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일, 노동절이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여겨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알바연대는 어제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알바생이 아니다. ‘알바노동자’다!”라며 올바른 표현을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임시로 일하는 어린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알바생이라는 용어에는 알바생을 얕잡아 보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알바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일하고, 법에 명시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과 고충을 확인하기 위해 네 명의 알바노동자를 만났다. 피오나(24), 뽀미(22), 아나오란(26), 블루프린트(26)다.

아르바이트 노동환경, ‘을’의 입장에서

알바의 직종에 따라 노동환경이 각기 다를 것 같다. 본인이 했던 알바만의 특수한 문화나 특징이 있다면?
피오나: 서비스직은 ‘짬’ 문화가 심해. 새로 온 사람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마음에 안 들면 뒤에서 욕하고. 텃세가 심한 편이야. 또, 문화는 아닌데 맥도날드의 경우에는 안전에 대한 위험이 있어. 어떤 알바생은 기름기에 열쇠를 떨어뜨렸는데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손을 집어넣었대. 그 펄펄 끓는 기름에, 완전 손이 튀겨진 거지. 사방이 화기니까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거야. 그런데도 안전교육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또, 고객이 접근하지 않는 조리공간은 정말 환경이 안 좋아. 창문도 없고 환풍기에 의지하는데 여름엔 쩌 죽을 것 같아. 

아나오란: 마트나 공장, 노가다 같은 육체노동은 그냥 몸이 너무 힘들어. 일 끝나면 무조건 사우나 가야 해. 아니면 다음 날 죽어. 다른 알바생들 도망가는 경우도 정말 많고.

뽀미: 과외나 학원 알바는 학벌을 많이 봐. 학벌이 높을수록 시급이 높아. ‘임금협의’라고 걸어놓고 알바생을 모집하는 학원들은 특히. 나보다 학벌 좋은 애들한테는 시급을 더 주더라고. 과외 같은 경우는 내가 애들을 가르치는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게 있어. 그리고 부모들을 잘 대할 수 있어야 해. 특히 학원 알바는 학원을 애 봐주는 데로 생각하고 진상 짓을 하는 부모들이 있어서 힘들었지.

블루프린트: 서비스직은 항상 웃고 있어야 해. 커피빈에서 아르바이트 채용됐는데, 내가 웃는 낯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고. 사실 난 안 그런데.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게 힘들어. 내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는 경우에는 표정관리를 못할 때가 있는데, 그걸 손님이 눈치 채면 끝인 거야. 특히 키즈 카페는 소문 한 번 잘못 나면 정말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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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알바생을 흔히 ‘을’이라고 한다. 요즘 ‘갑질’ 논란이 뜨거운데, 알바를 하며 고용주에게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나?
피오나: 점장 새로 왔을 때 사람들을 다루기 위해 일부러 갈구는 경우가 있어. 나를 따르는지 간을 보고 아닌 사람을 심하게 갈구는 거야. 자기가 새로 들어갔을 때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건데 말이 안 되지.

뽀미: 나는 그런 경험은 많이 없었어. 과외는 인맥으로 많이 구하는데, 다 서로서로 아는 사이니까 함부로 대하지 않더라고.


그럼 손님에게 갑질을 당한 경험 혹은 진상 손님 에피소드가 있다면?
뽀미: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애들이 다 초등학생이야. 학교에서 과학상상화 대회가 있었는데 그걸 다 내가 해줘야 돼. 아이디어를 내고 애들이 조금 그리면 내가 또 도와주고. 그걸 또 뭐라고 하는 학부모들이 있어. 또 진상 학부모들은 학원을 애 봐주는 데로 생각하는데, 정말 짜증나.

피오나: 취한 손님들이 정말 많이 와. 그러고 깽판! 알바는 나이가 어리니까 더 트집 잡고 시비를 걸어. 왜 콜라를 쟁반에 이 위치에 놨냐는 것들로 화를 내. 더 슬픈 건 그런 어이없는 손님한테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죄송합니다” 뿐이라는 거. 알바생이니까.  

블루프린트: 키즈카페에서 일하는데 엄마가 왜 가격이 이렇게 나왔냐고 따지길래 설명해줬어. 근데 내 눈을 안 쳐다보더라고. 계속 자기 친구랑 영수증만 보고 나한테 말은 하는데 뭔가 무시 받는 느낌이었어. 내가 네 번이나 설명해 줬는데 계속 눈을 안 마주쳤거든. 그 손님이 가고 나서 눈물이 나더라고. 그 키즈카페가 시간당 돈을 받는데 15분이 지나면 한 시간으로 처리를 했어. 난 규정에 따라 처리한건데 유드리 없다고 욕하는 손님들이 많았어. 또, 나뚜루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는 정량을 담아 주었는데도 왜 조금 주냐고 화내는 손님이 있었어. 사장 번호 내놓으라고!아나오란: 갑질은 아닌데, 캐셔할 때 손님들하고 많이 힘들었어. 내가 서툴러서 바코드 찍는 걸 버벅거리면 손님들이 짜증을 많이 내더라고. 또, 캐셔는 남자가 거의 없어서 힘쓰는 일은 내가 다 했어. 쌀이나 무거운 물건 사는 고객은 전부 나한테 오는 데 진짜 힘들었지. 한 번은 갈치 2천만 원 어치를 찍어본 적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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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tv

알바를 하며 가장 ‘때려치고 싶다’고 느낄 때는?
뽀미: 알바는 내 삶의 1/3 정도는 차지하고 있어.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그만두고 싶어. 여행가고 싶고, 놀러가고 싶은데 일해야 돼서 일주일 내내 시간을 못 비우잖아. 서글프지. 또 카페나 빵집, 그러니까 최저임금을 주는 알바를 할 때는 과외가 생각나서 힘들었어. 이 시간에 과외를 했으면 돈을 많이 벌었을 텐데 싶은 거지. 

아나오란: 텐트 옆에 가만히 서있는 알바를 했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어. 서 있는 게 물건 옮기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 그 때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때려치고 싶었어. 

피오나: 원래 알바를 구할 때 노동환경보다는 임금을 고려했어. 그런데 힘든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정말 몸이 망가지는 거야. 계속 서서 일하니까 무릎이 많아 아프고, 집에 갈 때 되면 퉁퉁 부어있고. 절뚝절뚝 걸으면서 집에 가는데 진짜 아니다 싶었어. 기성세대가 우리한테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고 하는데, 제일 짜증나는 말이야. 젊어서 사서 고생하면 늙어서 몸이 고생하거든.

블루프린트: 사람들이랑 부딪힐 때. 몸이 힘들고 이런 것보다 직원들끼리 뒷담화 하는 걸 목격하거나 그런 거에 얽힐 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받아. 그리고 알바 하는데 자기가 잘 안 가르쳐줘놓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엄청 화낼 때! 그만두고 싶어.


알바 하는 청년세대

알바를 하면서 돈 말고 얻는 게 있을까?
피오나: 없다. 사회 경험이니 뭐니 하는 거 솔직히 이해 안 된다. 얼마 전 김무성 발언이 떠오른다. 아 빡쳐. 젊어서 고생하면 늙어서 몸이 고생해요!

뽀미: 나한테는 경험이 돼. 자기 분야랑 관련된 걸 하면. 나는 교직 과정을 밟고 있고, 나중에 교사가 되고 싶으니까 학원이나 과외에서 수업을 하거나 애들 다루는 일을 하면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돈과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아.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나오란: 흔히 알바의 장점으로 사회경험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모인 곳에는 다들 안 좋은 면이 있다고 생각해.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말하는 자체가 너무 좋게만 보려는 합리화인 거지.

블루프린트: 알바로 사회생활을 경험한다는 것도 그냥 하나의 프레임인 것 같아. ‘아프니까 청춘이다’랑 비슷한 식으로. 뭔가 아르바이트 업장에서 좋은 경험될 거라고 말하는 거에 의문이 들어. 진로랑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좋은 경험은 아니었어. 근데 요즘은 진로랑 관련된 알바를 하는 것도 뭔가 스펙화 되어 가는 것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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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예능<무한도전> 캡쳐화면

내 인생 최악의 알바는?
피오나: 다 최악이라서 고를 수가 없다. 

뽀미: 예식장 알바. 힐 신고 뛰어다녀야 되고, 제복 입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 게 있어서 힘들어. 텃세도 굉장히 심하고.

아나오란: 임금 체불 되서 노동청까지 가게 한 킨텍스 알바. 체계적이지 않은 노동 환경은 최악이야. 알바에서 겪을 수 있는 안 좋은 점은 다 겪은 것 같아. 

블루프린트: 다 최악이어서 고를 수가 없다.22222

‘꿀알바’라고 말해지는 알바가 있다. 어떤 조건이 ‘꿀알바’를 만들까? 이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달라.
피오나: 최악의 환경에 비해 육체노동이나 정신노동중 하나를 빼거나 임금을 조금 더 받거나 하면 꿀이라고 하는 거 같아. 사실 조금 더 환경이 좋은 거지 꿀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스트레스 없는 알바는 거의 없으니까.

뽀미: 사실 학원이나 과외는 다른 것에 비하면 정말 꿀이라고 생각해. 남의 돈 버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돈을 많이 주고 육체적으로 덜 힘드니까. 

아나오란: 의외로 공사장이 꿀이었어. 제일 사람답게 대우해 주거든. 내가 어리지만 아저씨들이랑 같은 한 사람의 인부로 취급해주고. 쉬는 시간도 잘 주고 밥도 잘 챙겨주고.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극한이라고 생각하는 공사장에서 제일 사람답게 일할 수 있었어.

블루프린트: 나는 꿀알바라는 표현이 싫어. 궁극적으로 모든 노동은 꿀일 필요가 있고, 지금은 그게 아닌 상황인데 그냥 뭔가 은폐하려고 사용하는 것 같아. 꿀알바라고 말해지는 게 비교적 쉬운 일인 거지, 절대적으로 좋은 환경인지는 모르겠어.

앞으로도 계속 아르바이트를 할 건가?
뽀미: 다음 학기에는 그만 둘 거야. 과외는 책임감을 갖고 해야 돼서 일단 애랑 얘기를 잘 해봐야 되는데, 어쨌든 이제는 나도 내 삶에 전념하고 싶어. 전공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교생실습도 나가야 하고. 한 학기 정도는 일 안하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아나오란: 지금은 알바 쉬고 있다. 당분간은 안 할 거다!

피오나: 안할 거야ㅠㅠ(이상) 근데 함ㅋ(현실) 

블루프린트: 최근에 다시 카페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하고 싶은데, 직장 내에서 안 좋은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그만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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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번외 질문
알바노조원인 피오나에게, 한국 알바노동의 미래는?
피오나: 알바노조가 생긴 지 이제 2~3년 정도 되었어. 사실 오래 전부터 있었어야 해. 알바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상황이 정말 많고, 알바의 목소리를 내야 하니까. 현재 노동환경은 급선무로 해결할 일을 꼽기 힘들 정도로 여러 문제가 많아. 사실 알바생의 미래는 잘 모르겠어.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기성세대가 될 거 아니야. 그럼 그 다음세대가 알바를 하겠지. 우리가 기성세대가 된 후에도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바뀌는 건 많이 없을 것 같아. 최저임금이 올라도 물가는 더 올라서 사실상 최저임금 자체도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산재는 절대로 인정되지 않을 것 같고. 요즘은 자꾸 비관적인 생각이 들더라고. 노동계 관련 교수님들도 노동계는 약하고 사측은 센 구조 자체를 어쩔 순 없다, 악화되기만 할 뿐 개선될 거 같지는 않다고 하시니까.