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은 올해로 107주년을 맞은 세계 여성의 날로 광화문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는 여성들의 권익 신장과 양성평등을 위한 행사가 개최되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되었고, 그 이후 꾸준히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도 1985년부터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여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월 8일 여성의 날, 광화문 광장

세계 여성의 날이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져 온 것은 세계의 여성 노동자들이 아직 노동환경 불안과 사회 구조적 성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의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이를 향해 “사법고시뿐만 아니라 사회 조직 곳곳에서 많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비율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여성의 권리는 이미 높아졌다.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시대에 남녀 차별을 운운해서는 안 된다. 여성 상위시대에 오히려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며 비판한다.

성 평등이란 여성이 여성성을 거부하고 무성적 혹은 남성성을 내재화하는 것이 아닌, 기회와 가능성이 평등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가 남녀평등을 지향하며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대접이 줄어든 것은 맞으나 남녀 평등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여성 대통령의 탄생과 직장 내 고위직 여성의 증가가 곧 여성이 남성과 평등해진 것이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 내 여성이 높은 지위를 가질 수 있다 해서 남녀평등이 실현된 것은 아니다.

이러고도 평등해졌나?

지난 4일, 현대중공업은 15년 이상 장기 근속한 정규직 여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는 희망퇴직을 빙자한 구조조정이라고 비난하였다. 현대중공업은 2000년 이후 남성만을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다. 사실상 15년 이상 근무한 여직원들을 정리한다는 것은 현대중공업 내 정규직 여성 직원 모두를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이 자리를 메우는 것은 ‘비정규직’ 여성이 될 것이다.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여성에게 맞닿아 있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문제가 해결되길 원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여성 일자리 150만 개를 늘리겠다고 밝히며 이를 위해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내세웠다. 쉽게 말해 정부 주도하에 비정규직 중심의 여성 일자리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위 사례들을 통해 여성은 여전히 사회 구조 속에서 약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남성들이 언급한 ‘이미 남녀평등의 시대가 도래되었다’는 주장을 외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와 같은 사회 구조에서 나온 문제만으로 성차별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개인에게서도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전근대적 시각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만’이 아닌 진짜 성 평등을 향해

우리는 성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일상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남성은 복잡한 기술을 다룰 수 있지만, 여성은 단순 업무나 서비스직이 적합하다는 편견이나, 여성 노동자는 수입이 있는 배우자가 있기에 비정규직도 상관없다는 편견 등이 있다. 이는 전근대적 가치관으로 남녀 간 성별분업에 대한 편견이다. 남성을 생계 부양자, 여성을 생계 의존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구시대적 고정관념에 빠진 이들은 아직 사회 구조적으로 여성이 약자임에도 여성을 지나친 권리를 얻어 역차별하는 가해자로, 남성을 피해자로 지목한다. 한국 기업 구조는 남성 특유의 문화가 배어 있고, 여성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남성 자체가 스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많은 이들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성 평등 인식이 있음에도 여전히 구조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말로만 성 평등이라 외치지 실제로 완전한 성 평등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여성의 날을 맞은 계기로 한국 사회가 성 평등한지, 자신의 인식은 어떤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 기업 또한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