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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것을 보여주마, 대학 이색 자치언론

중간고사가 휘몰아치고 지나간지도 일주일이 지났다.시험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와중 또다시 기말고사를 향해 간단없이 이어지는 수업은 우리의 몸과 마음 모두를 더욱 지치게 한다. 봄의 끝물을 마음껏 누려보려는 마음이 곧 기말고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뀌어 가는 이때, 고함20이 당신을 위한 자양강장제를 준비해보았다.

 

무엇인고 하면 그는 ‘이색 자치언론’되시겠다. 자양강장제라더니 왠 이색 자치언론이냐 싶은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들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학내 언론도 폐간하는 판국에 그보다도 더 거칠고 험하다는 ‘자치언론계’에서 독하게 살아남은 자들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의 징검다리 시즌인 지금 당신의 강의실 파트너가 될지도 모르는 잡초 같은 이들을 소개해보겠다.

 

 

연세대학교 :: 조롱이

 

심상치 않은 디자인, 페이지마다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이 ‘자치언론’답지 않다. 자치언론을 떠올렸을 때 마치 원플러스원 행사 상품처럼 따라오는 ‘황망한 레이아웃’ ‘어딘가 하나 빠진 듯한 구성’이 조롱이에는 없다. 처음 마주하게 되는 기자의 필명, 발간사의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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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롱이 트위터(@zorongi)

 

 

조롱이는 “학교를 졸업하며 원대한 포부를 세웠으나 별일 없이 졸업하고 현재 별일 없이 생활하고 있는 자, 혹은 졸업을 앞두고 원대한 포부를 세우고 있으나 종이가 부족하여 적지 않는 자, 혹은 졸업은 까마득한데 친구들은 자꾸자꾸 빠져나가 마음이 산산한 자”들을 위한 잡지다.

 

전형적인 문대 냄새를 풍기며 날아든 심상치 않은 조롱이, 그 이름마저도 이중적 함의가 있다고 한다. 졸업을 앞두고, 조롱이처럼 날아갈 것인가 조롱(鳥籠)에 갇힌 신세가 될 것인가 갈팡질팡하는 이들에게 더욱 더 산란한 마음을 가져다줄 잡지. 가까운 미래이거나 이미 당도한 미래이거나 어쨌든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눈물샘, 콧물샘(이 있다면)이 먼저 반응하는 잡지일 것이다.

 

추천 기사 :: 알몸뚱이로 집단의 명예를 수호하는 연대생이여 / [대담] 나는 왜 걱정을 멈추고 ‘조한키드’가 되지 못했는가 / [만화] 바퀴와 팔과 나 / [특집] 사후약방문과 시의 소비자들

 

어디서? :: zorongzorong@gmail.com로 구독 문의. 이밖에도 트위터 계정(@zorongi)을 운영 중이지만 리트윗에만 열심이다. 새답다.

 

 

고려대학교 :: 거의 격월간 몰라도 되는데(몰되)

 

고려대학교와 성북구 안암동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 잡지를 표방한다. 고려대학교에 다닌다는 ‘고부심’보다는 지역주민으로서 사는 동네에 대한 애착을 전면에 내세웠다. 말 그대로 딱히 몰라도 되는, 시의성이나 화제성 측면에서 전혀 메리트가 없는 소재만을 탐닉하고 있다. 그러나 잡지 전반을 관통하는 화려한 언변과 냉소, 풍자는 어쩌다 마주친 소수의 학생들을 밑도 끝도 없는 매니아층으로 자리 잡게 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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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격월간 몰라도 되는데 15호

 

 

모든 기사는 손글씨로 쓰고, 레이아웃 역시 독창적이랄만하다. 모든 기자들이 성실함보다는 태만함을, 가독성보다는 비-가독성을 추구하는 점이 묘미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몰되는 20XX년 동아리연합회의 정식 인준을 받아 중앙전시창작동아리로 승격했다. 기세를 몰아 야심차게 아카이빙 작업까지 시도하였으나, 창간호를 비롯한 0~5호가 남아있지 않아 독자들에게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추천 기사 :: 6호-보타사 vs 개운사 / 5호-내 등록금으로 산 야한 책 / 4호-건강하게 구토하기 / 15호-그곳이 수상하다 : 안암골 신흥세력家의 등장

어디서? :: 몰되는 어느 날 갑자기, 캠퍼스 내 어딘가에서 게릴라성으로 잡지를 판매한다. 가격은 100원이며 부수가 얼마 남지 않았을 경우 가격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다.

 

 

서울대학교 :: 퀴어플라이

 

서울대 성소수자 모임 큐이즈(QIS, Queer In SNU)가 발간하는 잡지로 1회 발행부수가 2천 부에 달하는 거대 자치언론이다. 다른 자치언론의 홈페이지가 ‘방치되거나’ ‘또 방치되거나’ ‘혹은 방치된’ 데 반해 큐이즈의 홈페이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진행형인 것만 해도 감격스러울 따름인데 심지어 영문판, 모바일 버전까지 갖추고 있다. 자치언론계의 엄친아랄까.

 

 

캡처

ⓒ 퀴어 플라이 블로그

 

 

공식 홈페이지 외에 별도로 운영되는 퀴어플라이 블로그에서는 그간 발행된 호의 모든 기사가 업로드되어 있어 편리하게 구독할 수 있다. 한편 각 호는 특정한 키워드를 주제 삼는데 ‘8호 씨발년’ ‘6호 첫경험’ ‘1호 시선’ ‘3호 이성애’ 등 클릭도 하기 전에 주변을 살피며 떨리는 울대로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지금까지 올라온 전체 포스팅만 해도 300여 개이니 모두들 길거리에서, 강의실에서, 침대 속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정독해보자.

 

추천 기사 :: 16호-곳 리타, 레즈비언 클럽이 구린 이유 / 8호-씨발년, 씨발년 가라사대 :마오 / 6호-첫경험 쿨게이들의 시대에서 살아가기

어디서? :: http://blog.naver.com/queer_fly, 오늘 밤 당신이 누울 자리.

 

 

대구․경북지역 대학교 :: 모디

초록창에 모디를 치면 ‘젤 네일’이 먼저 나오지만 괜찮다, 다 괜찮다. ‘모디’는 경상도 사투리로 ‘모여라(모디라)‘라는 뜻이다. 경북대에 재학 중이던 여섯 학생이 뿌린 독립잡지의 씨앗은 이내 대구경북지역 전체로 뻗어나갔다. 다행인 것은 이 씨앗이 온실 속 화초의 그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고정적인 자치언론기금 없이도 모디는 잡지 판매 수익, 개인 후원, 소셜 펀딩(텀블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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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디 블로그

 

모디는 컨텐츠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소셜하다’고 할 수 있다. 잡지를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 앞에 대구․경북의 땅에서 난 것이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페이지마다 속속들이 들어앉는다. 기자들의 잡식성도 잡식성이지만, 독자 참여도 못지 않게 활발하다 하니 그야말로 ‘모딜 사람은 다 모딘’ 곳이라 하겠다. 한 발자국 디뎌 모딜 마음이 들었는가, 당장 3000원을 들고 경북으로 달려가자.

 

추천 기사 :: 잉여, 그 신성한 존재를 위하여 / [특별분석] 왜 그녀는 남자친구를 리그오브레전드(lol)에 빼앗겼는가? / [10월이슈] 나홀로 연애 / 머라카노

어디서? :: http://modi.tistory.com/ 과월호 게시판에서는 책장을 스르륵 넘겨가며 모디를 볼 수 있다.

이매진
이매진

상상력에게 권력을

1 Comment
  1. Avatar
    999

    2015년 6월 27일 15: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길빵의 기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졸라 웃기네요. 고함20은 시의성은 버리지말되 좀더 똘끼넘치는 방향으로 나아갈 생각은 없어요? 정보전달류의 기사는 좀더 줄이고 비평웹진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싶네요. 좀더 유머를 갖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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