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고 짓고. 매일 변하는 서울은 사뭇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를 연상시킵니다. [심시티:서울]은 건물이 게임처럼 쉽게 철거되고 건축되는 대한민국, 서울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법을 앞세운 건설사는 게임 플레이어처럼 간단하게 사람들을 몰아내고 무시합니다. 도시는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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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서울] 가이드. 서울은 심시티 유저 같은 개발업자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EA 심시티 가이드

강남은 더이상 도시의 이상이 아니다. 마천루에 질린 도시인들은 예술 냄새가 날 것만 같은 서교동, 연남동, 서촌, 삼청동, 경리단 등 아담한 골목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곳에는 가난한 주민들과 값싼 작업실을 찾아온 가난한 예술가들이 있었다. 골목에 묻은 빈곤의 흔적들은 사람이 몰려들자 포장되거나 교묘하게 지워졌다. 골목의 건물은 낡은 가정집에서, 예쁜 카페로, 프랜차이즈 카페로 바뀌었다. 프랜차이즈의 자본만큼이나 많은 원주민, 예술가들은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도시의 역사는 부수고 짓는 역사였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최소 산업화 이후부터 문제 돼 온 도시의 전통적이고 문제 중 하나지만 요즘의 대한민국, 서울을 설명하는 데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다. 성공회대 HK 신현준 교수는 “특정한 미학적·문화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모여 어떤 장소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들이 일구어 놓은 장소에 ‘부동산 게임’이 진행되면서 문화적 다양성이 퇴색하는 과정이 서울의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현상은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산업화 시기의 재개발과는 다르다. 낙후된 주거지를 철거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노동계급 주민 대신 중산층이 이사 온다고 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정돈된 신도시와 다른 매력을 지닌 분위기, 그러니까 힙(hip)이든, 레트로든, 유니크든 신도시의 감성과 구별되는 감성을 찾는다. 그들이 발견한 거리들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부동산 업자가, 대자본이 방문하면서 모두 비슷한 거리로 수렴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는 거리의 고유성을 희석한다는 문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신현준 교수는 “세입자의 문제가 핵심인 것 같다. 동네를 ‘힙’하게 만들어서 가치를 올려놓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좆 빠지게 일했는데 돈 안 주는 일이었다 / 존나 쓸데없다”

-밤섬해적단(밴드) <존나 쓸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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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컬쳐파티

 

그 어떤 도시보다 빠른 삶을 체감하게 도와드립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위)뉴욕 브룩클린에서 일어난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이 브룩클린(My Brooklyn)’ 트레일러 ⓒ2012 My Brooklyn  Movie

 

 

하지만 서울은 그 어떤 도시보다 젠트리피케이션 되는 속도가 빠르다. 이 속도감의 원인 중 하나는 부동산 법이다. 서울시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실시한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차인의 평균 임대기간이 1.7년이었다. 현행법은 5년을 보장하고 있지만 평균 임대기간이 이에 반도 못 미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법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약자는 공간을 빌려 쓰는 자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임대차보호법’을 만들었다. 1981년에는 집을 위해. 2001년에는 가게를 위해. 하지만 주택과 달리 일부 상가건물만 법의 테두리 안에 있을 수 있었다. 

법은 환산보증금이라는 기준으로 상가를 나눴다. 주택임대차법이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월세*100)한 금액으로 이를 초과하는 상가는 상가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4억을 넘으면 법의 보호 밖에 놓인다.

환산보증금과 상관없이 임차인은 5년의 보장된 영업기간 내에서 계약 연장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환산보증금을 넘지 않은 상가에만이 월세, 보증금 인상 한도(9%)가 적용된다. 즉 일정 금액 이상의 상가를 가진 건물주는 세를 마음대로 인상해도 된다.

환산보증금 제도의 존재 이유는 ‘영세한’ 상인만을 예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27일 “어느 정도의 보증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경제력을 판단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어도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상가를 나누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또한 “보증금이 클수록 임대인의 재산권 제약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가임대차법의 사각지대 

문제는 서울 시내에 환산보증금을 넘는 상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진흥회의 ‘2013 상가건물임대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호범위 밖에 있는 상가건물은 16.9%(당시 환산보증금 3억 기준)였다. 서울 중심부만 두고 보면 20.4%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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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보증금이 영세한 상인만을 보호하기에 빈틈없는 제도인지도 의문이다. 규제가 필요한 기업형 임대사업자나 비싼 상가를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한 환산보증금 제도가 오히려 투기를 부추긴다. 상가중개 수수료는 현행법에 따라 최대 0.9%지만 권리금 수수료는 제약이 없다.  

세입자 단체인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은 이 제도 때문에 “부동산이 건물주를 자극해 높은 임대료를 받게 하거나, 임대료를 올려 원래 세입자를 몰아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면서 높은 권리금을 받을 수 있다고 건물주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상가임대차법의 또 다른 사각지대는 재건축 예외조항이다. 재건축을 하면 집주인은 법정 임대차 기간인 5년을 보장해주지 않아도 된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OECD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퇴거보상제도가 없어서 세입자는 빈손은 커녕 여태까지 들인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나가야 한다. 세입자 지위가 박탈되는 순간 그의 지위는 부채자 혹은 파산자가 된다.

 

 

힙한 거리는 누구의 것일까? 

여야할 것 없이 현행 상가임대차법을 보완하기 위해 총 7개의 법안을 발의했다. 세입자 문제는 진보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앞서 지적한 두 가지 문제를 담은 개정안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발의안이 작년 회기 때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국회 법사위는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임대인의 권리를 들어 신중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퇴거비용을 보장해주고, 법정 임대차 기간을 늘리면 세입자의 권리만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우려에서다. 그들에게 법은 이미 합리적인 것이었고 재산권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힙한 거리는 누구의 것일까? 법의 입장에선 거리는 당연히 건물 ‘주인’의 것이다.  하지만 건물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과 엮여있다. 이러한 맥락은 법이 말하는 공고한 ‘재산권’에 균열을 내고 ‘주인’이 아닌 다른 답을 생각하게 한다. 

문래동 LAB39와 예술과 도시사회 연구소의 김강 씨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이렇게 지적한다. “윤리가 사라진 자리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해당 지역의 ‘누군가의 삶’도 사라졌다. 사라진, 사라지고 있는 존재들은 다름 아닌 가난한 원거주자이거나 세입자들이다. 공간, 토지에 대한 몫은 철저히 소유자들의 것이다. 세입자들은 그 공간을 사용하고, 그 공간에서 사회적 재화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의 상황에서 몫 없는 자들, 아무런 권리를 지니지 못한 자들로 분류된다.*”

*김강, ‘문래동 젠트리피케이션 위의 춤’

 

 

[심시티:서울] 시리즈

① 홍대앞, 떠도는 기억들

② 서울 시티, 최적의 개발환경

③ “몫 없는 자들”의 반격

(디럭스ver.) 대학생, 상가재건축분쟁에 ‘이제는’ 나서야 하는 이유

글. 릴리슈슈(kan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