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학생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대학을 꿈꾸며 고함20이 고함대학교를 설립했다. 고함대학교는 기존 대학에서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에 대해 철저하게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성적, 취업률, 등록금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넘어서 학생들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고함대학교는 우리의 이러한 계획을 학칙으로 구체화해 대학생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러한 우리의 학칙이 현실의 대학에도 반영되기를 바란다.




제 0 장 학칙 변경과 학생 참여 제도
제1조 학칙에 변경이 있을 시, 최소 한 학기 전, 그리고 학기가 시작할 때에 공지한다. 공지는 홈페이지, 교내 자보, 문자 등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한다.
제2조 학칙 변경을 결정하게 된 이유, 이에 대한 근거 자료 등은 요청이 있을 시 누구에게나 공개될 수 있다.
제3조 학칙 변경과 관련해서 전교생의 10분의 1의 요구나 총학생회의 요구가 있을 시 공청회를 열 수 있다.
제4조 제3조의 공청회의 참여자는 학생 누구나 가능하다. 공간의 제약이나 상황에 따라 무작위 추첨도 가능하다.




대학교에는 ‘가정통신문’이 없다.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과 게시판을 보고, 학교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를 찾아봐야 한다. 가정통신문이나 성적표가 집으로 오지 않기 때문에 혼날 걱정은 줄어들지만, 반대로 학교는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가끔은 무언가를 꾸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한국외대에서 성적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마찰이 있었다. 2015년 1학기 예정이라는 약속을 어기고 이미 시험을 다 친 상태의 2014년 2학기의 성적을 상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한 것이다. 학생들은 상대평가 전환 자체보다 그렇게 ‘날치기’로 통과한 학교의 행정에 반기를 들었고, 지금도 본관 점거나 법률적 대응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학교는 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처리한다. 그리고 나서는 꼭 긴 공문을 붙여 내며 이해와 관용을 부탁한다. 가끔은 답답하다. 분명히 내가 다니는 학교인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든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 무언가를 바꾸기엔 항상 늦었다는 생각부터 든다. ‘지금 와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식의 무력함도 바꾸려고 하는 의지를 꺾는다.


 



학교 측의 모습은 흔히 ‘비민주’, ‘불통’으로 그려진다 ⓒ뉴시스


 


총학생회와 같은 학생 대표 기구 말고, 내가 직접 궁금한 일에 참여해서 의결 과정부터 지켜볼 수는 없을까? 학교가 학생들의 반발이 두려워서 몰래 처리하려고 하는 일에 참여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기본적인 의문들과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고함대학교가 ‘학생 참여 제도’를 제시한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명제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주인이다’라는 만큼 당연해질 정도로 고함대학교는 학생 참여를 제도화하고자 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민감한 성적, 장학금과 관련된 학칙 개정이나, 학사 정책 등을 논의할 때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 것이다. 여의치 않는다면 총학생회 대표자, 혹은 무작위로 선출한 일반 학생들까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대부분 교수와 학교 관계자들만이 모여 간담회 형식으로 새 학사 정책을 통과시킨 후, 총학생회 임원 일부만을 불러 통보하는 식의 현재 모습은 지양될 것이다. 특히 방학 기간, 종강 기간이나, 총학생회가 없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될 때 등을 노리는 날치기 식 통보를 금지한다. 최소한 한 학기 전에는 학칙 변경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있어야 한다. 결정을 위해 사용된 자료들은 공개될 것이고, 언제든지 학생 사회의 피드백을 기다리고자 한다. 




진정한 정책에 대한 논의를 없애는 데에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 행정 탓도 있을 것이다. 학교가 스스로 자신의 정당성을 포기하기에 논의가 이루어지기보다는 그 정당하지 못함에 논의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비판과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고, 투명한 행정을 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의 길이라고 고함대학교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