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耽羅)라는 말은 즐길 탐(耽)에 그물 라(羅)를 쓴 ‘즐거운 그물’이라는 뜻이 아니다. 탐모라, 탁라에서 시작한 ‘탐라’는‘깊고 먼바다의 섬나라’라는 제주도 방언을 소리 내어 받아 적은 것이다. 이에 비해 고려 시대에 등장한 제주(濟州)는 건널 제(濟)에 고을 주(州)로 ‘먼바다 의 또 다른 나라’가 아닌 단순히 ‘강 건넛마을’을 의미한다.

“탐라국이라는 말은 우리를 너무 특별하게 만든다”

제주공항 전경 ⓒ고함20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천하림 씨(26)는 공항에서 ‘탐라국 도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위와 같이 대답했다. 이어 공항에 나온 관광객들이 제주도 날씨를 보고 ‘탐라국 클래스’라 말하자 천 씨는 “날씨가 맑은 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또한 똑같은 제주‘특별’자치도, 서울‘특별’시인데 서울은 서울이고 제주는 ‘탐라국’이 된다”라고 말했다. 

특별한 시선은 다른 지역에 간 제주도민에게 더욱 심해진다. 제주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군 복무를 마친 오현우 씨(25)는 이등병 생활이 유난히 어려웠다고 한다. “일단 육지 사람들은 우리를 외계인 보듯이 바라본다. 탐라국 말을 해보라는 건 기본이다. 선임 말이 이상해서 ‘잘 못들었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제주 출신이라 표준어 모르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선임이 한 말은 옆에 서울 출신 동기도 못 알아들을 만큼 어눌했다”

미디어에서 만드는 이미지가 더 무서워


ⓒ푸른거탑 캡쳐

드라마에서 제주도 자체는 여행지로 주로 묘사되지만, 제주도민은 더욱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오 씨는 “지난번 tvN 드라마 ‘푸른 거탑’에서도 그랬다. ‘사투리와 전쟁’이라는 회차에서 제주도 출신 병장의 사투리를 이등병이 못 알아듣는 모습이 나왔다. 그런데 군 복무를 하는 나이 또래의 제주도민 중에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경로당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정도일 뿐이다”

ⓒMBC ‘탐나는 도다’

푸른 거탑에서 나온 제주도민 묘사는 드라마 ‘탐나는 도다’에서 절정을 찍었다고 한다. ‘탐나는 도다’는 2009년 MBC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17세기 영국 청년 윌리엄이 제주도에 표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드라마 내용보다 제주도민을 묘사한 장면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영국인과 육지 사람은 멀쑥하게 그려냈지만, 같은 17세기에 사는 제주도민을 벌거벗고 다니는 원주민의 모습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정미 씨(가명, 34)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 드라마 ‘탐나는 도다’가 유행했다. 직장 상사는  거의 벗고 나오는 제주도 여성의 모습을 보고, ‘너도 제주도 출신이니 자주 벗고 돌아다녔을 것 아니냐, 너도 저렇게 입고 와라’고 말했다. 매우 치욕스러웠다”고 말했다.

미디어에서 생산된 제주도민의 이미지는 인터넷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인터넷상에서 표현되는 ‘탐라국 클래스, 감귤 포장학과, 제주도 외계어’에 대해 대다수의 제주도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태민 씨(27) 는 “TV와 인터넷에서 생산된 제주도의 모습은 육지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주도민을 만날 때 외계인처럼 대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바라보는 시선 등의 실체적인 폭력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