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도 청년과 20대들에 대한 담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년연구소는 2월 한 달 동안 해외 청년들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공부합시다!

국의 새로운 성장동력, 빛나는 촹커(創客)

촹커는 영어 ‘Maker’를 중국식으로 번역한 말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창업가를 의미하며 대표적인 촹커로는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이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2월 17일 자 ‘중국판 저커버그를…대학생 촹커 80만 명 키운다’라는 기사에서 본격적으로 촹커를 소개했다. 기사에서는 촹커가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이며, ‘굴뚝 없는 공장의 공장주’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 15.02.17 중앙일보 ‘…대학생 촹커 80만 명 키운다’ 

기사에서 소개하는 ‘촹커’는 마치 90년대 초고속 인터넷 도입으로 성장했던 한국의 벤처기업가와 닮았다. ‘OO판 실리콘 벨리’라는 표현도 비슷하다. 90년대 당시 ‘한국판 실리콘 밸리’는 서울의 테헤란로였고, 현재 ‘중국판 실리콘 밸리’는 베이징의 중관춘(中关村)이다.

촹커의 또 다른 이름 개미족

중앙일보가 치켜세운 촹커들은 중국판 실리콘 밸리인 중관춘 근처 탕지아링(唐家岭)에 모여 산다. 그들이 사는 공간은 3평 남짓, 20평짜리 아파트를 5~6명의 직장 동료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물론 원래부터 부자인 동료들은 큰 아파트에서 살지만,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에 비해 치솟는 베이징의 물가는 그들에겐 작은 단칸방도 사치다. 중국판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할 만큼 고학력이지만 저임금 때문에 개미처럼 집단 거주를 하는 무리, 촹커의 또 다른 이름은 ‘개미족’이다.

 ⓒ EBS 

국제 노동 브리프의 ‘중국판 88만 원 세대 개미(蟻族)족의 개념, 발생 원인 및 현황’에 따르면 개미족의 93.3%는 22~29세로 대학교 졸업 직후의 연령대가 가장 많다고 한다.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최소한으로 추산해도 베이징 지역에만 10만 명이 넘는 개미족이 산다고 한다. 개미족은 경제발전이 더딘 지역인 허베이(河北)·산둥(山東) 등의 출신으로 성공을 위해 베이징에 상경한 사람들이다.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베이징 유명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 국제노동브리프 

2000년도 107만 명에 불과했던 중국 대졸자 수는 2010년도에 6배나 넘게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대학 모집 정원을 무작정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기업은 신규채용을 줄였다. 결국 노동시장에는 수급 불균형이 왔고, 고학력 중국 젊은 세대는 저임금·사회 보험 배제 등 열악한 근로조건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프로그래밍이나 인터넷 유지보수와 같은 전문기술업종에 종사하지만, 임금은 도시 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렇게 중국 청년들이 개미처럼 사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경제 발전 정책에 책임이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1960년대 우리나라처럼 베이징과 같은 주요 거점 도시만을 육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은 심화되었고, 농촌이나 소도시에서 온 대졸자의 대부분은 성공의 기회가 많은 대도시에 남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가 발달한 대도시에는 인재가 포화상태라 취업 문이 좁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람이 몰리면서, 집값과 생활비는 폭등하고 있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생활 수준도 낮은 개미족이 탄생한 것이다.

중국의 취업 정책도 개미족 양산에 부채질했다. 중국은 호구제도에 따라 인구를 관리한다. 다른 지역에 이사 갈 때는 호구의 이동이 필수다. 이로 인해 기업이 신규인력을 채용할 때 기업 소재지 호구자를 우선으로 채용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대졸자 취업난이 심해지자 2003년부터 미취업 대졸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최대 2년간 출신 학교에 호구의 적을 둘 수 있도록 취업정책을 변경하였다. 그 결과 대도시에 상경하여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 도시의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쪽방이라도 살면서 ‘도시 거주자’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 국제노동브리프 

고향을 떠나 명문대를 졸업해 전문기술까지 익혔다. 금의환향이 목표라 웬만한 기업은 눈에 차지도 않고, 그렇다고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다.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저임금 전문직 종사자로 좁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뿐이다. 힘은 없지만 지능이 높고 무리 지어 사는 개미처럼 말이다.

 ⓒ 중앙일보, 한국일보 사진 활용 편집 : 고함 20 

그런 그들에게 ‘실패가 가장 값진 경험’이라며 창업을 권유한다. 실제로 많은 개미족이 창업하고 있다. 하지만 개미족에게 촹커는 선택이 아니다. 고학비로 부모 등골 빼서 졸업했다고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는 그들에겐 촹커는 강요된 현실이다. 촹커라 쓰고 개미족이라 읽는 중국판 88만 원 세대는 ‘쥐어짠 성장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