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 새내기 새 생활 배움터의 준말이다. (학교마다 명칭에 차이가 있기도 하다)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들이 처음으로 맞게 되는 대학교 행사다. 주로 2박 3일 일정으로 강당이 딸린 리조트에서 진행된다. 새내기들은 조별로 나뉘어 선배들과 한 방에서 함께 지낸다. 새터는 동아리 공연, 단대와 과 시간 등 나름대로 유익한 정보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술이 동반된다. 사실 새 생활을 배운다고는 하지만 술과 어색함이 대부분이다. 이 글은 여러 가지로 ‘멘붕’일 새내기들을 관찰한 고학번의 일기다.


 


※주의 : 고학번의 정의는 주관적이지만, 이 글에서는 새터를 세 번 이상 참여한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기자는 올해 새터가 네 번째였습니다.


 



첫째 날


 



고학번은 자유롭다. 그들의 가방은 가볍다. 아침에 일어나서 수건과 트레이닝복, 세면도구를 넣으면 반 이상이 끝난다. 그리고 비닐 주머니에 슬리퍼를 넣으면 된다. 옷도 절대 차려입지 않는다. 그런 차림으로 학교에 느긋하게 가서 새내기를 수줍게 지켜본다. 말을 걸 용기가 쉽게 나지 않는다. 왠지 새내기들이 불편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얼굴을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있거나, 2학년들과 인사를 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버스를 타면 좀 다르다. 열렬한 호응만이 고학번을 존재하게 한다. 고학번에게 주어진 버스 맨 뒷자리에 진을 치고 앉아서, 자기소개하는 새내기들이 기죽지 않도록 (하지만 이렇게 할 때 오히려 기가 죽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조건 큰 소리로 호응해주는 것이 주된 임무다. 얼굴과 이름이 하나도 연결되지 않고 외우지 못하더라도, 처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새내기들에게 힘이 될 수만 있다면. 새내기들을 사랑하는 고학번의 수줍은 배려다.


 



새터 기간 동안 머물게 될 숙소에 도착하면, 방 배정 결과를 듣고 같은 조가 된 새내기들과 방에 들어간다. 먼저 분위기를 풀어준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자신의 새터 경험을 공유하면서 조 이름과 구호 등을 정할 때 적당히 참견을 해주면, 나름대로 역할은 다 하는 셈이다. 그리고 놀면서 술 게임을 가르쳐주면 된다. 말이 가르쳐준다지, 이제 고학번들은 그런 기운이 없고 술 게임을 해본 지 너무 오래되어 잘하지도 못한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새내기들과 피곤한 새내기들을 잘 챙겨 방으로 들어가서 함께 잠을 청하면 오늘의 임무는 끝이다.


 



둘째 날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다.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 곧 기상 시간이다. 2학년 후배에게 카톡으로 물어보니 이미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고 한다. 새내기 때는 방마다 샤워기가 왜 있는지 몰랐는데, 느긋하게 뜨거운 물을 틀어 몸을 씻고 사 둔 컵라면으로 해장 겸 아침을 때운다. 그러다 보면 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연락이 오고, 모임 장소로 내려가면 끝이다.


 



전날 새내기들이 열심히 준비한 장기자랑을 본다. 하루 만에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엉성하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 그저 좋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새내기 시절 얼마나 황당한 장기자랑을 했었나 되새기며 남몰래 웃는다. 장기자랑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 없이 무조건 크게 호응한다. 창피하고 민망해도 나중에는 다 추억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빠진 기력은 고학번들끼리의 술로 채운다. 단과대 프로그램이나 학교 전체 프로그램의 경우, 새내기와 그들을 직접 인솔해야 하는 2학년들을 제외하고는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가 대세다. 고학번들은 그 시간 동안 방을 정리하고 자기들끼리 술을 마신다. 미리 술을 조금 마셔서 분위기를 활기차게 하자는 것이 궁색한 변명이다.


 



프로그램에서 돌아온 새내기들을 위해 안주를 준비하고, 같이 술을 마시며 즐겁게 논다. 둘째 날 밤쯤 되면 어색함이 덜하다. 괜히 민망해하던 것도 많이 줄어들고 새내기들과도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노쇠한 몸(?)도 잊고 밤을 새울 수 있다.


 


 



 



수줍게 지켜본 이름, 새내기


 


 


마지막 날


 



돌아가는 버스에서는 누구든지 죽은 듯 잠만 잔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일들로 많이 피곤했을 새내기도, 처음으로 선배가 되어 본 2학년들도, 새터 늙은이들도 다 똑같다. 정신없이 자다 보면 학교에 도착하고, 단체 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롤링 페이퍼를 받았다면 집에 가는 길에 읽어보자. 생각보다 새내기들이 나를 기억해줬구나 하는 마음에 뿌듯해진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내며 올해도 좋은 사람들을 새로 만나고 친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훈훈하다. 2박 3일의 일정을 마친 보람이 있었다. 혹시 모른다. 내년에도 새터가 또 가고 싶어질지…


 



에필로그 겸 꿀팁


 



1. 캐리어를 가져가지 마세요. 절대 여러분의 예쁜 옷을 입어 볼 기회는 없어요. 지나고 보니 여러분도 트레이닝복 하나만 입었잖아요. 다들 그렇습니다. 무조건 가방은 가볍게.


 


2. 대신 슬리퍼를 챙기세요. 여러분의 방 배틀(방별 술게임 대항)시 이동이 자유로워집니다. 가끔가다 신발을 잃어버리는 새내기가 생기는데, 슬리퍼가 있다면 안심할 수 있어요.


 


3. 남는 건 동기입니다. 새터 조가 끝까지 가서 대학 내내 친한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동기들과 친하게 지냅시다. 술에 취해 흑역사가 생겼다고 해도 걱정하지 말아요. 어차피 매년 갱신되는 것이 흑역사고, 여러분의 좋은 안주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