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노동착취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이미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작년 패션업계 열정페이 논란부터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지난 3월 25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청년의 삶을 파괴하는 블랙기업: 진단과 해법’이라는 주제로 청년유니온 주최의 토론회가 열렸다. 청년유니온의 다양한 사례 연구를 기반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운동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오전 10시 많은 기자가 모인 가운데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의 진행으로 토론이 시작됐다. 그는 작년 11월 9일 블랙기업운동의 시작을 선포한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청년유니온의 연구와 조사가 블랙기업운동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나갈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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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홈페이지

 

블랙기업?

 

‘블랙기업’은 노동자들에게 불법 및 편법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가혹한 노동행위를 강요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 개념은 원래 일본의 IT업계에서 인터넷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후 일본 청년단체 포세(POSSE)에서 ‘블랙기업’이라는 책을 발간하고 블랙기업 시상식도 열면서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끌어올렸다. 한국에서는 청년들의 패션업계 열정페이, 갑질 논란 문제로 작년에 크게 대두하였으나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다.

 

청년유니온은 작년 3월부터 12월 말까지 전화나 온라인으로 청년들과 직접 상담하며 430건의 상담 건수와 611건의 문의 건수를 수집했다. 상담 유형에 따른 주제별 빈도를 보면 임금체불이 가장 많았다. 주휴수당이나 최저임금 같은 임금 관련 항목들을 다 모아보면 전체의 30%에 달했다. 그 다음은 근로계약서와 관련한 상담이다. 청년유니온 연구 발표자인 정준영 정책국장은 “가장 기본적인 것도 지켜지지 않는 굉장히 무질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청년 노동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3개월간 수집한 63건의 온라인 제보사례를 보면 근무내용과 관련해서 장시간 노동의 제보사례가 전체의 69.8%로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했다. 욕설이나 폭언을 듣는 경우도 23.8%에 달했다. 

 

초과근무,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한 경험… 

청년 울리는 블랙기업

 

이후 양적인 조사를 위해 302명에게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법정 최대근로시간인 52시간을 넘는 장시간 노동 사례가 30.6%에 달했다. 60시간 이상은 19.5%, 70시간 이상은 5.4%로 나타났다. 원인은 초과근무일 수에 있었다. 일주일에 야근을 3일 이상 한다는 답변이 무려 45%로 나타났고 그중 5일 이상은 13%가 넘었다. 

 

다시 그 원인을 조사해보니 노동강도 관련이 있었다. 초과근무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청년들은 “업무량이 과중하고 야근이 필수이기 때문이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런 시간 외 근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비율은 절반이 넘었다. 업무량이 많아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 것이다. 

 

이외에도 법정 휴가 휴일제도 사용 정도,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한 경험, 직장생활 만족도 등에서 청년 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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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씨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갑작스럽게 우는 사람 사람들도 많았다.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하고 나니까 감정적으로 해소가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렇게 블랙기업 운동은 청년 당사자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게 해주는 힘을 주는 것이다”

 

청년유니온 “우리는 창조경제-창조산업을 친다” 

 

정준영 씨는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를 발표하면서 블랙기업의 학술적 의미뿐만이 아니라 실천적인 의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자료가 청년 본인들의 노동경험을 해석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도구로 쓰이기를 당부했다. 이어서 “블랙기업의 행위들에 대해 저항하는 사회적 운동을 만드는 것이 청년유니온의 본연의 역할이다. 청년노동 착취문제의 당사자인 청년이 블랙기업 운동의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다른 패널들과 토론을 진행한 뒤,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블랙기업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청년유니온 블랙기업 운동 구상안을 발표했다. 그는 블랙기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청년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하여 일상적 착취와 비합리적 노동조건을 강제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유무형의 폭력을 가해 청년의 삶과 국가의 잠재력을 먹어치우는 기업.”

 

청년유니온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산업’ 육성을 거론하며 ‘창조산업’에서 제도적 보호장치도, 노사관계도 없이 블랙기업 청년 노동문제가 집약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산업의 양적 성장에 비해 기본적인 노동 질서가 형성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청년 노동문제에 집요하게 대응하기 위해 “관련 산업의 영역에서 청년노동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단체들과 결합하고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 이후 현장의 갈등을 드러내고 이슈파이팅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 최정우 비정규전략본부 국장은 “민주노총의 청년 전략 조직화 사업이 아직 초보이긴 하지만 청년유니온과 함께 공동사업을 모색할 것이며 블랙기업 운동도 함께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