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강대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한 사진이 올라왔다. 내용을 보지 않고 사진만 봤다면 “아이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이란 제목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고함20에서는 지난 11일 ‘서강대 경영대학 신입생 OT, 성희롱 문구 붙여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지난 25일 서강대 경영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하 OT)에서 방 이름을 성희롱 표현으로 정했다. 게다가 후배에게 섹시 댄스를 추게 하거나 “라면 먹고 갈래?”라는 멘트를 시키는 등 방칙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선배들은 OT에서 어색하게 있을 15학번을 위해 ‘방칙’을 만들었다. 방칙의 수행을 통해서 친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민망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친해질 방법은 많이 있다. 하지만 민망한 행동은 보는 이에게 재미를 보장해 준다. 재미있는 것을 보고 싶은 선배들은 후배들이 방칙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분위기에서 후배는 선배들의 재미를 위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이 상황에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이 있다면 이 ‘민망한’ 방칙은 성희롱이다.

 

성희롱의 정의는 “성과 관련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굴욕감 등을 주거나 고용상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피해를 입히는 행위”이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가해자는 그럴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느낀다면 성희롱이 된다. 그리고 성희롱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상하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 OT 사건의 피해자는 15학번 신입생들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학생들이 기대를 품고 간 첫 대학 행사는 선후배 관계에 의한 성희롱이 이루어진 행사였다. 이들은 선배들이 있는 대학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민망함도 참고 선배들이 요구한 행동을 한다. 입학 후 좋은 교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기 싫으면 말하지 그랬어”라는 말은 후배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미 민망한 행동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 그 말을 하는 순간 선배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런 선후배 관계는 신입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월 국민대의 한 소모임에서 같은 과 여학생을 성희롱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가 됐던 소모임의 멤버 중 한 명은 “자기네들끼리 웃고 떠드는데 뭐라고 말하면 꼬투리를 잡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담패설을 하는 사람은 선배다. 하지만 후배는 잘못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꼬투리’를 잡히면 소모임 활동을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선배는 하나의 권력이다.

 

건축학_개론_선배와_신입생

영화 ‘건축학개론’의 서연과 재욱, 재욱은 서연에게 강제로 키스하려 했다 ⓒ건축학개론

 

서베이몽키와 에드투페이퍼의 14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국 대학생 2505명 중 20%가 학내 성희롱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가해자의 경우 선배가 68.7%로 가장 많았다. 이는 기존의 상하관계라고 생각되었던 교수(17%)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상하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성희롱이 선배에게서 가장 많이 행해지는 것이다. 이렇듯 선배와 후배의 상하관계는 보이지 않게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성적인 폭력으로 이어졌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술에 취한 ‘신입생’ 서연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려는 재욱은 인기 있는 ‘선배’다. 재욱은 다정다감한 이미지로 많은 후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그 선배가 한 일은 성추행이었다. 현실의 모든 선배가 재욱 같이 성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이도 많고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선배는 후배에게 보이지 않는 상하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이런 관계에서 “라면 먹고 갈래?” 같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농담인 말은 후배가 웃어넘기기에 어려울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