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3월, 개강과 함께 새내기들의 대학생활은 시작된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만큼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동아리, 대외활동, 장학금 등 여러 가지를 꿈꾸지만 가장 관심사 중에 하나는 바로 연애일 것이다. 예비 새내기들에게 과학적 근거도 없이 널리 회자되는 “대학 가면 연애할 수 있다” 식의 낭설은 학창시절부터 학업의 고난을 잊게 해주는 마약이었다. 그리고 연애에 대한 관심은 새내기만의 것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재학생 선배들도 갓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눈독을 들이기 마련이다. 이 과정이 계획적인지 우발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학가의 환경도 사랑을 부추기는 것 같다. 새로운 만남도 생기는데 날씨도 포근해지고 캠퍼스의 벚꽃이 망울을 틔울 때쯤 귓가에서 노래가 들린다. “봄바람 휘날리며~ 우리 걸어요.” 한 번쯤 달팽이관을 의심해볼 법도 한데 이미 마음은 봄의 왈츠를 추고 있다. 이쯤 되면 하루가 멀다 하고 호외가 나온다. “철수랑 영희랑 사귄대, 벌써 한 달 됐다는데?” 그리고 그 호외의 주인공이 다음번엔 본인일 거라는 희망이 저변에 생긴다. 이렇게 분위기에 이끌려 봄날의 캠퍼스는 핑크빛으로 물들게 되는데…. 봄날의 분위기에 한껏 취해 시작한 연애가 과연 시작처럼 언제나 달콤할지 시기별로 파헤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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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현재 멜론 가요차트 순위. 매년 이맘때 쯤이면 올라오는 벚꽃 좀비는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1시기(2월 말 개강 직전-3월 말): 신입생 OT, 개강총회, 신입생 환영회, 개강 MT 등등 대학생활 1년 중 가장 정신없이 바쁜 시기이며 새로운 인연들과의 만남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술자리로 인해 친해지다가 커플이 되는 경우도 많으며 선배들의 계획된 접근이 많을 시기. 일부는 개강 전부터 커플이 되기도 한다. 

 

고민 고민하지 마~ 

 

과 학생회장이었던 민석(가명)은 지난해 3월 초, 같은 학과 14학번 새내기 경희(가명)와 연애를 시작했다. 그는 본인의 지위를 십분 활용하여 새내기와 커플이 됐다. 민석은 개강 전부터 신입생 OT와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던 경희를 자연스레 챙겨주게 되었다. 경희는 민석이 활동했던 동아리에 가입하기도 했다. 둘은 서로 더욱 깊어졌고 결국 경희가 고백했다. 민석은 새내기의 당찬 고백에 당황했지만, 본인도 마음은 조금 있던 터라 사귀기로 했다. 모태솔로였던 민석에게 경희의 고백은 기회였고 깊은 고민은 사치였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고민을 정리했다. 

 

대낮에 한 이별 

 

그러나 섣부르게 시작한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학기 초, 민석은 진행해야 할 과 행사도 많고 바쁘다 보니 경희와 금방 관계가 소원해졌다. 본인이 가진 경희에 대한 마음이 별로 크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민석은 경희를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자주 만나지도 못했고 4월 중순 벚꽃이 만개한 화창한 대낮에 이별했다. 

 

이별 후, 경희는 동아리 활동이 뜸해졌고 민석은 새내기의 대학생활을 망쳤다는 사회적 지탄을 피할 수 없었다. 민석은 “제가 마음도 별로 없었는데 사귄 것 같아서 잘못한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해 쉽게 호감을 느껴도 좀 자중하고 썸을 타면서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시기(4월 초-4월 말): 정신없이 지내던 한 달이 끝나고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는 시기. 시험 기간과 함께 벚꽃이 만개하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친해진 썸남썸녀끼리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도 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지만 실상은 책상 밑에서 서로가 손을 맞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험이 끝나면 놀러 다닐 생각에 마음이 들뜨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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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속 5cm”

 

대학생 혁수(가명)는 새내기 시절 같은 과 선배 수진(가명)과 연애를 했다. 수진은 혁수가 참석한 신입생 OT의 같은 조 선배였다. 대학에 입학해 처음 만난 인연인 만큼 OT조끼리 매우 친해졌고 개강 후 MT도 가면서 더욱 친해졌다. 혁수가 처음부터 수진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혁수의 동기 영석(가명)이 수진을 좋아해서 혁수는 이 둘을 이어주려 했다. 

 

사랑과 우정 사이 

 

하지만 혁수는 수진과 친해지면서 수진이 본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혁수는 내적인 갈등에 휩싸였지만 예상대로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그는 4월 중순에 수진과 커플이 됐다. “우정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수진이 영석에 대한 마음이 없는 것이 확실해서 사귀었고 당시 영석과 그렇게 친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미안함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연애를 시작할 당시 상황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했다. 지방에서 갓 상경해서 외로웠던 시기이기도 했고 혁수에게 있어서 캠퍼스 커플을 해본다는 것은 새내기로서의 로망이기도 했다. 그리고 캠퍼스에 만개한 벚꽃은 마음을 들뜨게 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혁수는 영석에대한 미안한 마음에 수진과의 연애를 비밀로 하다가 5월 중순에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연애는 오래가지 않았고 혁수는 결국 6월에 이별을 통보받았다. 헤어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혁수는 “아니 그X이 글쎄 바람이 나서 다른 남자랑 사귀더라”라면서 격하게 반응했다. 혁수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는 “섣부른 연애였던 만큼 부작용은 컸지만 배운 것이 있고 연애관이 정립됐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건 연애는 하게 될 텐데 시작이 빠른 게 낫지 않나.” 현재 혁수와 영석은 아이러니하게도 절친한 동기로 지내고 있다. 혁수는 평소에 영석에게 “내가 대신 나쁜 연애를 당해준 것”이라면서 너스레를 떤다. 연애는 실패했지만, 결국 둘은 한 여자로 인해 우정을 지킨 셈이다. 

 

3시기(5월 초~ 5월 말): 시험 기간 종료와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닐 시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엠티도 많이 간다. 체육대회나 대동제 같은 학교 행사를 함께 즐기면서 커플이 되기도 한다. 

 

취중진담 

 

대학생 민희(가명)는 새내기 시절 동아리 선배 기영(가명)과 연애를 했다. 민희는 기영과 3월 초부터 친해졌고 단둘이 영화도 보며 썸을 타고 있었다. 서로가 좋아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5월 될 때까지 사귀기로 한 상태는 아니었다. 민희는 5월 중순 교내 축제 기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기영을 불렀고 서로 만취한 상태에서 기영이 민희를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사귀기 시작했다. 

 

둘은 여름방학까지 잘 만났다. 너무 둘이서만 붙어 다녀서 마땅히 친한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민희는 기영과 2학기 시간표도 함께 짰다. 그런데 2학기 개강 초, 기영이 갑자기 군대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통보했다. 민희에게는 날벼락이었다. 민희는 깜짝 이벤트인가 의심했지만 김칫국을 마신 격이었다. 세상이 갈라져도 2학기 만큼은 함께하자던 약속은 휴짓조각이 되었고 결국, 기영은 휴학하고 입대했다. 입대 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민희는 기영과 이별했다. 

 

혼자라고 생각 말기 

 

민희는 2학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한창 동기들과 친해질 시기에 연애에 몰두한 나머지 동기들과 뒤늦게 친해지는 것이 어려웠다. 괜히 어색하게 눈치를 보며 같은 동아리 동기들과 아무 데나 껴서 밥을 먹곤 했다. 민희는 지금도 기영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민희는 “학기 초에 얻을만한 것을 다 버리고 싶을 만큼 연애를 하고 싶다면 하는 건데 후회가 자명한 것 같다. 새내기 초반에 선배든 동기든 많이 친해져야 할 시기에 연애만 하다 보니 나중에는 관계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청춘을 누리기 위해 연애를 경험해 보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개강의 설렘과 따뜻한 봄날의 분위기에 취해 시작하는 섣부른 연애는 비극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너무 분위기에만 이끌려 섣부르게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자. 물론 이 와중에도 수많은 썸남 썸녀들은 캠퍼스를 핑크빛으로 물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