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려는 권위적인 말투, 웃기기는커녕 기분만 나쁜 야한 농담, 촌스러운 옷차림에 “내가 신입생 때는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자신감 있는 말투, 듬직한 모습과 노련한 사회생활, 책임감과 통솔력을 겸비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역시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다.

상반된 성격의 이 두 사람은 모두 군 복학생이다. 꼰대 호색한 군 복학생과 철든 군 복학생은 미디어와 사람들이 생산하는 군 복학생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그들을 조롱하면서도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두 시선 속에 존재하는 전제, 사회화

꼰대 호색한 군 복학생과 철든 군 복학생 묘사의 기본 전제는 ‘사람은 문화의 영향을 받아 문화 규범을 내면화하고 그 규범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사회학 용어로 ‘사회화’라고 부른다. 사회화 이론에 따르면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군 복학생은 군대의 규범을 여전히 내면화하고 있다. 군대의 규범을 탈사회화하고 대학의 규범을 다시 사회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군 복학생이 대학에 와서 후배에게 권위적으로 행동한다는 묘사의 근거는 군 복학생이 우리가 군대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군 문화인 권위주의와 남성주의를 내면화한다는 생각이다. 꼰대 호색한 군 복학생은 군대의 규범 중에 권위주의와 남성주의를 내면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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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게 들이대는 사람이 왜 복학생일까? ⓒSNL 코리아6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생각에도 마찬가지로 군 복학생은 군대의 규범을 내면화한다는 전제가 있다. 사람들이 군 복학생을 철든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그들이 군대에서 사회성과 책임감, 희생정신과 같은 가치를 내면화했을 것이라는 전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군대를 무사히 다녀온 사람을 사회성이 보장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군 관련 사고가 증가하면서 특히 더), 단체를 이끄는 사람을 뽑을 때도 미필자보다 군필자를 더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능동성을 배제한 군 복학생에 대한 시선들

하지만 사회화의 영향력을 맹신하게 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동성을 놓치기 쉽다. 군 복학생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은 사회화의 영향력을 맹신한 나머지 군 복학생의 능동성을 배제한 치명적인 오류를 지니고 있다. 

능동적인 우리는 사회의 문화나 규범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간파한 문화의 빈틈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규범을 겉으로 따르는 척하며 속으로는 비난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군 복학생도 군대와 대학의 규범을 선택할 수 있는 능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규범을 내면화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간파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군 복학생은 군대에서 대학의 규범을 내면화한 채로 군대의 규범을 따르는 척할 수 있다. 

이미지를 내면화한 사람은 어쩌면 우리

물론 미디어가 묘사하는 꼰대 호색한 군 복학생이나, 철든 군 복학생을 경험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디어의 묘사와 사람들의 인식이 공감을 형성했기 때문에 군 복학생의 이미지가 현재까지도 끈질기게 재현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 복학생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그들이 군대의 규범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소비한 이중적인 시선으로 군 복학생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들이 미디어 속 군 복학생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까? 군 복학생에 대한 이미지를 내면화한 사람은 군대를 다녀와 복학하는 복학생이 아니라 우리일 수 있다. 그들을 꼰대 호색한 철든 군 복학생으로 만드는 것은 어쩌면 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