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에서 ‘작가의 말’과 댓글란은 네이트의 베댓과 역할이 같다. ‘선리후감’은 일상이고, 작가들은 늦은 업로드를 사과하거나 무언가를 알린다. 그 자체로 웹툰의 일부인 것이다. 이 ‘부록’ 중 네이버 월요웹툰 ‘뷰티풀 군바리’는 현재 가장 뜨겁다. 여성의 군복무가 의무가 된 세상을 두고 소위 ‘남녀 대립’의 장이 펼쳐진다. 여기에서의 편 가르기는 군복무를 마친 남성들 – 댓글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렇게 믿어야하는 – 의 삿대질로 시작된다. 

 

남성이 병역의무를 지는것에 고마워하지 않는, 혹은 외모가 뛰어난 여성에게 열폭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이들을 향한 공격은 사뭇 진지하다. “싸우지 말라”는 작가의 당부는 순진해 보일 정도다. 훈계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댓글러’들은 말할 자격을 스스로 발급한다. 군인들의 노고를 이해하는 여성이기 때문에,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같은 단서가 첨언의 자격이 된다. 입대를 앞둔 사람이 여기서 군생활에 대한 응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자연스럽다.

 

만화는 군대를 이미 보여주는데, 왜 댓글란은 “저것보다 더하다, 덜하다”는 부연으로 가득할까? 이런 장면들을 회자한다 해도, 여군이 아닌 여성들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아는 척’에 불과해서다. 만화는 여성이 입대한 세상을 안전하다고 정의하지만, 막상 입대한 여성들을 각개전투 중 생리를 ‘핑계’로 주저앉는 열등한 존재로 묘사한다. 신체적 차이를 의지의 문제로 굳이 부각하는 장면들은 댓글러들에게 소구하는 포인트다. 입소식을 앞두고 주인공 수아의 친구는 ‘왜 우리가 가야만 하느냐’고 울먹인다. 공평하게 짊어져야 하는 병역의무 앞에서 그의 눈물은 의문이 아니라 투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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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웹툰 ‘뷰티풀 군바리’ 

 

 

군대경험을 여성에게 붙여넣기한 것 외의 의미를 위해 필요한 조건은 가르치려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현재 생산되는 군대 이야기에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주호민의 ‘짬’은 빽빽한 군대 서사를 가지고 있었고, ‘노잼’인 구석은 찾기 힘들었다. 뷰티풀 군바리는 입소 후 각개전투와 화생방 훈련이 대기하는 등 ‘짬’과 비슷한 진행방식을 갖지만 본색은 ‘군대 컨텐츠’의 최전선인 진짜 사나이에 더 가깝다. 

 

“어서 고마워 하란말이야!”

 

물론 군대만화의 효용을 논하는 것은 어리석다. 창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집단은 없다. 시각이 문제다. 못된 것은 군대만화가 아니라 함부로 단정짓는 습관이다. 여성들의 대답에 목이 마른 듯한 댓글란의 가열찬 논쟁이 무색할 정도로 만화는 일차원적 상상만을 반영한다. 뷰티풀 군바리들의 세계에서 교관은 냉정하고 무서운 관리자로 보이지만, 주인공의 상상에서는 ‘그날’이라서 예민할지도 모르는 존재다. 수아는 그렇게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대신 말하거나 생각한다. 모기만한 목소리 때문에 기합을 받고, 군대를 ‘감히’ 비웃는 등 ‘정신머리’가 부족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의 반영은 무책임하다. 그 배경은 작가들이 만화 구상을 위해 ‘기 센 여자들’을 일부러 찾았다는 귀띔에서도 보인다. 군입대 법안 통과를 방해하거나, 입대 반대시위를 하거나, 병역비리 연예인을 옹호하는 이들은 모두 여성이라는 합의도 작동한다. 독자는 ‘여성이 군대에 가면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을 넘어 상황을 엿볼 자격을 가진다. 이 웹툰이 군대의 노출인 동시에 관음인 이유다. “고마워 했으면 좋겠다”와 “고마워하는 마음은 가져야한다”는 말이 오가지만 정작 배은망덕한 사람들의 실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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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풀 군바리’ 연재목록

 

 

“애 떨어질 뻔 했네”, “그날이신 건가”와 같은 대사에 최소한의 역할이 있다면, 이 만화에 기대를 접게 한다는 것 뿐이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제거한 뷰티풀 군바리에서 어떤 스토리가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다. 이쯤에서 작가들이 붙여넣기 한 여성을 ‘잘라내기’ 해보자. 섹슈얼한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는 여러 컷과 독자들이 환호하는 신체묘사가 남는다. 강간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여군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는 설정은 관음의 코드를 통과한다. 이 만화속 세계에서 여성은 군대를 견뎌낼 수 없지만, 어쨌든 입대하기 때문에 아름다워질 자격을 얻는다. 예쁜 주인공이 군대에 간다. 만화의 제목이 모든 것을 수렴한다. 

 

군대 컨텐츠의 최종 정착지는 군복무를 마친 이들이 아니다. 그것을 아직, 혹은 앞으로도 겪지 않을 이들이다. 그들 중 누군가가 볼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댓글란은 오늘도 ‘빡친’ 상태를 유지한다. 만화는 그 분노에 의지한다. 입대를 앞둔 친구의 품에서 억울한 눈물을 흘리는 등장인물은, 군삼녀의 기억을 소환한다. 누군가의 “모든 여자가 그런게 아니다”라는 항변은 슬프다. 어떤 여성은 분명히 군복무를 비웃을 것이라는 예상에 자신은 개념없는 여성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다. 유효한 대사는 오직 “감사하다”뿐이지만, 그마저도 댓글러들에겐 완벽한 답변이 아닌듯하다.

 글/ 블루프린트 (41halftim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