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도 청년과 20대들에 대한 담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년연구소는 2월 한달 동안 해외 청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공부합시다!


청년문제를 떠올릴 때 독일은 쉽게 연상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많은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동안 독일은 대학등록금을 전면 폐지했다. 한국의 청년들이 최악의 고용시장에서 고군분투할 동안 독일은 특유의 직업교육 정책으로 낮은 실업률의 대표가 되었다. 이런 점을 보면 독일은 청년 정책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답이 없는’ 청년세대와 ‘이기적인’ 기성세대가 대립할 일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현재 청년세대를 둘러싼 독일의 세대 담론은 한국의 것과 닮아있다. 독일 안에서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대립하고 정치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청년들을 향해 혀를 찬다. 이상하게 보일진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인구 변동,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하에서 청년들이 겪는 문제들은 유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청년연구소에서는 전상진의 ‘세대경쟁과 정치적 세대 – 독일 세대논쟁의 88만원 세대론에 대한 시사점을 중심으로‘를 통해 독일의 ‘세대 투쟁론’과 ‘P세대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 동아일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밥그릇 싸움, 세대 투쟁론

논문에 따르면 독일의 세대 투쟁론은 세대 간 경쟁과 착취를 내세운다. 세대 투쟁론의 핵심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변동과 복지국가다. 머지않은 미래에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년층이 더 많은 인구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머릿수의 증가는 발언권의 강화를 가져온다. 사회의 모든 결정 과정에서 노년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청년들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소리다.

세대 투쟁론은 복지국가의 이념이 오히려 청년세대의 설 자리를 더욱 위협한다고 설명한다. 복지국가라는 틀 안에서 자원배분이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고령자를 제외한 다른 연령 집단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결국 인구 비중의 변화와 복지국가 하에서 청년 세대의 발언권이 축소됨에 따라 청년들은 사회의 안전망 없이 더 많은 부양 부담을 지게 된다. 세대 투쟁론은 위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살아남기 위한 세대들의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안녕하지 못한 P세대

낮은 실직률과 상관없이 독일의 청년들도 고용 불안정 문제를 겪고 있다. 안정적 기반이 없는 불안정한 노동사회의 문제는 P세대론으로 이어졌다. ‘P’는 불안정한 고용과 인턴제도를 뜻한다. ‘실무 경험의 기회’라는 의미가 퇴색된 인턴제도는 저임금 혹은 그보다 더한 무임금으로 구직자들을 착취한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기반을 원하는 사람들의 절실함을 헐값에 이용한다. 구직자로 대표되는 청년들은 이전 세대에서 당연했던 삶의 안녕과 복지의 상실을 학습한다. P세대는 신자유주의의 경제 체제 하에서 나타나는 기형적인 고용관행, 노동사회의 위기를 겪고 있는 청년들인 셈이다.

P세대가 지적하는 문제는 단순히 고용의 불안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청년들은 불안정 경험을 내재화하게 된다. 기성세대에서는 당연했던 복지와 안녕감의 상실이 각인된다는 의미다. 패배감 속에서 청년들은 본인을 사회에서 배제된 자라고 느끼며 기성세대와의 단절을 경험한다. 

세대 단절까지 우려되지만 P세대는 나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동시장의 진입 골목에 서 있는 P세대는 잘못된 고용관행을 일삼는 기업의 규제와 불안정한 고용의 철폐를 주장한다. 실제로 조직을 만들어 플래시몹을 통해 악덕기업과 사이비인턴을 고발하고 인턴의 최소 임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드시 ‘영웅’이 되어야 할까

청년세대를 둘러싼 세대 담론이 비슷하다보니 독일의 세대 담론의 결론 또한 한국의 것과 유사하다. 세대 담론을 내세우며 청년세대가 정치 비전이 없는 것에 대해 혀를 차는 것이다. 정치성을 갖고 사회 변혁을 위해 거리로 나갔던 본인(기성세대)과 달리 현재 청년세대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는 점을 지적한다. 불합리한 대우에 반응하는 P세대의 움직임이 존재하긴 하지만 독일의 기성세대들에게 P세대의 행동은 성에 차지 않는다. 청년세대에게 모든 걸 전복시킬 정치적 영웅의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기성세대들은 한국의 기성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착각을 하고 있다. 청년세대가 투쟁하고 현존 질서를 전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는 모든 기성을 거부하고 새로운 정치 비전을 꿈꿨던 과거와 다르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당연하게 누렸던 번영과 안정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을 경험한다. 생계를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체제를 전복시킬 정치 비전이나 사상은 더 이상 움직임의 동기가 되지 못한다. 청년 세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웅이 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