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익숙한 침대에서 눈을 뜨고, 창 밖에서 항상 같은 풍경을 마주한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시간 속 일상은 평소와 다름없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설익은 르포]는 당신이 미처 경험하지 못한, 혹은 잊고 지낸 세계를 당신의 눈앞에 끄집어낸다. 낯설거나 익숙하거나, 그것들과 함께 일상 속의 작은 일탈을 시작해보자.

경계와 분절. 인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의 인상이다. 동화를 소재로 한 벽화가 곳곳에 있었지만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중구는 열악한 원도심을 개발하기 위해 동화마을을 ‘선택’했다. 관은 동화마을을 기획했고, 벽화를 그릴 집을 선정했으며 그림을 그릴 사람들을 고용했다. 그래서인지 동화마을에 있는 벽화들은 이야기를 구성하지 못했다. 동화는 포토존을 위한 개별적 장면으로 소비되고 있다. 골목과 골목 사이에 이어짐이 없이 분절적으로 나뉘어 있다.


부자연스러움은 동화마을에 발을 들여놨을 때부터 시작됐다. 지하철 1호선 인천행 종착지인 인천역에 내렸다. 경사가 완만한 언덕을 따라 걸으면 5분도 지나지 않아 차이나타운에 도착한다. 유명한 중국집과 이국적인 길거리 음식이 즐비한 차이나타운에서 다시 5분을 걷는다. 목적지인 동화마을을 잘 찾아왔다고 알려주는 입간판이 서 있다. 무지개 빛깔로 채색된 입간판이 두 ‘타운’을 규정한다. 입간판이 저기서는 짜장면을 팔지만 여기서는 동화를 판다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동화마을 입구 바로 옆에는 3층 높이의 푸른메디칼의원 건물이 있다. 건물 한쪽 면 1층 간판엔 동화 같은 그림이 채색됐다. 중세 시대의 성을 표현하는 부조도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꼬마 모형이 부조 옆에 같이 표현됐다. 간판 하나라도 할애해서 동화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다. 효율적이진 않았다. 거리엔 많은 인파가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사진 찍는 것으로 보였으나, 병원 간판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은 없었다.

동화마을임을 가리키는 입간판. ⓒ고함20 

관이 기대한 바는 다소 충족되는 듯했다. 골목 마다 체험 카페가 있었다. 성인 두 명이 나란히 서 있기 힘든 비좁은 골목을 걸어 체험 카페에 도착했다. 작은 칠판에 쓰여 있는 글귀가 보였다. “동화마을주인공 조형물 색칠하기 체험 10,000원.” 마을 입구에서 봤던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져 자생력 있는 마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던 표지판이 떠올랐다. 중구청이 기대한 자생력은 마르지 않는 ‘돈 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주자들은 동화마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했다. 익명을 요구한 ㄱ 씨는 “지저분했던 도로가 깨끗해졌다”고 하면서도 “보여 지는 면만 좋다”고 말했다. ㄱ 씨는 주말마다 시끄러워서 쉴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마을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림만 가지고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어. 2년이나 3년 정도 될 때 바꿔야 하는데…” ㄱ 씨의 말을 듣곤 방문객의 평을 떠올렸다. 인천 부평에서 왔다는 이창우 씨는 “그림이 유치하다. 솔직히 두 번 방문할 곳은 아니다”고 평했다.

대화를 마친 후 발걸음을 돌렸다. 경사를 따라 올라가니 송월3가에 있는 공영주차장이 나왔다. 전용면적 145제곱미터의 공영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있었다. 방문객에 비해 협소한 공영주차장에는 회색 컨테이너 박스가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바람개비 수십 개가 붙어있는 집이 있다. 방문객에게 동화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줄 집들은 마을에 드문드문 퍼져 있었다. “모든 주민이 동화마을 벽화에 찬성하진 않았다”던 ㄱ 씨가 말이 떠올랐다. 관이 주도하는 하향식 기획이 분절을 만드는 셈이다.

공영주차장 앞 바람개비 집. 일반 주택들 사이에 바람개비 집이 덩그러니 서있다. ⓒ고함20

길을 다시 되돌아 가다가 마을 초입에 있는 노인복지회관에 멈춰 섰다. 송월동은 구도심이다. 인천 개발의 무게 중심이 북구와 남구로 옮겨진 후, 중구는 활기를 잃었다. 마을엔 노인이 많다. 복지회관 앞 벤치에 할머니 세 분이 앉아 있었다. 올 해 연세가 77세라는 할머니는 “여긴 애들이 없는 동네야. 주말마다 이렇게 앉아서 애들 보니 재미있고 사랑스러워”라고 말했다. 기자는 불편한 점을 물어봤다.

할머니들은 목욕탕이 없어져서 겪는 불편함을 공통으로 꼽았다. 동화마을이 조성되고 관광객이 많아진 후 동네엔 목욕탕이 없어졌다. 목욕을 가려면 택시를 타고 동인천역으로 나서야 한다. “이 동네에는 노인이 많이 살아. 노인들은 삭신이 쑤셔서 목욕 가는 걸 좋아하는데, 팔렸지 뭐”. 할머니들은 목욕탕이 팔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섭섭함을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게다가 마을의 유일한 병원인 푸른메디칼의원도 없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소문에는 중국인들이 병원 건물을 매입했다고 한다.

사진 왼쪽 귀퉁이에 앉아 방문객을 구경하는 노인들. 객과 거주민에게 동화마을은 각각 달리 다가온다. ⓒ고함20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중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병원이 없어진다는 소문은 처음 듣는다”며 “병원은 편의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담당자는 편의 시설이 사라지는 일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인정하지만 “그런 일은 총괄 관리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기자는 질문을 바꿨다. 편의시설이 없어져서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어디에 건의할 수 있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대답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동화마을은 다 달랐다. 관이 기대하는 동화마을, 주민이 느끼는 동화마을, 관광객이 즐기는 동화마을은 제각각이었다. 기자는 원주민도 아니고 관광을 목적으로 동화마을을 방문하진 않았다. 제삼자의 눈에 생기가 감도는 동화마을을 기대하는 일이 동화처럼 느껴졌다. 소음과 쓰레기, 부족한 편의시설도 동화마을이 겪는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벽화에, 일회성 관광객이 쓰고 가는 돈에 매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