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프랜차이즈 기업 스타벅스에는 종업원(employee)이 없다. 파트너(partner)만 있다. 성별과 인종, 학벌은 유효한 변수가 아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임원이 될 기회가 있는 곳이 바로 스타벅스다. 하지만 앞에 ‘한국’을 붙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졸자 점장과 바리스타를 따로 뽑는다. 처우와 복리후생도 다르다. 승진의 기회가 다르게 주어짐은 물론이다. ‘한국식’을 붙이면 그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일이 어디 스타벅스뿐이겠는가.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마찬가지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덴마크식 모델을 언급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덴마크에서는 매년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이 해고된다. 동시에 재취업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며 사회적 안전망이 탄탄하게 뒷받침해서다. 실업급여도 최대 4년까지 탈 수 있다. 네덜란드의 노동시장 역시 유연하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했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네덜란드에서 보편적이다. 네덜란드의 파트타이머는 정규직으로 분류된다. 상여금과 휴가 등 처우도 동일하다. 덴마크 모델이 사회적 안전망을 전제로 한 해고의 자유를 상징한다면, 네덜란드 모델은 차별 없는 시간선택제를 의미한다. 

김대환 위원장은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시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연합뉴스

1. 한국이 덴마크나 네덜란드처럼 될 수 있을까?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없다. 정부와 경영계는 노동 유연성을 위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생각한다. 정규직이 지나치게 과보호 받고 있다는 논리다. 정규직 과보호의 빗장을 풀기 위한 정책 제안은 크게 두 가지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마련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완화다.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전자는 성과가 적은 사람을 쉽게 퇴출하자는 내용이다. 후자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취업규칙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회사가 취업규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조 또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아야만 했다. 개정안대로라면 근로자 집단의 동의 없이 사측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 두 정책이 수렴하는 바는 물론 ‘노동 유연성 제고’다. 

–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측은 성과가 낮거나 태도가 불량한 정규직 사원들을 해고하고 그 빈자리를 청년 고용으로 메우겠다고 한다. 정부도 기대하는 바가 같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첫째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정말로 경직되어 있느냐는 질문이다. 둘째는 쉬운 해고가 이루어진다면 그 공백을 메우는 신규 고용이 얼마나 창출되는가이다. 두 질문에 대한 의문이 해소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시장 구조 개선안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노사정위원회의 지루한 교착 상태도 계속될 터다.   

2. 우리는 ‘이미’ 유연한 노동시장에 살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미’ 유연하다. 근로기준법에 의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가 0.3% 수준임을 감안해도,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하다. 높은 이직률, 비정규직의 숫자, 사내하청을 포함한 아웃소싱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비자발적 이직률은 매년 7~9%에 달한다. 자발적 이직 중에서도 ‘비권고성 명예퇴직’의 비중도 6~9%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명예퇴직의 형식으로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100명 중 약 92명이다. 이들은 취약근로자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2년이라는 비정규직 기간제한은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되기는커녕 쪼개기 계약이라는 꼼수를 불렀다.(심지어 경영계는 비정규직 기간제한을 4년으로 연장하자고 주장한다!)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한국의 유연성은 낮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체감경직성이 높은 편이라는 장신철 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지적은 이런 면에서 함께 고민할 만하다. 

3. 해고 요건 완화는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질까? 


– 대기업·정규직·조직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7.4%다. 고용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빗장을 푼다고 해서 지금의 ‘청년실신’ 사태를 해결할 지는 미지수다. 풍요로운 일자리는 산업화 시대에만 가능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무르익은 현재, 대기업은 고용을 꺼린다. 정규직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수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이제 정부에 외치고 싶은 말은 뚜렷해진다. 청년실업난을 해결하고 싶다면, 대기업의 고용창출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지 말라고. 경영계가 정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전체 노동자의 삶을 끌고 가지 말라고.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돕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느냐고 말이다.   


4. 우리에겐 ‘좋은’ 일자리가 필요해 


– 대기업, 대기업, 대기업. 청년들이 대기업에 진입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대기업이 지급하는 금전적인 혜택과 복리후생이 중소기업의 것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노동시장 임금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기업 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 중소기업 비정규직 순으로 임금을 받는다.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대기업 비정규직이 임금을 더 많이 받는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싶다면, 동시에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고 싶다면 ‘노동시장 유연화’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하는 길이 더 가까워 보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적 제안과 관행으로 받아들여진 불공정 바로잡기다. 이것이 바로 노동계, 그리고 곧 노동 시장에 진입할 청년들이 원하는 바다.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겠다는 얘기 없이 쉬운 해고만을 추진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러스트의 메시지를 곱씹어보자 ⓒJohn Holcroft

– 해고가 곧 살인이 되는 위태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유연화가 부를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완충망은 보이지가 않는다. 정부와 경영계가 양보만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치는 까닭이다. 청년실신… 단언컨대 청년들은 노사정위원회가 결렬해서 실신하지 않았다. 우리가 진입할 노동시장은 전에도 절벽 같았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함은 말한다. 노동구조개혁 실패로 청년들의 취업 절벽이 더 심각해진다는 호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