콘텐츠는 사진과 인터뷰로 구성된다. 인터뷰를 진행했으면 이제 낯선 사람을 모델 삼아 셔터를 누를 시간이다. “사진 찍을 때 고려하는 건 딱 하나에요. 인터뷰한 내용과 인터뷰이의 사진이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 그것만 따져요. 일단 제일 좋은 케이스는 제가 인터뷰 대상을 봤을 때 상황, 그 자체로 하나의 사진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에요. 그게 아니면 제가 구도나 포즈를 잡아줘야 되는데 그 작업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그 순간만큼은 프로라고 생각하죠. 제가 프로는 아니지만 제가 부끄러워하면 그 사람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프로처럼 자신감을 갖고 작업해요.”


사진 찍을 땐 너도 나도 프로처럼! 

“여기서 보이는 자취방에 친구가 살고 있거든요. 맨날 지나가다 심심하면 도촬하는 컨셉으로 사진 찍어서 보내고 그랬었어요. 

친구 놀리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 못하니까 아쉽네요. 마지막으로 장난치고 있던 중이었는데 사진 보내주실 수 있죠?” ⓒ휴먼 오브 광운(Humans of Kwangwoon)


거리에서 원석을 찾아내는 작업이 끝났으면, 이제 집에 돌아와 원석을 가공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인터뷰 시간은 짧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작업자를 행복한 곤란에 빠뜨린다. “인터뷰 내용을 듣고 있으면 다들 시인 같아요.“  


인터뷰와 사진이 보기 좋게 포장하는 작업이 끝난 뒤엔, 잠시 이를 하드 디스크 어딘가에 저장해 둔다. 그가 이 포장을 푸는 순간은 콘텐츠와 어울리는 타이밍을 찾았을 때다. “사람들이 이 콘텐츠를 보고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리는 시기에 신경을 많이 써요. 시험기간에는 시럼기간이랑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주려 하고, 비 오는 날에는 비 오는 날의 이야기를 전해주려 하죠.”


HoK는 영탁 씨의 일상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평소에도 한 사람 한사람 다 주의 깊게 보게 되요. 그냥 모르는 척 스쳐 지나갔던 사람이 한 명의 인물로 보이기 시작하고. 모르는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어요. HoK 시작 전엔 너무 사람들에게 무관심했었더라고요.”


시험은 잘 보실 것 같으세요?

“이번 학기는 망한거 같아요.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어요.” ⓒ휴먼 오브 광운(Humans of Kwangwoon)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영탁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하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걸 정말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시작이 반이라는 진부한 말이지만.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면 되는 거 같아요. 한명이 좋아하면 어때요. 그 한 사람을 위해서 계속 작업을 하다보면 다른 누군가가 또 제 작업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작업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서 HoK가 점점 다듬어졌어요. 혼자서만 구상할 땐 생각할 수 없던 것들이죠.”


2014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 오는 2015년에는 캠퍼스 안 밖으로 다양한 휴먼 오브 00이 생기길 바란다. 이왕이면 이번엔 당신이 휴먼 오브 00의 운영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자, 셔터를 들고 사람들을 만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