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지났다. 1주기를 맞이하여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안산시에서도 세월호 유가족이 중심이 되어 4.16 합동추모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궂은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과 시민들은 합동추모제가 예정된 오후 2시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12시가 되자 추모제가 예정된 화랑유원지에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추모제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유가족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과 시행령 폐기 관련해서 어떠한 답변도 없다면 추모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런데도 추모제를 참석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 추모제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자리가 있었다. 유족들은 대통령을 기다렸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것을 기대했다. 여러 번의 초청도 보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이 없는 팽목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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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준비가 한창인 화랑유원지

 

봄 바다 구경 간 대통령과 공원 마실 나온 원내대표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산에서 예정된 합동추모제는 결국 취소됐다. 국민의 안전에는 7시간 동안 무관심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을 이유로 팽목항으로 갔다. 현장에서는 ‘유가족이 위험하기라도 하단 말인가’라는 말이 들렸다.

 

팽목항으로 간 박근혜 대통령은 방파제의 중간에서 나 홀로 담화를 했다. 유가족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모제가 준비된 안산으로 오기 바라는 마음에 진도를 비웠다. 그래서 팽목항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대신 합동추모제가 열리는 안산 분향소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자리와 박근혜 대통령을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팽목항 방파제 중간에서 누구를 향해 무엇을 말한 것일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 일정을 검색하던 중 분향소에 김무성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왔다. 기자들이 추모광장 옆에 마련된 분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유가족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으며, 한 시민은 분노에 차 그에게 “올 곳이 따로 있지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소리쳤다.

 

분향을 마친 김무성 대표는 경호를 받으며 분향소를 빠져나갔다. 무슨 말이라고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주차장까지 그를 쫓아갔다. 하지만 그도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유가족을 위해 위로의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떠났다. 한 유가족은 그에게 달려가 제발 약속을 지켜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도 굳게 닫힌 차 문은 열리지 않았다.

 

추모하고 싶지만 추모하지 못하는 유가족

 

2시가 되고, 유가족은 추모제의 취소를 알렸다. 유가족 측은 추모제를 취소한 이유에 대해 “저희 가족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295명의 희생자와 9명의 실종자를 추모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원내대표가 추모하는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희생자를 기리고 싶은 사람은 유가족이었을 텐데, 그들은 자신들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다.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왔던 윤다미안(27)씨는 “추모제가 취소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이나 시행령에 관해서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유가족이 추모제 진행을 포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배태준(26)씨도 취소 자체보다 취소된 이유가 중요하다며, 취소된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모는 비일상에서 일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의례다. 추모를 통해 모든 감정을 쏟아 부은 뒤 현실로 돌아갈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만큼 했으면 최선을 다했다’는 정리와 납득이 필요하다. 세월호 유가족은 아직 현실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유가족이 합동추모제를 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열지 ‘못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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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왔지만, 조문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정말 이쯤에서 그만하기를 원한다면…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쯤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모든 것이 밝혀져야 한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팽목항을 찾았던 박근혜 대통령이나, 추모제를 찾았던 김무성 대표는 그들이 정리하거나 납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가족의 거리는 안산과 팽목항의 거리 400km만큼이나 멀었다.

 

유가족은 말했다. “참사 후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들로 하여금 어떠한 추모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눈물 흘릴 자리조차 가로막는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에게 매우 서운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띵동. 핸드폰으로 속보가 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원내대표의 긴급 회동을 알리는 속보. 팽목항과 안산을 다녀간 두 사람의 만남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속보를 클릭했다. 하지만, ‘성완종 파동 집중 논의’라는 소식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들은 이미 정리하고 납득한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