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에 400만 관객이 몰렸다. 예상치 못한 흥행은 76년 세월에도 변치 않는 노부부의 사랑 덕택이다. 그런데 노부부의 사랑과 별개로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완성도는 낮은 편이다. 영화 ‘님아’의 신(scene)은 ‘과한 연출’이 엿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다음 장면이 예상됐는가,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가, 그래서 영화몰입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는가. 다큐멘터리는 실제 사건, 실존하는 이들을 꾸밈없이 다룬 영화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으니 찍는 자의 ‘연출’도 보이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알콩달콩한 노부부의 사랑 : 낙엽, 눈, 물장난


영화는 초반부에 노부부의 ‘신혼’ 같은 사랑을 주로 그렸다. 그들의 사는 곳은 한적한 시골이다. 이곳에서 노부부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주로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씬은 ‘무엇인가’를 ‘서로에게 뿌리는 장난 ’이다. 영화의 첫 신에서 낙엽을 쓸다가 서로에게 던지며 장난을 친다. 이렇게 영화에서는 낙엽을 포함하여 눈, 물 등을 뿌리며 총 4번, 뿌리고 던지는 장난을 보여준다. 과했다. 영화에서 계속해서 뿌리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부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이 노부부가 이렇게 장난을 치고 놀까?”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변소에서 나와 노래를


화장실이 집 밖에 있어 할머니는 밤에 볼일을 보러가기가 무서운 모양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변소에 가는 듯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신신당부한다. “어디 가지 말고 꼭 여기 있어요! 나 안 무섭게 노래 좀 불러줘요.” 할아버지는 “그러겠다”고 하시고 할머니가 볼일을 볼 동안 그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가 사실주의에 기초한 덕에 할머니의 볼일 보는 소리까지 가감 없이 흘러나온다. 볼일을 다 본 할머니가 나오고 둘은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무섭다던 밤에 볼일을 보고 나와, 그 자리에 서서 노래 부르는 것도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게다가 노부부의 시선도 부자연스럽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자를 힐긋힐긋 바라본다. 그들이 찍히고 있는 신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는 신이었다. 사실인가, 연출인가. 이쯤 되니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자’가 의식됐다. 혹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한 것은 아닐까?

할아버지의 산소에서 오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결국 쓰려지셨다. 몸져누운 할아버지는 일어나지 못한다. 때에 맞춰 “비장한 음악이 나올 것 같다”고 예상한 순간, 비슷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너희 아버지,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담담하게 전한다. 그리곤 할아버지가 큰 병원으로 입원했다. 많은 가족들이 입원한 할아버지의 곁을 지켰다. 


바로 다음 신에서 흰 눈이 쌓인 산에 할아버지의 산소가 덩그러니 등장한다. 할머니가 그 산소로 천천히 흐느끼며 다가간다. 눈 덮인 할아버지의 산소 앞에서 한참을 울던 할머니는 발걸음을 옮겨 보지만 이내 주저앉고 만다. 그리고 다시 눈 덮인 땅을 치며 통곡한다. “아이고, 아이고” 또다시, 부자연스러웠다. 산을 덮은 하얀 눈, 새하얀 옷을 입은 백발의 할머니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통곡하신다. 하얀 색감이 영화의 신을 아름답게 만든다. 몇 분간 이어지는 할머니의 통곡을 보며 ‘다큐멘터리를 찍는 자’의 의도된 색감과 연출력에 더욱 관심이 갔다.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로서 ‘꾸밈없이’ 영화를 전개해나갔는지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보는 이와 찍는 이 간의 윤리적 간극


다큐멘터리는 사실주의에 입각한다. 사실주의는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담는다. 의도를 배제하고 철저히 제3자로서 바라보기 위해 영화적 기교를 최대한 뺀다. 다큐멘터리의 이러한 특징을 ‘보는 이’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더욱더 ‘사실’로 받아들이곤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다. ‘보는 이’는 ‘사실’이라고 믿고 있으나 ‘찍는 이’의 ‘의도된’ 연출이 등장하면서 이 둘 간의 윤리적 간극이 벌어지게 된다. 보는 이가 사실이라고 믿는 장면들은 실은 감독의 주문에 의한 연출된, 사실이 아닌 장면이 되고 만다.  


영화 ‘님아’는 이런 윤리적 간극을 잘 드러내 준 영화다. “이런 음악이 등장하겠다”고 할 때 그 음악이 등장했으며 “어떻게 전개되겠다”고 예상할 때 그렇게 전개됐다. 노부부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호평을 받았지만 ‘다큐멘터리를 찍는 자’와 ‘다큐멘터리를 보는 자’ 사이의 윤리적 간극은 다큐멘터리 촬영의 아쉬운 점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