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6일. 중앙대의 네 번째 구조조정 개편안이 발표됐다. 이번 구조조정은 기존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말을 아꼈던 교수들조차 사회과학대, 자연대, 인문대, 예술대 단위로 성명서를 내어 이번 구조조정을 비판하고 있다. 중앙대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대학 본부와 이용구 총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구조조정의 맞설 최후의 수단으로 총장불신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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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 블로그

 

학과 없이 입학하는 신입생들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한 2008년. 박용성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중앙대학교라는 이름만 빼고 개선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꾸자”라며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이사장의 의지대로 대학 본부는 강도 높은 개혁을 시도했고, 2010년부터 2015년 2월까지 총 네 번의 구조조정이 있었다.

 

이번 구조조정 사태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 중 하나는 학과제가 폐지되면서 2016년도부터는 신입생 모집을 학과별이 아닌 대학별로 모집한다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국제물류를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전공 없이 경영경제대학에 입학 후 2학년 1학기 때까지 교양과 전공기초 수업을 듣는다. 그 후 2학년 2학기 때 국제물류전공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개정안에 대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비인기전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공별 선발인원의 최대 모집인원을 한정하여 인기전공에서 합격하지 못한 학생들은 다른 전공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그렇다 하더라도 인기가 덜한 전공은 선택을 받지 못하여 결국 인원 부족 문제에 시달릴 것이다. 전공 자체가 없어지진 않더라도 기초학문이나 순수학문 계열의 비인기전공은 모집정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총장은 3월 6일 전체학생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인원 부족 문제가 발생할 시 각 전공이 새로운 전공으로 전환하거나 타 전공과 융합할 기회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던 통폐합이 타 전공으로의 전환, 융합전공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 3월 2일 비대위는 이번 개편을 두고 “대학구조의 근간을 이루어온 학과를 폐지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은 한국 대학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대학을 장악한 기업이 시장논리와 기업담론을 이용해 기초학문과 순수학문, 예술 분야를 대학에서 퇴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공 기간이 짧아지고 체계적인 지식형성이 어려워져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구조조정의 반 교육성을 지적했다.  

 

*이 부분은 추가 취재(중앙대 총장이 전체 학생들에게 보낸 3월 6일자 메일 ‘총장입니다’ 내용)를 통해 2015년 3월 10일 오후 2시 47분에 수정되었습니다. 기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개정안에 대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비인기전공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공별 선발 인원을 모집정원의 120%로 한정하여 120% 안에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은 다른 전공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전공별 선발 인원이 100%가 아닌 120%라는 건 인기전공 모집정원의 20%를 초과하는 수가 모집 인원에 추가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인기전공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모집 인원을 인기전공에 뺏기는 것과 같다. 전공 자체가 없어지진 않더라도 기초학문이나 순수학문 계열의 비인기전공은 모집정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3월 2일 비대위는 이번 개편을 두고 “대학구조의 근간을 이루어온 학과를 폐지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은 한국 대학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대학을 장악한 기업이 시장논리와 기업담론을 이용해 기초학문과 순수학문, 예술 분야를 대학에서 퇴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공 기간이 짧아지고 체계적인 지식형성이 어려워져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구조조정의 반 교육성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대학 본부가 통폐합을 구조조정의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진 않지만 비인기전공을 선택하는 인원이 점점 줄어들면 결국 통폐합의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중앙대 교무처장은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설명회에서 비인기전공의 인원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다른 분야와 융합될 수 있도록 융합전공으로 유도할 생각이다”라며 전공 통합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밀실 행정? 밀실 개편? 비민주적 구조조정

 

중앙대학교의 구조조정은 매번 비인기학과의 통폐합을 지향점으로 두어 학생 사회의 반발이 있었다. 또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들어 그 과정이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구조조정 절차에 대해서도 중앙대 학생 김태수 씨(가명, 25세)는 “학생과 대학 본부와의 논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논의를 할 기회가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비대위 역시 “중앙대학교라는 학문공동체가 지켜가야 할 민주적 의사결정의 전통을 쿠데타적 방식으로 유린한 사건”이라며 구조조정의 비민주성을 비판했다. 그러나 2월 27일, 중앙대 총장은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 이번 구조조정의 방향성에 대해 여러 번 논의가 되었기에 이번 구조조정이 비민주적 밀실 행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구조조정의 ‘방향성’만 언급했을 뿐 그 ‘구조도’를 공개한 것은 2월 26일 전체교수회의가 처음이었다며 방향성을 공개한 것만으로는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구조조정 관련 학칙 개정의 시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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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설명회, ⓒ중앙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과제 폐지 구조조정은 다음 해인 201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구조조정은 큰 틀만 발표되었을 뿐 세부 학칙 개정안은 거의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다. 다음 해에 개정된 학칙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한국대한교육협의회의 입시 요강 일정에 따라 4월 둘째 주에 학칙 개정이 완료되어야 한다.

 

하지만 4월 둘째 주는 대학평의회의 4월 초 심의를 포함한 기간이다. 대학평의회의 심의를 위해서는 공시 기간인 3월 11일 ~ 3월 18일경에 관련 학칙 개정이 사실상 완료되어 홈페이지에 공시돼야 한다.

 

대학 본부의 높은 개혁 의지에 비해 부족한 의견 반영, 그 피해는 누가?

 

3월 2일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설명회에선 “학생들과 세부적 방향을 수정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내년부터 시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 아닌가”라는 학생의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총장은 “촉박하다 할 수 있지만 대학에서 하나의 학과 개편 체계를 완성하려면 대략 7년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지금부터 시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열흘도 남지 않는 기간 동안 학내 구성원인 학생들과 교수들의 의견이 구조조정 학칙 개정안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힘들다.
 
 
 
이번 학칙 개정안은 2016년에 입학할 신입생에게 바로 되며 그 영향은 재학생에게도 미칠 것이다. 열흘도 남지 않은 기간에 학칙 개정이 얼마나 완성도 있게 진행될지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보장할 수 없는 학칙에 혹여나 결점이 있다면 그 결점으로 피해를 받는 것은 대학 본부가 아니다. 그 피해는 학칙의 직접적 영향하에 있는 학생들의 몫이다. 

 

학생 사회의 엇갈린 반응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학생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널A에서 인터뷰한 물리학과의 송인준 씨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를 선택하고 다음에 과를 선택하는 것이라서 좋은 쪽으로 바뀐 것 같다고”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통계학과의 이동규 씨는 “비인기학과의 통폐합은 시간문제이며 순수학문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학교가 될 것이다. 학문을 공부하는 학교가 아닌 그저 기업에서 원하는, 전공 잘 살려서 일 잘하는 일꾼을 만드는 공장으로 변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취재.글/ 콘파냐(gomgman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