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학생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대학을 꿈꾸며 고함20이 고함대학교를 설립했다. 고함대학교는 기존 대학에서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에 대해 철저하게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성적, 취업률, 등록금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넘어서 학생들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고함대학교는 우리의 이러한 계획을 학칙으로 구체화해 대학생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러한 우리의 학칙이 현실의 대학에도 반영되기를 바란다.

제 0장 채점과 성적 이의제기에 관한 내용

제1조 학생은 성적 평가와 성적 이의제기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제2조 교수는 성적과 관련된 시험과 과제물의 세부 채점 항목과 항목별 점수를 학생에게 공지할 의무를 가진다. 단 필요에 따라 공개 시기는 조절할 수 있다. 

제3조 교수는 성적과 관련된 모든 이의제기에 성실히 답변할 의무를 가진다. 단 필요에 따라 이의제기 내용 혹은 이의제기에 대한 답변은 비공개로 할 수 있다. 

제4조 성적 이의신청 기간은 일주일로 정한다. 교수는 이의신청 기간 시작일의 바로 전날까지 성적을 공시해야 한다.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도 잠시. 시험이 끝난 주말 동안 기말 레포트를 다 작성해서 제출해도 여전히 찝찝한 기분이 남아있다. 아직 성적표에 마지막 성적이 뜨기까지 길고 지루한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말고사는 끝났지만, 교수와 학생 간의 눈치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대학 수업의 평가 과정은 시험 혹은 과제, 채점, 이의신청, 공시 네 단계로 나뉜다. 학생들이 가장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은 채점과 이의신청에 관한 사항들이다. 채점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이의신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술형 시험 혹은 프로젝트로 시험점수를 대신하는 수업의 경우 채점 기준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물론 자유로운 평가방식이 갖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누가 열심히 과제를 했는가, 얼마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답안에 작성했는가는 숫자로 계량화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수업에서 서술형 시험은 최소한의 채점 가이드라인마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고함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 모든 시험과 과제물 채점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술형 시험에도 어떤 내용을 답안에 적어야 점수를 얻을 수 있고, 각 항목에 몇 점이 배당되는가를 공시한다. 이미 대입 논술 시험에서 이와 유사한 평가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성격있는 교수님께 함부로 “이의 있소!” 라고 했다간.. 


성적이의제기 절차 전반도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의제기 절차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이의신청이 일방적으로 묵살되거나 감정싸움으로 흐르기도 한다. 어떤 교수는 자신은 이의신청을 아예 받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심지어 이의신청을 하러 왔다가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감점을 하겠다는 교수도 있다. 교수 자신의 특권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태다.

대부분 학교가 성적이의신청 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의신청 제도가 무기력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의신청제도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이의신청 방법은 면담 혹은 메일을 통한 개인적인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교수는 학생의 이의신청에 응할 수도 있지만, 이의신청을 무시해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이의신청 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성적 공시일이 다 되어서야 성적을 입력하는 행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이의신청 제도가 있는 학교는 성적입력 기간에 여유를 두고 있다. 처음 올라온 성적을 확인한 다음 이의신청을 통해 성적을 수정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이 점을 악용해 최종 성적 공시일 바로 전날 혹은 당일에야 성적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학생 입장에선 이의제기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사실상 이의제기 제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채점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성적 이의절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학칙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의절차 가이드라인엔 이의절차의 시기, 방법 등 구체적인 항목을 학생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열한다. 교수는 성적과 관련된 모든 이의제기에 공개적으로 응답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한다. 성적입력을 최대한 늦춤으로써 이의신청 제도를 무력화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학칙에 따라 별도의 이의신청 기간을 명시한다. 이 사항을 어기는 경우 감봉 등 여러 행정적 조치를 취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성적을 공시하는 업무 또한 수업을 책임지는 교수의 마땅한 임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