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도 청년과 20대들에 대한 담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년연구소는 2월 한 달 동안 해외 청년들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공부합시다!





김정운 교수. ⓒ 21세기북스


“386세대가 놀지 않아서 망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그의 베스트셀러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자칫 망언(?)으로 들릴 수도 있을법한 위험한 발언을 했다. ‘한강의 기적’, ‘민주화’라는 극적인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기성세대가 “한 시도 놀면 안 된다”는 죄의식을 내재화했다는 뜻이다. 기성세대의 삭막한 놀이문화는 지금의 대한민국 20대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재미와 휴식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으로 저명한 김 교수는 ‘여가의 삶과 질에 대한 비교연구(2005)’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과 독일의 대학생의 여가문화를 분석했다. 미리 말하자면 논문의 결론은 “젊어서 노세”라는 말이 무색한 한국 대학생의 모습이다.


 


독일 대학생, 조깅·헬스 등 스포츠 즐겨


한국은 영화·TV 시청


 


논문에 따르면 한국과 독일 각각 300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 한국 대학생들은 게임, 웹서핑, TV 시청 등 ‘관람 및 감상(27.2)’ △ 독일 대학생들은 조깅, 헬스, 수영과 같이 ‘스포츠 및 건강(17%)’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2005년에 이 논문이 발표되고 무려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한·독 대학생의 여가 방식이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이대학보가 직접 독일에서 취재한 바에 의하면 “중·고등학교 때부터 교내 스포츠 센터에 익숙하므로 독일 대학생들의 일과에서 스포츠는 중요한 여가활동이다”라고 밝혔다. 독일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다녀온 박수진 씨(25)도 “독일 학교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운동 프로그램 등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상은 저 멀리, 하지만 현실은 여기에…. ⓒ 대학내일20대연구소


 



반면 한국 대학생들은 여전히 소극적 방식의 여가생활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대학생들의 여가생활과 현실의 차이’ 연구 리포트에서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여가활동 1위는 여행(36.6%)이었으나 실제로 즐기고 있는 여가활동은 영화관람, 사교모임, TV 시청 순으로 비교적 경제 지출이 많지 않은 활동 위주였다”고 밝혔다.


 


정작 한국 대학생들은 ‘여행’처럼 적극적인 여가를 선호하면서, 실제로는 왜 소극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일까? 대학내일연구소는 이러한 간극이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에서 온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내가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영화처럼 마음편한 오락거리는 없다”라고 말하며 생산적인 여가 문화의 부재를 지적했다.


 


오히려 한국 대학생이 독일보다 여가생활에 더욱 관심가져


 


물론 실내 활동 위주의 소극적 여가생활이라도 한국대학생들이 충분히 만족한다면 전혀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설문조사가 보여주듯 한국 대학생들의 여가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그들이 현재에 불만족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논문에 따르면 독일의 대학생들은 여가 시간이 늘어날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 반면 한국 대학생의 경우 여가 만족도는 낮은 편에 속했으며 여가 시간이 유의미하게 늘어나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아무래도 독일 대학생이 여가에 대한 관심도나 중요성을 한국 대학생에 비해 더 크게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논문에 따르면 결과는 반대였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 대학생은 독일 대학생 보다 ‘놀이는 중요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바로 지난 달 서울문화재단에서 세대별, 생애주기별로 여가생활을 분석한 ‘서울시민 문화향유실태조사’에서도 20대는 ‘문화 열광족’이라고 네이밍 될 만큼 문화예술 관심도·중요도(93점/77.1점)가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반면 문화생활에 대한 삶의 만족도(20.1점)는 낮게 나왔다는 점에서 논문의 결론과 일치했다.


 


한·독 대학생 여가에 대한 동기 서로 달라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의 캠퍼스 풍경. ⓒ 베를린 훔볼트 대학


 


김 교수는 한·독 대학생의 여가생활 차이를 여가에 대한 인식과 동기의 차이로 설명한다. 그는 논문에서 “한국 대학생과 독일 대학생은 여가에 대한 인식과 동기가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 대학생은 여가를 정서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시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휴식동기’로, 독일 대학생은 자아실현을 하고 본인의 능력을 개선하는 ‘유능동기’로 인지한다는 점이다.


 


물론 독일 대학생과 한국 대학생의 여가 방식 차이를 오로지 김 교수의 논문 내용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논문에 나타나지 않은 여러 가지 변인이 존재하기 때문. 독일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대학생 박수진 씨는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낮은 독일 학생들이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여유가 있어 보였다”며 “대학등록금 마련으로 바쁜 한국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여가를 즐길만한 시간적·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