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3시의 용산은 한산했다. 추운 날씨 탓인지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간간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외투를 여미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을, 재개발 공사 구역에 우뚝 솟은 장비들이었다. 

 

남일당 터를 찾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길을 묻자 “그게 뭔데요?”라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한참을 헤매다 마주한 남일당 터는 허무하게도 용산역에서 신호등 두 번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6년 전 오늘, 그곳에서 용산 철거민 진압이 벌어지던 중에 6명이 희생됐다. 불길에 휩싸였던 남일당 건물은 철거됐고 지금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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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펜스에서 용산참사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수많은 종이가 붙고 떼어지고, 글씨가 써지고 지워진 듯했다. 며칠 전 6주기 추모행사 때 붙인 종이들도 전부 훼손되었다. 간혹 용산4구역 철거민들을 기억하는 낙서가 눈에 띈다. 

 

“용산의 그 날,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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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용산참사 6주기 행사가 진행됐다.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기도회와 기자회견이 열렸고, 오늘은 마석공원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묘역참배가 있었다. 서울시 시민청 갤러리는 오는 26일까지 추모전시회 ‘여기 사람이 있다’를 전시한다. 그곳에서 용산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시민청 갤러리 지하 1층이 부산스러웠다. 용산참사 추모전시회의 개막 행사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전시회 작가들이 함께했다. 전시회를 보러온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막을 축하하며 “지금껏 도시재개발은 수십 년간 그 자리에서 살아온 많은 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으며 이루어졌다. 이러한 잔혹한 도시개발은 이제 서울에서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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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에 걸린 사진과 그림에는 용산 철거민들의 투쟁 기록이 담겨 있다. 안쪽에 있는 방에 들어가면 유가족들의 사연을 오르골 소리로 만든 타이포그래피가 전시되어 있고, 한쪽 벽에서는 용산참사 다큐멘터리를 재생하고 있다.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사람을 그렇게 비참하게 죽일 수가 없다. 손가락이 잘려있고, 이가 부러져 있고, 머리 두개골이 쪼개져 있고, 유가족한테 상의 한마디 없이 부검했고, 30년을 같이 산 나도 알아볼 수가 없다” 

– 故 양희성 아내 김영덕


“시아버지와 남편이 데모하러 옥상에 올라가자 신고해도 오지 않던 경찰 수천 명이 몰려왔다. 그러나 그때도 죽을 줄은 몰랐다. 살려고 데모한 거지 죽으려고 데모한 게 아니다” 

– 故 이상원 며느리 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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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의 현장이 적나라하게 담긴 영상과 글을 보며 일부 관객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진상규명위원장과 유가족들은 함께 전시회장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관람했다. ‘여기, 사람이 있다’의 공간은 10분도 채 안 되어 다 둘러볼 수 있었지만, 발걸음을 떼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09년과 2015년, 변한 건 없다

용산 철거민들이 원하는 것은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남일당에 불이 난 이후, 6년 동안 그들은 한결같은 요구를 해오고 있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추모전시회에 참석한 한 유가족은 “철거민들이 무슨 죄가 있나. 살겠다고 외친 것뿐이다. 그러나 6년이 지나도 답이 없다”고 말했다. 남편이 연대투쟁을 하다가 희생됐다던 그녀는 눈이 많이 내린 지난 18일, 순화동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용산참사는 어떻게 국가란 이름으로 폭력이 자행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다른 구역보다 두 배가량 빠르게 용산 재개발 4구역의 철거를 서둘렀고, 용역 깡패와 손을 잡고 철거민들을 핍박했으며, 끝내는 개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누구도 용산의 비극을 막지 못했다. 여전히 제대로 된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은, 어디든 제2의 제3의 용산이 될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


“무섭고 힘들어요. 지쳐요. 그렇지만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어요. 혼자서는 못 하는 일이고 같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용산2015] 시리즈

① 다시 찾은 용산 : 거기에 사람이 있었다

② 용산참사 추모제 스케치 : 함께 기억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