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주인공 브리짓은 통통하다. 브리짓은 자신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연애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브리짓에게 두 남자가 다가오고 브리짓은 완벽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완벽한 남자 ‘다아시’가 브리짓에게 건네는 사랑의 말은 ‘저는 당신 그대로가 좋습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여성들은 의문을 가진다. 과연 뚱뚱한 내 몸을 사랑해 줄 완벽한 남자가 현실에 있을까. 그리고 자신이 정상 범위의 몸무게임에도 불구하고 1키로라도 더 감량하기 위해 살과의 전쟁에 뛰어든다. 대한비만학회가 실시한 '비만에 대한 인식도 및 태도'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로 봤을 때 정상체중(18.5~22.9) 여성 26%가 '비만하다'고 답변했고, 정상체중 여성 52%는 '최근 1년간 체중감량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다이어트 열풍, 갈수록 거세지는 이 바람을 페미니즘 시각에서 진단해보고자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의 외모관리, 몸 관리가 철저하게 남성적 시선과 권력에 의한 것인데도 그와 같은 사회적 맥락이 가려진다는 점이다. 여성들 자신이 육체를 남성의 관음증적 쾌락의 도구로 전시하는 데 열중함으로써 성적 대상화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남성 지배 문화를 강화하게 된다. 남성들과 사회적으로 동등한 주체가 되려는 여성들의 욕망과 힘겨운 노력의 소산인 몸 관리는 ‘자기만족’을 위한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치부된다. 그럼으로써 저항의 가능성은 봉쇄되고, ‘외모가 곧 권력’ 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수용함으로써 오랜 성별 권력관계를 몸을 통해 재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것이다.’ ‘육체산업의 이윤추구에 예속되는 것이다.’ 등 이와 같은 비판에 모두 공감하면서도 다이어트를 비롯한 외모관리에 여성들의 외적, 내적 자산이 쏠리면서 여성들이 갖고 있는 다른 다양한 자원과 능력은 보잘것없는 게 되어 버린다.
두 번째,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물리적, 심리적 고통이 어마어마하다. 다이어트 식품이나 약품을 남용하거나 오용해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영양결핍, 골다공증, 각종 부인병을 유발하고 심지어 죽음을 야기할 만큼 심각하다. 심하면 거식증, 폭식증 같은 신경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페미니즘 이론가나 정신분석학자 중에는 여성의 신경성 거식증을 가정에서 출산과 양육을 담당해야 하는 모성적 여성성에 대한 반항의 표현으로 보기도 한다. 밋밋하고 중성적인 마른 몸에 대한 선호가 자기 절제 및 관리같이 통상 남성적 능력으로 평가되던 것을 전유하는 행위로 평가한다.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신경성 거식증과 폭식증은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항의인 동시에 순응이라는 양가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심리적 고통과 관련하여 더 문제인 것은 외모관리가 실패했을 경우 그것을 개인적 능력의 한계나 의지력 부족 탓으로 치부하면서 자기비하나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연예인 박봄의 경우, 활동 휴지기에 선보인 무대에서 노출된 뱃살 때문에 네티즌들의 ‘자기관리 못 했다.’ 는 질타를 받았다. 이후 그녀가 상추다이어트를 통해 몸매를 회복하자 ‘박봄 상추다이어트’는 실시간 검색 1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세 번째, 다이어트는 젊은 여성의 몸,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을 이상화함으로써 여성의 사회문화적 생명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여성들을 타자화한다. 젊거나 예쁘지 않은 여성을 타자화하고 가부장제 사회, 소비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몸을 동질화함으로써 외모관리와 그에 따른 소비문화의 팽창이 마치 여성들 간의 경쟁에서 비롯된 것인 양 호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 아이돌의 몸매에 대해 ‘너무 말라서 별로.’고 생각하는 댓글이 달리면 ‘오크년들이 꼭 분개한다.’ 는 남성들의 무차별적인 폭격이 뒤따르기도 한다. 모든 여성이 마른 몸을 선호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마른 몸을 선호하고 서로 경쟁한다는 인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도한 다이어트 열풍은 노출을 할 수밖에 없는 계절인 지금,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달 만에 10키로 감량’이라는 광고문구와 ‘60kg→45kg 된 주부’ 라고 소개하는 인터넷 플래시 영상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욕구를 한층 더 돋우고 있다. 건강을 위한 감량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남들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동참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이어트 열풍이 고착화되면 될수록 여성은 테두리 지워진 우리에 갇힐 수밖에 없다. 테두리에서 벗어나 여성의 목소리를 하나둘 높이는 것은 여성 개개인의 행동에 달렸다. 여성이여, 하루빨리 남성적 시선에서 탈피하고 고통의 올가미를 벗어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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