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아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ㄱ 씨는 교내 중앙 동아리 선배로부터 극심한 성희롱과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그 후 ㄱ 씨는 시간이 지나도 선배의 성희롱이 도저히 잊히지 않아 교내 성폭력 상담센터에 신고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진술과 증거 확보에도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성희롱이 별일 아니라 듯 쓰인 공문 한 장과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아닌 인권교육을 시행한다는 결과뿐이었다. 이 또한 사건을 신고한 지 약 7개월 후에야 내려진 조치였다.

성폭력 상담센터의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ㄱ 씨가 2014년 12월 아주대학교 커뮤니티인 ‘아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이하 아좋사)에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그녀는 ‘지금까지 성폭력 상담센터에만 의존하였으나 흘러간 정황을 보아 왜 경찰 신고나 국선 변호사 관련 도움을 받지 않았는지 후회하는 중입니다’라는 글을 작성했다.


ⓒ아주대학교


ㄱ 씨는 2013년 7-9월경 교내 중앙 동아리의 남자 선배로부터 “허리 사이즈가 몇이냐”, “허리가 남자보다 두꺼울 것 같다”, 동아리 방에서 “오빠랑 같이 자자”, “오빠랑 같이 침대에서 잘까?” 등의 성희롱적인 발언을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자세히 보면 못생겼다”, “네가 쟤보다 예쁘다고 생각하느냐?”, “너 존나 못생겼어”, “탈모 조짐이 보인다”, “너 같은 애도 헌팅술집에 가면 번호 따이냐”, “예쁜 애가 너 같은 애랑 왜 어울리느냐?”, “쟤 오고 나서 동아리 물이 흐려졌다”, “쟤 오고 나서부터 동아리에 예쁜 여자들이 없다”, “삼십 대라고 해도 믿겠다”, “쟤가 춤추는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다. 소름 끼친다”, “펭귄맨 닮았다. 징그럽게 생겼다”, “넌 뚱뚱한 데 저 옷이 들어가느냐?” 등과 같은 발언을 동아리 연습시간뿐만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모욕죄에 해당하는 발언들을 수시로 하였다. 그 후 ㄱ 씨는 가해자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생각한 대로 이야기한 것뿐이다. 나는 원래 생각하는 대로 이야기 한다.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 후 8개월이 지난 2014년 4월, ㄱ 씨는 학내 성폭력 상담센터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신고 후 4-5차례나 센터를 방문해 진술서를 썼고, 증언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문자, 전화녹취와 같은 증거 확보를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했다. 이 과정에서 ㄱ 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하였다.

ㄱ 씨는 “제가 원하는 것은 가해자가 실명이 거론되어서 처벌받는 게 아닌, 공문으로 경각심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학우들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다른 동아리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밝혔다.

처음 올라왔던 공문 ⓒ아주대학교


사건을 신고한 지 약 7개월이 지난 11월이 되어서야 아주대학교 성폭력상담센터 홈페이지에는 공문이 올라왔다. 하지만 공문 내용에는 피해 사실이 명확히 적혀있지 않았다. 학우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줄 수 있는 글이 아닌, 오히려 피해자가 유별나다는 느낌을 주는 글이었다. 또한, 성폭력 상담센터의 조사위원회에서 가해자를 징계위원회에 올리지도 않았다. 

ㄱ 씨는 항의하며 수정된 공문을 요구했다. 이에 센터 측은 피해자인 ㄱ 씨에게 직접 공문을 써오라고 요구했다. 피해자 ㄱ 씨는 직접 작성한 공문을 센터에 제출했지만, 일주일 후 돌아온 대답은 그 글은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처음 올라왔던 공문은 내려진 상태이다.     

“교내 성폭력 상담센터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수정된 공문이 나갈 수 없다는 소식을 들은 ㄱ 씨의 아버지는 학생처에 연락하여 항의했다. 그제야 1월에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고 가해자에게 유기정학 이상의 징계를 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현재 가해자는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ㄱ 씨는 “처음부터 학교 측은 유기정학이라는 징계를 줄 수 있었는데, 내가 전화할 때는 교직원들이 귀찮아하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서니 사건이 일어난 지 8개월이 지나서야 바뀐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이어서 그녀는 성폭력상담센터 구조의 문제를 제기했다. 한 장짜리 수정된 공문을 검토하는 데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었다. 또한 지난 8개월 동안 ㄱ 씨는 가해자보다 더 많이 성폭력 상담센터에 불려갔다. “이 때문에 조사위원회는 내가 2차 피해받은지도 모를 것이다. 센터 직원이 아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ㄱ 씨는 교내 성폭력 상담센터는 경찰에 신고를 못 하게 하는 기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센터 담당자에게 일이 잘못될 경우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당시 ㄱ 씨는 학교를 믿고 딱히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정된 공문이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 측은 “학교는 왜 그렇게 말해서 피해자들이 신고를 못 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학교의 이런 식의 태도를 자주 경험하였다”는 말을 전했다.

“가해자가 아닌 학교랑 싸우는 꼴이다”

가해자인 동아리 선배로부터 피해를 받은 동아리 부원은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ㄱ 씨와 함께 나서지 않았다. 단지 “똥 밟았다고 생각해라”, “그 오빠 원래 그런다”는 무관심한 반응뿐이었다. 이 사건을 학교 커뮤니티인 아좋사에 게시하였을 때에도 부정적인 쪽지를 많이 받았다. 지난해 4월부터 학우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ㄱ 씨가 노력한 결과는 유난하다는 주위의 눈초리뿐이었다.


징계위원회가 유기정학을 처분을 내리기 이전의 성폭력 상담센터의 조치는 공문, 가해자 인권교육, 동아리 자체 캠페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제대로 된 조치라 생각하지 않았다. 인권교육에는 강제성이 없으며, 동아리 자체 캠페인 교육 행사도 누가 갈까 싶어서 탁상행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나마 믿고 있었던 공문마저 부실했다.

그녀는 “사건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끝났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 나만 우스워지려고 한다. 이건 가해자가 아닌 학교랑 싸우는 꼴이다”며 “가해자의 인권은 지키는데 피해자의 인권은 지키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센터 측은 학교 커뮤니티인 아주인에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고통을 겪은 부분에 대해서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학교나 해당 기관이 앞으로 더 인식을 보완, 강화하며, 규정 강화나 담당전문인 보강 등을 포함하여 절차나 구조의 문제에서도 좀 더 개선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제도를 보완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댓글로 입장을 전했다.

ㄱ 씨는 가해자가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지만, 경찰에 고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이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