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행진이 아니라 경보행진이네. 완전” 행진대의 후미에서 중년의 여성이 숨을 고릅니다. 높은 굽이 달린 부츠를 신은 이 여성은 행진대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듭니다. 행진대는 차도를 지나갈 땐 달리기도 합니다. 혹여 사고가 날까봐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불편한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걸까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혀를 찹니다. “가지가지 한다. 도로에 사람이 있으니 갈 수가 있어야지. 버스도 못 지나가게 하네. 지겨워 죽겠어 정말” 한 사람이 시작하자 또 다른 사람이 동조합니다. “난 저거(현수막) 좀 빨리 떼버렸으면 좋겠네. 만날 그놈의 세월호야”


1월 26일 오전 9시. 미세먼지와 안개가 뒤섞인 하늘은 불투명했습니다. 하늘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이날 가족들은 도보행진을 한다며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전에는 차들이 지나가면 천막으로 진동이 느껴졌던 위태로운 광화문 생활을 했습니다. 이제는 걷기입니다.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팽목항까지 410km. 희생자 가족들이 계속해서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는 뭘까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저는 기자회견을 보고 잠깐이나마 도보행진에 참여했습니다.


1월 26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행진대. 이들의 안전을 위한 구급차가 서행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도보행진을 계기로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국민들의 뜻이 모아길 원합니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2014년 4월과 2015년 1월에는 300일이라는 시차가 있습니다. 사고 당일 세월호가 가라앉는 과정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했던 국민들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국민성금으로 역대 최고액인 996억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고 기온이 차가워졌듯이 국민의 관심도 조금씩 식어갔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가 국민의 무관심을 조장한다고 의심합니다. 유가족들의 의심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지난 23일 정부 측 위원인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3명과 행정자치부 소속 공무원 1명이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철수했습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특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한 지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거듭된 파행에 유가족들은 지칩니다.

지쳤다고 해서 유가족들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1월 26일 오전 9시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고 김동혁 학생의 어머니 김성실 씨는 “많이 아픕니다. 많이 지칩니다. 그리고 많이 힘이 듭니다”고 토로했습니다. “우리들을 지켜주시는 국민들이 계십니다”는 덧붙이는 말에서 국민들이 앞으로도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느껴졌습니다. 현재 정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며 세월호의 인양을 미루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주 국무총리실에 항의서한 2만 4,000통을 보냈습니다. 항의서한에도 묵묵부답인 정부를 움직일 힘은 이제 국민에게 있다고 유가족들은 믿습니다.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410km의 거리를 행군하기로 결정한 이유입니다.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합동분향소 앞 유가족대기실. 유가족들은 세월호가 온전하게 인양되길 바란다.

유가족들은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20일 동안 하루에 25km씩 걷습니다. 몸을 혹사시키는 강행군이지만 세월호 인양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에 결연한 의지를 다집니다. 중간에 부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 상시 행진하는 인원은 30명입니다. 조를 나눠 교대로 걷기로 한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사람들의 관심입니다. 경기도를 거쳐 대전·충남, 전북을 넘어 광주·전남을 지나가는 동안 많은 사람이 동행하기를 원합니다. 겨울바람에 얼굴이 까칠해지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더라도 사람들의 응원에 힘이 납니다. 팽목항에 도착하는 2월 14일에는 세월호 생존학생도 함께 행진할 예정입니다. 생존학생과 유가족들은 도보행진으로 얻은 성원이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이끄는 힘이 되길 원합니다.

“지금처럼만 사람들 있었으면 좋겠다. 이따 논이랑 밭에 지나갈 때도 사람들 많았으면 좋겠다.” 행진대 후미에서 진행요원들끼리 나눈 대화입니다. 대화를 듣고도 일정을 이유로 저는 행진대에서 이탈했습니다. 이대로 가버리면 스스로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없을 것 같아 망설였습니다. 바다 밑에는 아직 아홉 명의 실종자가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뼛조각이라도 수습하고 싶다고 합니다. 가족의 죽음을 확정받는 일이 도리어 슬픔의 무게를 더는 비극적인 상황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더는 방법이 또 있습니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를 온전하게 인양하는 일입니다. 실종자가 단 한 명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관심을 거두지 않는 일입니다. 도보행진 첫날인 26일, 500여 명이 행진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팽목항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글. 호련(greenrim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