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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턴 보고서] ① “미생도 비현실적인 드라마일 뿐이에요” 대기업 인턴사원의 현실

2013년 4월 동부생명에서 인턴으로 채용된 청년이 자살했다. 과도한 실적압박과 정규직 전환 실패에 대한 불안감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2014년 10월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인턴사원이 자살했다. 그녀의 상사는 성희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다.  젊은 청년들이 목숨을 잃은 큰 사건이었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여전히 인턴사원들은 약자의 위치에 서 있다. [청년인턴 보고서]는 현실 속의 인턴사원과 제도의 문제점들에 대해 파헤친 결과물이다. 

 

작년 하반기 직장생활을 담은 드라마 ‘미생’이 큰 인기를 누렸다. 무한 경쟁과 철저한 상하관계, 여러 형태의 차별이 난무하는 한국 직장문화를 매우 현실적으로 그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 안에서 인턴사원인 주인공 ‘장그래’가 우여곡절을 겪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미생에서 나타나는 장그래의 모습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조00 씨(28)는 작년 2월 초부터 6월 말까지 한 공공기관 은행에서 5개월간 인턴생활을 했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공공기관 청년인턴 프로그램’이었다. 정부의 권장으로 200명의 신입 인턴사원 중 20%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전형이어서 그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입사 후 들은 정규직 전환 조건이 알던 바와 달랐다.

 기획재정부_청년인턴_권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청년인턴제 가이드라인’

 

“200명의 신입 인턴사원 중에 20%, 즉 4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알았어요. 그런데 들어와 보니 여태까지 인턴활동을 했던 모든 사원 중에서 40명을 채용하는 거였어요. 기존에 활동했던 인턴사원들을 모두 합치면 수천 명은 될 텐데 말이죠”

 

엄밀히 말하면 정규직 전환형이 아니었다. 인턴사원들도 공채를 따로 지원해야 했고 그중에 인턴 경험이 있는 사람을 40명 채용하는 것이었다. 

 

공채 지원자 중에 인턴 경험이 있는 사람은 따로 추려서 그들끼리 경쟁시키는 제도였다. 조 씨는 이를두고 인턴활동 중 인사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오히려 주홍글씨가 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도 말뿐인 인턴 활동, 오히려 실적 압박만 시달려

 

조 씨는 이미 입사한 만큼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업무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지점장의 실적요구뿐이었다. 본사는 오히려 인턴사원들에게 실적을 요구하는 행동이 발각되면 징계하겠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소용없었다. 지점장은 본인 지점의 실적으로 평가되는 사람이었다. 인턴에겐 지점장의 평가가 가장 중요했으므로 인턴들은 암묵적인 실적요구에 시달렸다. 실제로도 실적을 올린 인턴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본사 입장에서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인턴사원들에게 과제도 내주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하지만 소용없어요. 지점장 평가가 제일 영향이 크거든요”

 

인턴생활 하면서 배운 것은 사회생활하는 방법 뿐

 

조 씨는 인턴을 통해 금융권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고 싶었다. 기업분석, 통계자료 분석 등을 통해 금융산업의 전망을 분석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구체적인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분석은커녕 배운 것은 잔심부름과 사회생활 정도였다. 창구에서 진행되는 고객 상담조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도 다른 은행들은 인턴들에게 업무랑 전혀 관련 없는 경비 업무도 시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보단 낫죠”라고 말하는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조 씨는 직장 내에서 받는 취급이 힘들었다고 한다. 5개월만 일하고 나갈 사람이기 때문에 인턴사원들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턴들에게 일도 시키지 않고 업무를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연수를 진행할 때마다 내려오는 인사담당자에게조차 빨리 다른 곳 공채를 알아보라는 말을 들을 땐 조 씨는 매번 자괴감에 빠졌다.

미생

“미생이요? 비현실적이죠. 청년인턴들에게는 그런 실무적인 일조차 안 시켜요. 노동착취까지는 모르겠고 시간 버렸다는 생각만 들어요”

 

정부의 청년인턴제 문제 많아

 

조씨는 인턴 생활을 하면서 정부에서 주관하는 청년인턴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느꼈다. 그는 “본인이 활동한 인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공기관 인턴 활동기간이 5개월”이라면서, 이유는 6개월 이상 근무하면 국가에서 실업급여를 줘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이 인턴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인턴기간을 11개월로 정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정부는 적은 돈으로 실업률 낮출 수 있어서 좋고 공공기관들은 정부 지침이니까 필요하지도 않은 인력을 뽑는 실정”이라면서 청년들을 일회용품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풍뎅이
풍뎅이

흘러가지 말고 헤엄쳐가자

2 Comments
  1. Avatar
    티스토리 운영자

    2015년 3월 17일 04:30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이 게시글의 이미지가 3월 17일자 티스토리 앱 카테고리 배경이미지로 소개되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과 사진으로 활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Avatar
    Slimer

    2015년 3월 17일 15:15

    제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할 때에는 조금 이라도 벌기만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렀는데…
    뭐 하나 만만한게 점점 더 사라지는 세상에서 월급도 적고 그나마도 언제 잘릴지 모룬다고 하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 하겠죠.. 그래서 자살하는것이 진짜 자살인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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