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8%였다.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78%였다. 20대의 정치 참여율이 낮다는 이유로 한때 ‘20대 개새끼론’이 회자된 적이 있다. 의문이 들었다. 투표한다고 해도 20대의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20대가 더욱 냉소하는 것이 아닐까. 20대의 48%만큼이라도 현실 정치에 반영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각 정당은 청년비례대표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젊은 국회의원들이 배출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늙은 정당에 젊은 이미지만 빌려주는 얼굴마담에 가까웠다. 20대의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나치게 낮은 최저임금,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 문턱, 열정 페이는 여전히 사회에 드리워진 그림자다. 그래서 청년세대의 독자적인 정당, 고함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상상을 해봤다. 상상은 녹록지 않은 현실과 부딪힌다. 여당과 야당, 사실상 거대 양당체제인 한국에서 ‘듣보’나 다름없는 고함당이 국회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청년 관련 토론회에 청년이 없다 ⓒ연합뉴스


고함당은 정계에 진입할 수 있을까? 정치관계법에 대한 소론 


1. 비례대표 확대 시행을 이야기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안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정치관계법 개정안이 의미 있는 이유다. 개정안은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표의 비례성을 높이고자 한다. 기존의 선거제도도 비례대표제를 운용하지만 충분하지 않아서다. 승자독식의 폐해가 나타나는 단순다수제를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제는 도입됐다. 단순다수제로 뽑히는 지역구 의석은 246석이고 비례대표 의석은 54석이다. 헌법재판소는 비례성을 실현하기엔 부족한 수라고 판단했고 선관위는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에 해당하는 54석을 배분했다. 개정안은 전체 300석에 정당 득표율을 맞춘다. 예를 들어 고함당이 정당득표율 10%를 얻는다면 전체 300석 중 30석을 얻을 수 있다. 고함당이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다면 국회에 진출할 길이 열린다.

원내진입을 위해 야심차게 만든 고함당 로고

2. 비례대표제를 확대 시행한다면 ‘정책 선거’ 가능성 높아져

그동안의 한국 정치를 생각해보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루한 정쟁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들의 정책은 어떻게, 무엇이 다른가. 대동소이한데 이는 단순다수제를 채택하는 나라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표를 가능한 한 많이 얻어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해서 양당이 내놓는 정책은 서로 비슷해지는 catch-all-party 현상이 일어난다. 이 당이 복지를 말하면 저 당도 복지를 말하는, 서로가 서로의 메아리다.

비례대표제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명확하다. 정책 선거가 가능해서다. 청년이슈팀은 고함당을 통해 청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대학가 주변에 한해 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20대들에게 보편적 건강검진을 실시하자는 정책도 있었다. 20대만이 발의할 수 있는 정책들로 청년 세대의 지지를 받는다면 고함당은 원내에 진출할 수 있다.  노동 문제에 천착하는 노동당이나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환경 문제에 고군분투하는 녹색당도 그렇다.

3. 아직은 이른 장밋빛 전망, 정관법 개정안에 담긴 암초들 

하지만 표의 비례성을 높이겠다는 ‘선한 의도’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석패율제 때문이다. 석패율제는 말 그대로 석패한 후보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지역구 후보자는 비례대표에도 입후보할 수 있다. 지역구에서 진다면 비례대표제를 통해 구제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석패율제가 유력 정치인의 낙선 방지를 위한 보험으로 여겨진다. 노동당의 윤현식 전 대변인은 석패율제가 시행되면 “비례의석을 지금보다 더 확보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선관위 개정안이 ‘개악’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구 의석을 축소하자는 제안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기득권이 전과 같지 않음을 의미한다. 벌써부터 반발이 많다. 명분은 ‘여소야대’의 상황이 정국 불안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면 군소정당이 원내에 진출해서 여당의 정국 주도력이 떨어진다는 말인데,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라고 해서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만하다. 주도가 아닌 협의의 정치를 생각한다면 문제될 것도 없지 않나. 어쨌든 기득권들의 반발은 이렇다.

고함은 감히 말한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면, 청년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룰을 만들라고 말이다. ⓒ연합뉴스

고함당은 정계에 진입할 수 있을까? 단언은 아직… 


때문에 축배를 들긴 아직 이르다. 고함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다는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청년세대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 약자와 소수자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은 언제쯤 가능할까. 정치관계법 개정은 ‘충분한’ 대의라는 취지를 과녁으로 삼아야 한다. 현실의 과녁은 계속해서 요동치는 중이다. 지역구 축소에 따른 기득권의 반발,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 나눠 먹기 등등… 결국은 이 논의에 ‘국민’이 없는 게 문제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데, 권력 배분과 직결되는 선거 제도 개정안에 국민의 목소리는 없다. 

당신은 그동안의 정치에 불만을 가졌었는가? 당신을 둘러싼 상황이 비관적으로만 흘러가는데 정치가 이를 모른척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당신의 뜻이 정치를 통해 반영되는지 여부에 의문을 품었었나? 고함은 감히 제안한다. 정관법의 행방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