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학생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대학을 꿈꾸며 고함20이 고함대학교를 설립했다. 고함대학교는 기존 대학에서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에 대해 철저하게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성적, 취업률, 등록금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넘어서 학생들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고함대학교는 우리의 이러한 계획을 학칙으로 구체화해 대학생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러한 우리의 학칙이 현실의 대학에도 반영되기를 바란다.


제 0 장 대학 기숙사 수용률

제 1 조 기숙사를 확충하여 기숙사 수용률을 최대 수준까지 올린다.

제 2 조 통학 거리 한 시간 이상인 모든 학생들에게 기숙사 지원 자격을 부여한다.

제 3 조 기숙사 비용은 기숙사 관리 비용으로만 사용한다.

2014년 초 인기를 끌었던 tvN ‘응답하라 1994’에는 하숙집이 나온다. 하숙집 주인 부부는 친부모처럼 다정하고 밥은 맛있으며 집은 내 집 마냥 포근하다. 하숙생들은 그들을 부모처럼 의지하고 따른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다르다. 하숙집 주인과 하숙생의 관계는 드라마처럼 훈훈하지 않으며 보증금을 두고 언성을 높이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하숙집의 밥은 부실하고 방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어색한 룸메이트와 함께 청소하던 학기 초의 기숙사


하숙만 문제가 있으랴. 고시원은 좁고 방음이 잘되지 않아 야밤에 들리는 옆방 사람의 소음에 노이로제에 걸리기 십상이다. 자취하게 되면 혼자 사는 즐거움은 잠시뿐이며 이내 갖가지 귀찮은 집안일에 몸서리치게 된다. 집에서 나와 혼자 살게 된 대학생들이 많은 단점을 감안하고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학교 기숙사에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도 여러 단점들이 존재하기에 모든 대학생들의 1순위는 아니다. 다만 기숙사는 학교의 관리하에서 운영되기에 여린 자녀를 홀로 떠나보내는 부모님들의 1순위는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알리미가 제공하는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숙사가 있는 서울 소재 51개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14.8%였다. 이중 서울교육대학교가 56.4%로 가장 높았고 총신대가 54.9%로 그 뒤를 이었다. 한양여자대학교와 인덕대학교는 0.8%로 가장 낮았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약 15%만이 기숙사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자취, 하숙, 고시원 등을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룸메가 안 치운다고 나도 안 치우면 결국 모두 돼지우리에서 살게 된다

학생들도 기숙사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꾸준히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학교측도 기숙사 수용률이 낮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부지를 준비하고 구청의 허가도 받아 기숙사 증축을 발표하면 이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뒤따른다. 

2014년 10월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기숙사 증축 계획이 발표되자 신촌에서 임대업을 하는 주민 약 250여 명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기숙사가 신축되면 이미 위축된 신촌의 상권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기숙사 신축에 반발했다. 고려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1100명을 수용하는 신축 기숙사 건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신규 기숙사 건설이 주변 환경을 훼손한다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대학이 보유한 땅에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건설하는데, 임대업자들이 주민이라는 이름하에 갖가지 구실을 들며 학생 등골을 어디까지 빼먹으려는지 우스울 뿐이다. 


기숙사 입사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학생들을 거리로 내모는 이유가 된다. 서울에 소재한 대부분의 대학은 서울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입사를 거부한다. 심하게는 경기도 권역까지 입사 자격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금의 방식은 주소가 서울특별시, 경기도로 시작한다는 것만으로 입사 자격을 정하는 단순한 방식이다. 집이 서울이라도 경기도권 학생보다 통학 시간이 더 긴 경우도 있고,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지 않아 통학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한 기준만으로 기숙사에 들어갈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은 불공평하다. 콩나물시루처럼 꽉꽉 들어찬 지하철을 타고 매일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통학하다 보면 다음 학기에는 꼭 돈을 모아서 학교 근처에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샘솟는다.


기숙사 수용률의 증가는 한 학기 몸을 누일 곳을 찾아 발품을 파는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다. 또한 단순히 거리로 기숙사 지원 자격을 배정하는 것이 아닌 실제 통학 시간에 근거하여 지원 자격을 주는 것은 학생들에게 더 합리적이라 여겨질 것이다. 이에 고함대학교에서는 더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학칙을 제정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