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불문하고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뮤지컬 프레스콜’을 검색하는 것이 일과 중 하나다. 취향저격 당한 뮤지컬을 발견하면 같은 장면을 다른 매체 동영상들을 찾아 무한 반복하는 것이 조건반사가 됐다. 무대 위 모든 것에 대한 설렘이 마음 속을 가득 채운다. 전문가처럼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나진 않다. 하지만 배우, 음악을 사랑한다고 단언할 순 있다. 자, 뮤덕입문자의 ‘덕질’을 시작하련다.  

※[뮤덕일기]의 모든 작품은 필자의 순수한 ‘덕후’ 마음으로 다녀왔다. 지극히 필자의 취향인 작품들만 다룬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이전부터 사랑받던 작품이다. 수많은 마돈크 덕후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고 있다. 필자도 공연 예매에 꽤 진땀을 뺐다. 어떻기에 이리도 빠르게 자리가 채워지는 걸까.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D-day에 가까워질수록 커졌다.  

두 명의 배우로 채우는 무대 


ⓒ이데일리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프로페서V와 뱀파이어, 두 캐릭터로만 채워진다. 2인극은 두 인물만이 나오기 때문에 갈등에 의한 배우 개인의 감정 소비가 큰 공연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의 섬세한 감정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전 공연과 달라진 것 중 하나인 무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마 돈 크라이>의 무대는 무수히 많은 책이 꽂혀있는 책장들이 나선형의 블랙홀처럼 표현되어 있다. 극 중 갈등의 시작인 시간 여행, 그 혼란을 암시하는 듯하다.

프로페서V 교수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기자가 그에 대한 의문점을 묻고,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맴돈다. 곧 긴장감은 깨지고 진지하고 근사해 보였던 신사 프로페서V는 한순간 푼수 어린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의 ‘깜찍한’ 독백은 어둡게 짙어지는 프로페서V의 모습을 극대화한다.  

포스터만 보았을 때에는 뱀파이어로 보이는 남성의 강한 이미지 때문인지 뱀파이어의 비중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무대에서는 점점 변해가는 프로페서V 개인의 모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센스 있는 동작과 표정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푼수기가 가득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덕후 생산력 만렙 캐릭터, 뱀파이어

Jung Culture


뱀파이어란 캐릭터는 어디서 등장하던 엄청난 덕후 생산력을 지닌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뱀파이어는 프로페서V를 받쳐주는 역할에 가깝지만, 존재감만으로 충분히 무대를 장악한다. 우아한 손짓과 몽환적인 분위기, 무게감 있는 목소리까지! 어마어마한 캐릭터다. 

그중 고영빈 배우의 뱀파이어는 몽환적이다 못해 치명적이다. 달빛에 싸여진 고백작의 모습은 뱀파이어 그 자체다. 뱀파이어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라고 찬양해본다. 그 이상의 격한 편애를 표하고 싶지만, 그저 같은 말을 반복하며 실성한 미소를 띠고 있다. 

어느새 극 중 뱀파이어를 사랑하다 죽음을 맞이했을 여인들과 같은 마음이 되어 있다. 매 순간 등장할 때마다 달라지는 뱀파이어의 모습은 짧지만 숨죽이며 집중하게 된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늘하늘한 셔츠를 입은 모습, 중절모를 쓴 신사의 모습. 침을 꿀꺽 삼키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캐릭터를 말하는 넘버 

뱀파이어의 ‘나를 사랑한’은 그의 몽환적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리는 넘버이다. 그리고 그의 매혹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넘버이기도 하다. 자신을 사랑한 이에게 자신을 구원해달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는 상대를 사랑으로 구원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과연 그가 원한 구원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지루한 삶을 흥미롭게 할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니었나 싶다. 

 

 

프로페서V의 ‘마마 돈 크라이’는 락 베이스의 곡으로 혼란 속에서 엄마를 부르는 애절함이 담겨있다. 결국 변해버린 순간 프로페스V는 방향을 잃고 말한다. “나 이제 어떡하죠…” 그리고 “Mama, Don’t cry. I will be a good boy.” 그가 원하던 멋지고 좋은 사람은 되지 못했지만, 그런 그가 싫지 않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사랑받길 바라는 강박만큼 소모적인 행위가 어디 있을까. 프로페서V 역시 그 강박으로 인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나고 만다. 그 또한 탈이 났고 그제야 달라진 자신을 인정한다. 한층 더 외로워졌고 고독해졌지만, 쓸쓸하지도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평온해 보였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