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설이 보도된 후 사람들은 호텔에 주목했다. 고급스러운 객실 사진과 이용료 등이 돌아다녔다. 충분히 자극적인 상상을 유도할 수 있는 게시물이었다. 네티즌이 상상하는 것은 ‘팩트’가 되어 인터넷에서 재생산됐다. 댓글에는 그들의 혼숙에 대해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있었다. 보도 몇 시간 후 이민호의 가족도 함께 투숙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이 한 호텔에 묵었다’는 진실 아닌 진실만이 남겨졌다.

 

“뉴스는 팩트다”, 진짜 팩트 맞을까

 

연예 부문의 특종 보도 매체로 널리 알려진 디스패치의 모토는 “뉴스는 팩트”다. 그들이 보도하는 열애설은 당사자들이 꼼짝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작성된다. 오랜 시간 따라다닌 기록을 여과 없이 공개하고, 결정적인 증거로 ‘사진’을 남긴다. 최근 이병헌, 클라라, 김현중 사건의 경우에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문자를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다. 대단한 취재력 덕분에 대중 사이에는 ‘역시 디스패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뢰성이 높다. 디스패치의 보도는 믿고 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디스패치의 보도가 곧 사실이라는 공식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들이 보도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연예인 사생활 또는 연예계의 뒷이야기 같은 가십이다. 취재기자는 타자의 위치에서 사건을 지켜본다. 여기서 기자도 주관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한계가 드러난다. 어떻게 사건을 보는지에 따라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자 연예인 A가 늦은 밤에 친구들과 놀고 술집에서 나오는 장면을 두 기자가 동시에 봤다고 하자. 한 기자는 그가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을 부정적 시각에서 보도했다. 다른 기자는 그가 술자리에 간 이유가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함이었고, 파티를 마친 후 대리운전을 불러 친구를 태워 보낸 매너남이란 ‘사실’을 보도했다. 즉 사건을 바라보는 기자의 시선이 ‘팩트’라는 이름으로 사건에 개입되어 뉴스로 생산되는 것이다.

 

그들이 명백한 증거로 제시하는 사진조차 정보 수용자의 오독 가능성을 가진다. 사진이 어떤 글과 맥락에서 사용되는가에 따라 시각적 오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수지와 이민호의 보도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한 개인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대중에게 심을 수 있는 공표 행위다.

 

무엇보다 남녀 간의 연애, 개인의 성적인 문제, 가정사 등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대한 사실관계는 오직 당사자만 아는 일이다. 외면으로 드러나는 양상을 기준으로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고, 그것을 의심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치명적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을 피해자로 만드는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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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일상을 훔쳐보는 사진을 내보내는 디스패치의 특종보도 @디스패치

 

우리에게 스타의 사생활을 ‘알 권리’가 있을까

 

디스패치가 팩트를 추적하는 과정은 ‘파파라치’와 ‘스토킹’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지난해에는 김연아 선수의 연애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수십 명의 기자가 잠복 취재한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어나기도 있다. 이민호와 수지의 열애설을 보도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부터 그들의 개인 스케줄을 모두 따라다닌 것은 예삿일도 아니다. 디스패치는 이를 “탐사보도의 정신을 충실히 접목시키고자 노력”한 일이라고 반박한다.

 

유명인의 사생활이 공익에 피해를 끼치거나, 사회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는 부득이하게 공개될 수는 있다. 여기에는 그 정보를 공개함에 따라 이윤을 누리는 사람이 없어야 하며, 악의적 의도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디스패치의 기사들은 초상권 침해나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실제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상견례 보도가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법적 책임을 지기도 했다. 법에 저촉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행’과 ‘도둑촬영’에 기반을 둔 취재가 지속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보도의 당사자가 불쾌함을 느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 자신에게 돌아올 손실이 더 크다. 사건이 더 공론화되거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등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또한 디스패치는 끈질긴 추적과 밀착 취재를 국민들의 알 권리로 합리화한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함정이 있다.

 

알 권리는 사전적으로 “국민 개개인이 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 또는 이러한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라는 의미다. 이는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정치, 사회 등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국민들이 모르는 일이 없기 위함이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을 위반하지 않은 그들의 사생활은 공익적 가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음모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중요하게 부각되는 현안들을 잠식시키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알 권리는 자연스럽게 연예매체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정당화하는 이유로 사용된다.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인지도와 사생활 침해가 등가교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유명인들의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 침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직업 특성상 일반인들에 비해 사생활 보호 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신의 사적인 일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즉 유명하다는 이유로 사생활을 공개할 의무는 없으며, 그것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밝혀질 이유도 없다.

 

퍼져가는 디스패치의 세계관

 

선정적인 보도와 취재윤리의 문제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디스패치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들의 특종 기사는 발행되는 순간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된다. 인터넷 신문뿐만 아니라 대형 언론사까지 후속 기사를 써낸다. 디스패치가 제공하는 하나의 소스를 모두가 돌려쓰는 상황에서 내용은 같을 수밖에 없다. 결국 네티즌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더 자극적인 제목이 등장하고, 같은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클릭수를 조작하는 등의 어뷰징 기사 경쟁이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기성 언론사들은 디스패치를 비판할 자격을 잃어버리고, 디스패치의 영향력은 확장된다.

 

대량으로 유통되는 스타들의 사생활은 대중들의 관음, 즉 타인이 숨기고자 하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은 심리를 파고든다. “연예인들은 어떻게 살까”라는 궁금증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디스패치는 또 하나의 권력을 얻게 된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디스패치를 찾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 권리라는 무의미한 단어는 디스패치의 인권침해를 합리화할 명분을 가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돼야 하는 점은 대중들이 유명인들의 사생활 노출에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피해자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준의 열애설을 잡기 위해 몇 달을 쫓아다닌 디스패치가 결국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내보낸 그의 일상 사진을 보며 네티즌들은 웃지 않던가. 누군가 내가 점심으로 김치볶음밥을 먹고 후식으로 바나나우유를 먹었다며 나도 모르는 사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을 상상해보라. 몇 달 동안 나를 감시하는 눈과 카메라가 있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공포로 다가온다. 내게 무서운 일은 연예매체의 표적인 유명인들도 느끼는 감정이다. 더 이상 ‘팩트’가 ‘임팩트’가 되기 위해 그들의 인권이 무시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